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1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48
발매 시기 | 2019. 10. 25 |
리뷰 작성일 | 2019. 11. 15 |
게임 장르 | SF 1인칭 액션 RPG |
정식 발매 가격 | 63,000원 (게임패스 1,000원) |
제작사 | 옵시디언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 PC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마이크로소프트 퍼스트 파티에 합류한 옵시디언은 폴아웃 뉴 베가스를 만들었던 개발사입니다. 폴아웃 뉴 베가스는 팬들에게 상당히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제법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습니다. 그들의 게임은 자잘하거나 번거로운 버그들이 많아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줘 왔습니다.
옵시디언의 신작 아우터 월드는 무척 세련된 게임입니다. 우리가 꿈꿔왔던 SF 배경의 게임에 보다 근접한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방향성이 다른 것이겠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행성을 돌아다니기보단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지구를 돌아다니거나, 멈춰 있는 행성을 돌아다니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우터 월드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높은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는 눈을 즐겁게 해주기 충분하며, 본 작품의 무대가 되는 할사이온 항성계에는 다양한 행성이 존재하는데 각 행성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환상적인 배경 그래픽은 흡사 아름다운 아트워크를 그대로 박아놓은 것 같습니다.
황야 같이 황량한 행성, 전형적인 SF 물에 나올 것 같은 외계 느낌의 행성, 지구의 부유층이 사는 도시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행성까지 다양합니다.
우리는 이 게임에서 몇 개의 행성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습니다. 그 구조는 완전히 열린 오픈 월드와는 약간 다릅니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더 많은 행성을 돌아다닐 수 있고, 각 행성의 마을이나 몇몇 집들은 로딩을 거쳐 실내로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메인 퀘스트에 따라 반드시 특정한 장소들을 가야만 하지만, 그 과정은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우터 월드는 프리한 오픈 월드보다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말하는 반픈 월드에 더 가깝습니다.
NPC들을 죽이는 것은 자유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플레이어에게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를 더이상 보지 않으려는 시도는 서브 퀘스트의 진행이 막히거나, 메인 퀘스트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또한, 아우터 월드는 각 집단과의 교류를 쌓을 수 있습니다. 본 작품의 메인이 되는 할사이온 항성계에는 몇 개의 행성이 있고, 그 행성에는 각각의 집단이 살고 있습니다. 테라-2의 엣지 워터 마을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그들이 나를 평가하는 평판이 오르고, 그들과 적대시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NPC를 죽이면 평판이 감소합니다.
이 평판 시스템은 단순히 일정 수치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만 존재하는 일반적인 게임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평판은 우호와 비우호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긍정적인 평판을 100% 얻었더라도 부정적인 평판을 동시에 100%로 만들 수 있죠. 긍정적인 평판만 올린다면 친구, 동맹 등의 평가를 받지만, 부정적인 평판을 동시에 올리면 두려움이나 혼란 등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기술력의 부족함 때문인지 이 평판 시스템은 게임 진행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우호적인 평판을 쌓으면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물건을 팔 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단지 그뿐입니다. 평판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플레이어를 알아보거나, 선물을 주는 등의 추가 요소가 있었더라면 나무랄데 없었겠지만 그런 것이 없습니다. 존재 의미가 없는 시스템은 되려 마이너스 요인처럼 느껴집니다.
게임의 후반부에 가서야 열심히 쌓아둔 평판이 의미 있게 작용하는데, 그때까지는 보상이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사이온 항성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교류를 쌓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갖고 있으며, 게임을 깊게 파고들며 항성계 곳곳을 탐험하면 여러 재미난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영화 조용한 가족 같은 분위기의 가족, 나이 마흔을 넘은 아들을 아직도 아이 취급하는 노모, 정신적인 문제로 고향을 떠나 홀로 우주 정거장에 틀어박혔다가 끝내 쓸쓸한 최후를 맞은 노동자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세계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대체로 전형적인 서양식 RPG에서 봐왔던 느낌으로, 베데스다의 폴아웃과 엘더스크롤을 재밌게 즐긴 게이머라면 아우터 월드의 이야기들도 좋아할 것입니다.
단편적인 이야기 구성이 준수하고 세계관 역시 방대하지만 메인 스토리의 분량이 짧습니다. 필자의 경우 너무 플레이 타임이 긴 게임이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져 짧고 굵은 게임을 좋아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터 월드의 메인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 문제들로 태양계가 아닌 다른 항성계로 이주한 이주민들과 그 항성계 전체를 주무르는 거대한 블랙 기업, 이사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낡고 진부하지만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한 설정이었습니다.
지구에서 할사이온 항성계로 이주하기 위해 70년 전에 출발한 희망호의 이주민이었던 주인공은 인류애 넘치는 박사의 도움으로 홀로 동면에서 깨어났고, 이사회의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터라 주인공의 독립적인 생각이나 대사는 전혀 없지만, 폴아웃처럼 플레이어가 주인공에게 몰입하여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70년만에 깨어났다는 설정 덕분에 대부분의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제공됩니다. 이사회의 결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런 정신나간 말이 어딨냐 같은 식이죠. 덕분에 플레이어는 스토리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이사회는 사람들을 생명이 아닌 자사의 자산으로 취급합니다. 업무량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원이 있으면 회사의 자산을 손실했다는 이유로 그 마을 전체에 징계를 내립니다. 월급이 줄어들거나, 벌금을 내야만 하죠. 사람들은 그것에 의문을 품거나 반기를 들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이사회 소속 마을에서 도망쳐 새로운 공동체를 꾸렸습니다.
