이 글은 2019년 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10&sca=&sfl=mb_id%2C1&stx=lieonsjh&page=2
발매 시기 | 2019. 01. 25 |
리뷰 작성일 | 2019. 02. 10 |
게임 장르 | 호러 서바이벌 액션 어드벤쳐 |
정식 발매 가격 | 64,700원 |
제작사 | 캡콤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 PC(디지털)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바이오하자드 RE 2의 구동 화면.
1996년 게임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호러 게임이 있었습니다. 낡고도 기이한 양옥 저택을 무대로,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비주얼과 사운드를 선보인 바이오하자드 1편입니다. 바이오하자드는 서양에서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타이틀 네임으로 변경되어 발매됐었던 작품입니다. 우습게도 당시 바이오하자드라는 밴드 이름이 이미 있었던 터라 게임 제목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그래픽 비주얼과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운드, 뛰어난 게임성으로 극찬을 받았던 바이오하자드 1편은 PS1의 스펙을 제대로 보여주는 호러 게임으로서 전세계의 게이머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8년. 역시 PS1으로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2편은 전작과는 다른 두 명의 주인공, 전혀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스토리로 다시 한번 게이머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요즘 게이머들에게 다시 각광 받고 있는 캡콤.
뒤이어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3는 라쿤 시티의 시가지를 배경으로 제작되며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비록 팬들이 기대했던 엄브렐러와의 결전이 아니라 질 발렌타인의 라쿤 시티 탈출기를 그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여전히 뛰어난 게임성으로 사랑 받았습니다.
그렇게 세 개의 작품을 연달아 히트 시키면서 바이오하자드라는 IP는 연타석 홈런을 친 것 마냥 상승 기류를 타고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바이오하자드 4편이 발매되고, 전설적인 시리즈로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지난 세 편의 정식 넘버링 작품과 전혀 다른 시점, 전혀 다른 게임 방식이었지만 시리즈 고유의 느낌은 살려냈고, 슈팅 액션을 새롭게 정의한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캡콤은 그렇게 걸작 게임들을 내놓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명작 개발사 라인에 당당히 들어섰습니다.
바이오하자드 7의 엔진이었던 RE 엔진으로 다시 개발된 바하 2.
그러나 PS3 & XBOX360 세대부터 캡콤은 어딘가 모자라거나 애매한 게임들을 내놓았고, 자연스레 캡콤의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역시 5, 6편의 흥행부진 이후 명작 시리즈라는 말은 옛 말이 되어버리고 있었죠.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개발진이 절치부심하여 개발한 바이오하자드 7편이 무너져 가던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작년에 발매된 몬스터 헌터 월드나 이번에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RE 2, 다가오는 3월에 발매되는 데빌 메이 크라이 5의 데모 등으로 떨어지고 있던 캡콤의 이름값이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 2의 타이틀 메뉴는 단촐하다.
메뉴의 배경인 라쿤 시티는 적막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1편이나 원작 2편처럼 두 명의 주인공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21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바이오하자드 RE 2는 AAA급 대박 시리즈로 확정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클래식 작품의 귀환입니다. 1~3편은 시야를 확보하는데 제약이 걸린, 고정된 시점과 플레이어를 공포로 몰아넣는 좀비와 괴생물체, 제한된 탄약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작품은 클래식 작품의 답답한 시점까지 계승하진 않았고, 요즘 시대에 맞는 구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리메이크 되면서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지만, 현 세대기에 맞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바이오하자드 2의 경찰서를 다시 누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바이오하자드 RE 2(이하 바하 2 RE)에서는 레온과 클레어 중 플레이하고 싶은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에 따라 스토리 진행이 약간씩 달라지며, 상대하게 되는 보스도 달라집니다. 또한, 1회차 클리어 이후에는 두 번째 도전이라는 이름의 B 사이드가 해금되어 1회차의 A 사이드와는 약간 다른 진행을 맛볼 수 있습니다.
1회차를 레온으로 클리어했다면 두 번째 도전에 클레어의 B 사이드가 등장하고, 반대로 1회차를 클레어로 클리어했다면 두 번째 도전에 레온의 B 사이드가 등장합니다. 각 캐릭터의 A 사이드와 B 사이드를 전부 체험해보기 위해서는 사실상 4번 정도 게임을 클리어해야만 합니다.
원작 도입부에서 클레어와 레온이 탄 차량을 뜬금없이 들이 받았던 트럭 운전수.
그가 어쩌다 사고를 냈는지에 대한 스토리도 리메이크에선 볼 수 있다.