익숙하지만 더 다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넣었더라면 끝내주는 스토리였을 것입니다. 이사회의 만행과 그들이 저지른 악행, 숨기고 있는 비밀, 마을 사람들과의 유대감, 우호도 평판의 존재를 의심하다가 특정 부분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구조 까지. 아우터 월드의 스토리는 몇 걸음만 더 나아갔더라면 틀림 없이 끝내주는 올해의 게임이 됐을 것입니다.
발매전 인터뷰에서 옵시디언이 말했듯이 이 게임은 AAA급 대작을 목표로 제작된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어딘가 모자란 부분들이 있고, 전체적으로 폴아웃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폴아웃에 비해 모자란 점도 눈에 띕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부여되는 스킬 포인트와 2레벨이 오를 때마다 부여되는 특성 포인트는 초반에 아주 중요합니다. 대화쪽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퀘스트의 진행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도 있고, 공격에 포인트를 투자함으로서 전투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갈 수 있고, 잠행과 자물쇠 따기 등의 스탯으로 싸우지 않고 지나가거나 부족한 탄약, 돈을 더 많이 입수할 수도 있습니다.
특성 포인트는 폴아웃의 퍽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다양하진 못합니다. 온갖 기이하고 특이한 컨셉의 퍽이 많은 폴아웃에는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 부분을 아우터 월드만의 결점이라는 시스템으로 커버하려 한 것 같지만, 그 느낌이 전부 충족되진 않습니다.
높은 곳에서 자주 뛰어내리거나, 화염 대미지에 많이 노출되면 일정 확률로 플레이어에게 결점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결점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에게는 단점인 페널티가 됩니다. 화염 대미지를 더 많이 입게 되거나, 달리기가 불가능해지는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그러나 결점을 받아들이면 그와 동시에 특성 포인트를 하나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포인트 한 개가 아쉬운 초반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특성 포인트를 쓸 곳이 없어지지만, 나름대로 아우터 월드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 애쓴 것처럼 보입니다.
무기 종류와 방어구 종류는 딱 적절한 수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핸드건, 로켓 런처, 세 종류의 소총 등 기본적인 무기들과 특수 옵션이 붙은 과학 무기가 존재하고 약간씩 차이가 있는 방어구가 있습니다. 각 무기와 방어구에는 특수 능력이나 더 강력한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키트 시스템이 있어, 플레이어 자신의 플레이 방식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자유도까지 있습니다.
특성과 스탯 투자에 따라 게임의 플레이 방식이 완전히 바뀝니다. 근접 무기 위주의 플레이, 원거리 무기 위주의 플레이, 대화로 풀어나가는 비폭력주의 플레이, 내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게 은신과 잠행으로 그림자 같이 사라지는 플레이 등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화 위주의 플레이는 대화 스탯과 의료, 과학, 엔지니어링이 묶인 기술쪽 스탯을 함께 올려야하지만,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었습니다. 이 플레이는 NPC들과의 대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어딘가를 다녀와야하는 퀘스트를 받더라도 대화로 풀어 다녀오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이 플레이는 말만 잘하면 번거로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폴아웃이나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아우터 월드는 전혀 다른 장소가 배경이 되는 터라 더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전투는 하드 난이도를 기준으로 초반부에 약간 어려운 편입니다. 동료가 생기고, 동료의 스킬을 개방하는 스탯에 투자를 하면 게임이 조금씩 쉬워지며, 강력한 무기나 과학무기라는 특수 무기를 손에 넣으면 두려울 게 없이 즐거운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폴아웃의 V.A.T.S처럼 아우터 월드에도 TTD라는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폴아웃보다는 레드 데드 리뎀션의 데드 아이에 가까운 것으로, 플레이어의 시야 이동 이외의 모든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동료의 강력한 스킬과 TTD의 조합은 전투를 쉽고 재밌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전체적인 분량과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 거기서 파생된 메인 스토리의 덜 다듬어짐은 이 작품이 재밌기 때문에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특히 아우터 월드는 마이크로소프트 퍼스트 파티인 덕분에 게임 발매와 동시에 XBOX & PC 게임 패스에 등록되어 매우 저렴한 돈으로 즐길 수 있고, 한국어화까지 되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SF 배경의 작품을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아우터 월드는 틀림없이 후회 없을 선택입니다.
할사이온 항성계를 표현한 아름다운 그래픽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며, 플레이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해주는 사운드 역시 준수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써가며 인간, 외계 생물들과 벌이는 전투는 재밌고, 동료들과 함께 미지의 항성계를 돌아다니는 즐거우며,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은 플레이어를 한동안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못하게 만듭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입이 떡 벌어지는 아름다운 풍경의 행성들을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이사회와 희망호, 크게 두 개의 루트로 나뉘어지는 메인 스토리는 중반부터 다른 루트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엔딩까지 전혀 다르게 돼 있습니다. 대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우터 월드의 세계는 폴아웃보다는 스케일과 분량 모두 작은 편이지만, 버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음은 더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입니다.
게임의 완성도는 뛰어난 편이고, 그래픽과 사운드, 전체적인 플레이까지 즐거운 아우터 월드는 SF 게임이나 폴아웃류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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