게다가 A, B 사이드를 클리어한 뒤에는 원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두부 외형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한다든가, 원작 바하 2편에 처음 등장해 꾸준히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많은 팬을 보유한 사신 헝크로 플레이할 수 있는 등 즐길 요소가 아주 많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반복적인 파고들기 요소지만 레온 A사이드, 레온 B사이드, 클레어 A사이드, 클레어 B사이드, 생존자 모드 등 저마다 조금씩 다른 진행 방식과 다른 전개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소이자 게임의 도입부가 주유소로 변경됐다.
좀비 바이러스 사태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그곳, 라쿤 시티.
바하 RE 2는 바닥에 떨어졌던 시리즈를 다시 회생의 궤도로 들어서게 한 바하 7편의 다음 작품입니다. 게다가 더 큰 스케일과 게임성을 통해 걸작 시리즈임을 확정 지었던 98년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올드 팬들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된 과거의 그 경찰서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에 흥분했고, 바하 7편으로 시리즈에 입문한 팬들은 명성이 자자한 그 작품을 최신 기기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 흥분했습니다. 바하 RE 2는 발매 전부터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받는 작품이었죠.
21년 동안 외전작 포함 라쿤시티를 4번이나 구르고 있는 김레온.
평범한 여대생 A였지만 여전사 포스로 돌아온 클레어.
바하 RE 2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완벽한 게임성과 높은 완성도, 뛰어난 재미로 돌아왔습니다. 정식 넘버링 작품과 수많은 외전, 영화로도 발매되면서 친숙해진 주연들의 생김새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스토리의 설정 구멍과 개연성 등을 수정하며 시리즈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21년 동안 레온과 썸만 타고 있는 에이다.
바하 RE 2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1편의 주요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인공도 전혀 다른데, 1편의 주인공인 질 발렌타인과 크리스 레드필드가 아닌 R.P.D 신참 순경 레온 케네디와 크리스의 동생 클레어 레드필드가 주인공입니다.
A 사이드에서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마빈 경감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아네트 박사.
바하 RE 2는 호러가 중심인 게임이고, 넓은 장소들을 사방팔방 직접 뛰어다녀야 하는 게임입니다. 때문에 주요 인물들의 대사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하며, 플레이어를 옥죄어 오는 BGM이 깔린 경찰서, 하수도 등을 돌아다닐 뿐입니다.
추악하고도 잔혹한 인간을 표현한 아이언스 서장.
클레어 파트에서만 볼 수 있는 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 않는 이벤트 컷 씬과 플레이 중 대화로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표현합니다. 그들은 모두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임의 분위기는 해치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훌륭하게 풀어냈죠. 덕분에 플레이하는 내내 레온, 클레어 같은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선보이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라쿤 시티가 어쩌다 좀비 바이러스 사태에 휘말리게 됐는지, 누구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 좀비 사태가 벌어진 동안 생존자들은 어떻게 있었는지 등. 바하 RE 2는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스토리를 이벤트 컷 씬과 필드 곳곳에 놓인 문서 등으로 보여줍니다.
난이도에 따라 플레이어가 느끼는 공포는 천지차이 수준.
바하 RE 2는 전작보다 더 많은 수적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로 상대하게 되는 크리쳐인 좀비는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마리가 달려들기도 합니다. 플레이어는 얼마 되지 않는 탄약과 장비들로 그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좀비를 상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바하 4, 5편 등 액션이 강조된 작품처럼 육체 액션은 시스템상 없지만, 시리즈 아이덴티티나 다름 없는 다리 자르기 등은 할 수 있습니다. 머리나 다리 등을 맞춰 단순히 경직만 주고 지나갈 수도 있고, 다리를 부숴서 움직임을 아주 느리게 만든 다음 지나갈 수도 있고, 확실히 머리를 부숴서 죽이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섬광탄으로 눈을 멀게하거나, 수류탄으로 한 번에 여러마리를 동시에 처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좀비개도 등장.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좀비 이외의 크리쳐를 꾸준히 만들어 왔습니다. 그건 아주 긍정적인 요인이죠. 적으로 좀비만 있었다면 바하 시리즈가 지금의 위치에 있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좀비를 처치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탄약이 충분하다면 학살 게임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바하 시리즈는 꾸준히 좀비 이외의 크리쳐를 등장시킴으로서 플레이어를 영리하게 압박해 옵니다. 좀비개, 좀비 까마귀, 리커, 식물형 좀비, 하수도 괴물 등등 보스전 외에도 플레이를 쫄깃하게 만들어 주는 크리쳐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건 바하 RE 2에도 당연히 해당 되는 부분입니다.
거의 모든 크리쳐는 총으로 쏴서 처치할 수 있지만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특별한 플레이를 요구하기도 하죠. 리커는 피부가 뒤집어져 있기 때문에 칼 휘두르기나 화염탄에 더 취약하다든가, 눈이 멀어버린 대신 귀가 아주 밝은 특징이 있습니다. 바하 RE 2 하수도에 등장하는 괴생물체 역시 눈을 맞추면 대미지를 더 줄 수 있다든가, 화염방사기 혹은 화염 유탄에 더 많은 대미지를 입는 등 저마다의 특색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바하 RE 2는 반복적으로 플레이해도 꾸준한 재미를 보장해줍니다. 처음에는 그들을 어떻게 해치울지를 고민하지만, 그들을 거듭 만날수록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치할지, 어떻게 탄약을 아낄지 등 게임을 점점 파고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두 명의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무기들입니다. 레온과 클레어는 습득할 수 있는 무기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루트를 진행하더라도 전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권총, 매그넘, 샷건, 화염방사기를 얻을 수 있는 레온과 기관단총, 리볼버, 퀵 드로우 리볼버, 산성탄과 섬광탄을 끼울 수 있는 유탄발사기, 니들 탄창과 스파크 탄창을 끼울 수 있는 스파크샷, 더 강력한 탄창의 리볼버, 자동권총을 얻을 수 있는 클레어는 고유의 무기 구분만으로 플레이 방식이 완전 달라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바하 RE 2에 등장하는 무기의 종류는 오리지널 원작과 거의 같지만 클레어의 보우건이 빠지고 투척 무기인 섬광탄과 수류탄을 추가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고정 시점이었던 클래식 버전과 달리 바하 4처럼 숄더 뷰 시점으로 게임을 바꿨기 때문에 원작에서의 전투와는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1편의 양옥집보다 훨씬 더 넓어진 2편의 경찰서.
4편 이후로는 대체로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게 됐지만, 바하 RE 2는 2편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클래식 작품과 맵이 거의 비슷합니다. 거기서 고아원 같은 장소가 추가됐을 뿐, 원작의 장소는 유지했습니다. 덕분에 올드 팬들은 구작의 향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이런 구성은 올드 팬들 외에 바하 시리즈를 얼마 접해보지 못한 유저나 새로 입문하는 유저들에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헤매야 하고, 젤다나 마리오처럼 한번 클리어했던 곳을 나중에 다시 방문해야 새로운 장소가 오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원작처럼 맵과 장소들의 특징을 외우고 머릿속에 넣어둬야만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는 구성은 짜증을 불러 일으킬 만합니다.
퍼즐...
또 퍼즐...
그리고 다시 퍼즐.
바하 RE 2는 바하 시리즈답게 퍼즐의 비중이 아주 높다.
이 작품의 퍼즐은 종종 골똘히 생각하거나 자세히 관찰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등장합니다. 열쇠 아이템을 습득한 뒤 확대 보기로 아이템을 조사하면 숨겨진 트릭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죠. 직관적이지 않은 구조 때문에 퍼즐에 골머리를 썩게 되기도 하지만, 시리즈 내내 꾸준히 이어져 온 이런 기믹들은 새삼 높은 완성도를 실감하게 만들고, 아주 놀랍고 신선하게 느끼기 충분합니다.
난이도에 따라 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인벤토리도 제한돼 있다.
또한 2019년에 발매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인벤토리가 너무 작아 수시로 아이템 박스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부분은 큰 번거로움이자 귀찮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같은 장소를 여러번 다녀야 하는 것이나 인벤토리의 협소함은 클래식 바하 시리즈에 익숙한 필자에겐 사실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미 익숙하고, 고전 바하 시리즈를 다시 플레이하는 향수로서 아주 좋았습니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체감하는 난이도를 더 높이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타임어택 등의 도전을 할 때에 하루종일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내내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것들을 신규 유저들이 좋아할 리가 없으므로 이 작품의 단점으로 꼽게 됐습니다.
바하 RE 2가 원작과 다른 점은 아주 많습니다. 리메이크 작품의 교범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원작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들이 즐비한 것이 사실입니다.
먼저, 바이오하자드 2 클래식 원작은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1편은 비좁은 곳에 탄약이나 회복약 등의 물자도 극히 적어 더 난이도의 압박과 공포를 느끼게 했지만 2편은 그런 유저들의 불만을 수용해 더 많은 탄약과 더 많은 회복약을 나오게 했었죠. 그래도 보이는 족족 적들을 전부 처치하고 다니면 물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중한 플레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무턱대고 적들을 전부 처치하다 보면 보스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탄약이 남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로,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게임이었습니다.
바하 RE 2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더 어려운 부분도 있고 훨씬 더 쉬워진 부분도 있습니다. 좀비 등의 적들이 플레이어를 습격한 경우는 원작보다 더 어려워진 대표적인 부분입니다.
원작과 달리 바하 RE 2에서는 좀비 등 크리쳐에게 잡혔을 때 디펜스 아이템이 없으면 공격을 회피할 수가 없습니다. 소모품인 칼, 투척무기인 수류탄과 섬광탄이 있어야만 디펜스 행동을 할 수 있게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보다 좀비 등을 회피하기가 아주 어려워졌습니다. 바하 리버스나 1편, 2편은 적들의 움직임이 아주 느리고 플레이어의 이동속도가 빠른 편이라 좀비의 헛방을 노리고 옆으로 피해서 도망치는 것으로 적들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선 플레이어의 이동속도가 느리고 적들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원작에 비해 더 많은 탄약과 회복약이 등장하고, 자유로운 시점 변경을 통해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리메이크가 원작보다 어려워진 것만은 아닙니다.
4~6편까지 급격하게 호러성이 줄고 액션성이 강조됐던 시리즈였지만 7편을 기점으로 다시 호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바하 RE 2를 개발함으로서 이 시리즈는 다시 호러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올드 팬들이 그리워하며 요즘에는 드문 유형이 된 1~3편까지의 클래식 작품들로의 회귀. 이 작품은 식상해진 호러 게임 장르에 21년 전 레트로 스타일을 베이스로 최신 게임다운 모습들을 멋들어지게 조합해냈습니다. 올드 팬과 호러 게임 팬들을 한번에 사로잡아버린 것이죠.
보스전은 이 게임의 백미.
원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격 템포와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시종일관 탄약과 회복약의 부족함에 압박감을 느끼며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것은 이 작품의 백미인 보스전일 것입니다. 바하 RE 2에는 A, B 사이드에 따라 4, 5번의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고, 원작보다 더 어려워진 난이도로 그들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부족한 탄약은 보스전에서 더 절정에 치닫게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쫄깃한 플레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스전을 치를 때마다 좁아 터진 곳에서 넓고도 긴 공격 범위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보스전은 1회차를 플레이할 때 가장 큰 난관으로 다가옵니다. 다양한 패턴과 몇몇 보스전시 오브젝트를 발동시켜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점은 처음 맞닥뜨렸을 때 스무스하게 클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플레이어를 혼란시킵니다.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나이프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점점 난이도가 쉬워지지만, 보스전의 해답을 찾기 전까지 아주 어려운 난이도는 약간의 단점으로 비춰집니다.
플레이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그녀석.
타일런트도 당연히 바하 RE 2에 등장한다.
이번 리메이크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생긴 별명은 타노스, 김두한.
밝은 빛이 드문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플레이 타임이 흐를수록 빛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경찰서 복도처럼 어둠에 삼켜진 장소는 손전등으로 비추지 않으면 사물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을 지경이고, 플레이어를 시종일관 쫓아 다니는 타노스(타일런트)는 근처에 있을 경우 전용 BGM까지 틀어대며 플레이어를 정신적으로 압박해 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곳 사방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타노스의 쿵쾅거리는 발걸음 소리, 리커의 괴상한 신음까지 온갖 요소들이 플레이어를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공포 분위기를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사운드 외에도 바하 RE 2의 사운드는 극강의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총기류의 사운드, 화염방사기에 불타는 적의 신음 소리와 불에 타는 소리, 폭발 효과음 등등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운드가 스피커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20년이 넘도록 썸만 타고 있는 두 사람의 첫 만남.
에이다는 4, 6편에 비해 외모가 아주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몸매 등 모델링은 여전히 끝내준다.
미모가 열일하는 에이다 누님을 다시 최신 그래픽으로 재구성 된 4편에서도 볼 수 있기를.
이 시리즈는 처음 발매됐던 1편부터 지금까지 반복 플레이를 장려해왔습니다. 바하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은 도전과제나 트로피도 없었던 먼 옛날부터 캡콤이 유도하는 대로 반복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일정 시간 이내에 클리어하면 특전 무기를 지급해줬기 때문이죠. 그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명예 훈장과도 같았습니다.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이 게임을 완벽히 클리어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이기도 했습니다.
원작 바하 2편은 A, B 사이드로 나누어 반복 플레이를 더 독려했고, 그러한 점은 리메이크 작품인 바하 RE 2에서도 건재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캐릭터로 엔딩을 보면 다른 캐릭터의 B 사이드가 오픈되고, 새로 열린 B 사이드를 클리어하면 처음에 플레이한 캐릭터의 B 사이드가 오픈 됩니다.
1회차를 하드코어로 클리어한 근성남의 처참한 말로.
A, B 사이드에 따라 퍼즐의 답이 달라지고 아이템들의 위치가 달라지는 등 수많은 변경점이 있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더 배가 됩니다. 특히 B 사이드에서는 추가된 보스와 추가된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한번 클리어해도 진엔딩을 보기 위해 다시 패드를 손에 잡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바하 시리즈는 옛날 작품이나 최근 작품이나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고, 그런 플레이를 하도록 캡콤은 권장하고 있습니다.
오직 근성과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드코어 S+
트로피나 도전과제를 모으는 게이머들을 위해 캡콤은 약간의 배려를 넣어두었습니다. 도전과제 조건은 하드코어 S+ 클리어가 아니라 일반 혹은 하드코어에서 S 랭크로 클리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드코어로 S+ 랭크를 획득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시리즈의 전통인 타임어택은 이번 작품에서 더 어려운 조건이 붙었는데, 하드코어 난이도에서 무한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이브 횟수 3회 이하를 유지한 채 A 사이드는 2시간 30분. B 사이드는 2시간 이내에 클리어해야만 각 캐릭터의 타임어택 특전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레온의 경우 하드코어 S+ 랭크로 클리어하면 무한 로켓 런처를 획득할 수 있고, 클레어의 경우 하드코어 S+ 랭크로 클리어하면 무한 미니건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타임어택을 하드코어 S+ 랭크까지 클리어한 게이머에겐 이러한 특전 무기는 솔직히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이른바 볼장 다 본 게이머들이나 도전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필자는 타임어택을 해냈던 바하 시리즈는 항상 특전 무기를 들고 잊을만하면 다시 스트레스를 풀러 게임을 켜곤 했습니다. 아마 많은 게이머 분들이 필자와 같을 거라 생각됩니다. 물자의 압박과 타노스의 압박,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압박, 심지어 타임 어택으로 극한의 압박을 받고 마지막 보상으로 얻은 무한 무기로 적들을 뻥뻥 터뜨려가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이죠.
이러한 점까지 캡콤의 바하 RE 2는 레트로 시리즈의 느낌을 제대로, 완벽하게 살렸다 생각됩니다.
지금 보면 조악하기 그지 없는 1998년의 바하 2가 2019년의 그래픽으로 돌아왔다.
바이오하자드 RE : 2는 98년 최고 인기작 중 하나인 명작에 경의를 표하며,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게임입니다. 이보다 더 원작의 느낌을 간직한 채 요즘 시대에 맞도록 리메이크한 작품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 게임은 엄청난 경지에 있습니다. 올드 팬들과 신규 유저들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호러 게이머들마저 끌어당길 수 있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바하 RE 2는 끝내주는 그래픽으로 팬들이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라쿤시티의 경찰서를 다시 선보입니다. 2002년 1편을 리메이크한 리버스가 발매된 이후, 팬들은 이 작품을 기다려 왔습니다. 요즘 그래픽으로 다시 만든 경찰서와 레온, 에이다, 클레어를 말입니다.
그런 기대와 염원에 보답하듯 바하 RE 2는 호러 게임들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고 사소한 단점 몇을 제외하곤 거의 완벽한 게임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훌륭하고, 팬들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면서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경이롭게 느껴지끼까지 합니다. 아주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사운드로 무장했으며, 스토리상 설정의 구멍이 되는 부분들을 수정하면서도 되도록 개연성을 지켜냈습니다. 비록 B 사이드 게임 극후반부에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감정 묘사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탓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원래 막나가는 스토리였던 시리즈임을 감안해 본다면 큰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 : 2는 아주 뛰어난 게임성으로 시리즈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호러 게임을 사랑하는 마니아라면 반드시 플레이 해봐야 할 만한 작품이고, 걸출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명실상부 명작입니다. 이미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이제 이 작품의 인기를 추진력 삼아 질 발렌타인의 고군분투를 그린 바이오하자드 RE : 3도 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시리즈 최초로 정식 넘버링 작품이 한글화 되었으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관심이 있었던 게이머라면 반드시 이 작품을 플레이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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