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 2 - 도전 대신 안정적인 개선과 변화로 이뤄낸 진일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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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 2 - 도전 대신 안정적인 개선과 변화로 이뤄낸 진일보 / 2020년 3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3. 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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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년 3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yp_game/8062

 

 

발매 시기 2020. 03. 12
리뷰 작성일 2020. 03. 30
게임 장르 액션 RPG
정식 발매 가격 69,800원
제작사 코에이 테크모 산하 팀 닌자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한글판

 

 

 

 

 

 팀 닌자의 새로운 도전, 인왕은 2017년에 그들이 내놓은 걸출한 신작이었습니다. 그것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소울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였으며, 팀 닌자 고유의 색깔을 덧입히는 것으로 차별화를 두었고 전세계 300만장 판매라는 제법 큰 성과을 거두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그들의 야심찬 후속작이 발매됐습니다. 1600년대 초반,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에도 막부를 배경으로 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일본 센고쿠 시대의 종장을 향해 달리는 1500년대 중반부터 16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합니다. 일본 역사상 전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던 시대, 일본 열도가 사람들의 비명과 철기 소리로 가득했던 시기에 이야기는 막을 올립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필두로 일본의 서브 컬쳐 작품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센고쿠 시대 인물들이 출연했던 전작처럼, 속편 역시 많은 센고쿠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전국 시대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게이머나, 코에이의 전국 무쌍 혹은 캡콤의 전국 바사라를 즐겨본 게이머라면 더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아자이 나가마사, 이시다 미츠나리 등 센고쿠 시대의 주역들이 대거 등장하는 인왕 2의 스토리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토대로 무협지의 각색을 더해 아직까지 전설로 남은 김용의 소설처럼, 인왕 2는 센고쿠 시대의 역사를 베이스로 요괴라는 소재를 더해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인물들에 따라 중요도는 다르지만 실제 인물들과 역사를 뼈대로 두고 있어, 인왕 2의 스토리는 일본의 역사를 알고 있는 게이머에게 더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요괴의 힘에 빠져 아버지를 배신한 아들, 요괴 덕에 더 총명해진 책사 등 인왕식 각색은 재밌지만, 아쉬움도 동반합니다. 센고쿠 이야기를 잘 모르는 게이머들에게 인왕 2의 스토리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방대한 시간대를 다루고 있기에 1년, 5년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그 사이의 이야기는 스토리상 알려주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왕 2에 플레이어가 더 빠져들 만한 새로운 요소는 커스터마이즈입니다. 윌리엄이라는 고정된 주인공을 조작했던 전작과 달리, 속편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즈 기능은 제법 자유로우며, 다양한 꾸미기 기능이 들어가 있어 스스로의 개성을 뽐내기 충분합니다.

 

 ​하드코어 액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서 소울 라이크 장르로 분류되는 인왕 시리즈는 여전히 고유의 액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획기적인 변화나 도박에 가까운 도전보다는 안전한 진일보를 의도한 것인지, 인왕 2는 전체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픈 월드 대신 미션의 스테이지 입장 방식을 고수한 점이나 액션의 유사함에서 그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으로 파고들어보면 이 속편은 전작에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7개의 근접 무기에 손도끼와 언월도낫을 추가함으로서 무기의 선택지를 늘렸고, 인술과 음양술에 새로운 스킬을 넣거나 조정함으로서 플레이어가 전작에서 익숙했던 플레이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러나 영계를 정화하고 소모된 기력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잔심 시스템과 상단, 중단, 하단 자세로 공격 모션과 액션 스타일의 변화를 전략적으로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은 유지하여 더욱 진화된 액션을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격기라는 새로운 액션의 도입으로 전투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이는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들에 존재하는 패링 시스템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울 시리즈를 비롯한 게임들은 적의 공격 모션이 닿을 때 타이밍을 맞춰 패링 버튼을 누르면 적의 공격을 흘리거나 맞받아치고 큰 대미지를 입히는 방식이지만, 인왕 2의 반격기는 조금 다릅니다.

 인왕 2의 적들은 모두 빨간 연기를 내뿜으며 강공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때, R2 버튼과 동그라미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요괴화 반격을 시도할 수 있으며, 성공할 경우 인간형 적의 기력이나 요괴형 적의 요력을 크게 감소시키며 큰 반격 대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 반격기는 적의 공격 대미지를 무효화시킬 수 없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적의 강공격 패턴을 캐치한 뒤 짧은 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강공격을 피하고 반격기를 넣을지, 적의 공격 모션이 캐릭터에 닿기 전에 반격기를 넣을지를 말입니다.

 반격기는 슈퍼아머 판정을 받기에 적의 강공격이 잡기 공격이 아니라면 대미지를 받는 것을 감수하고 반격을 시도할 수 있지만, 반격기 상태가 방어력을 올려주진 않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만 합니다.

 

 빠른 템포의 전투가 장점이자 가장 큰 특징이었던 인왕은 반격기의 추가로 플레이어가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인왕 2의 전투는 전작보다 더 재밌고 빠른 템포로 펼쳐집니다. 반격기의 도입은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이며, 전투를 더 쉽게 풀어나가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전작의 쓰쿠모 무기는 주인공이 반요라는 속편의 설정에 맞춰 요괴화로 대체되었으며, 이에 따라 요괴들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마시로 시스템이 추가됐습니다. 게임 내 요괴들을 처치할 경우 일정 확률로 해당 요괴의 다마시로를 습득할 수 있으며, 이 다마시로를 장착하면 캐릭터의 요력을 소모하여 요괴의 공격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전투중 요괴들이 흩뿌리는 영계는 본질적으론 전작과 다를 바 없으나, 이제 플레이어는 영계 위에서 최대 게이지의 잔심을 하지 않아도 영계를 지울 수 있습니다. 인왕 2의 영계는 최소 수치의 잔심으로도 영계를 지울 수 있으며, 기력 회복 속도를 현저히 낮췄던 골칫거리는 이제 캐릭터의 요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장판일 뿐입니다.

 

 플레이어가 영계에 대응하는 기준을 완화한 대신, 팀 닌자는 영암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영암은 각 미션 스테이지의 특정 구역에 존재하는 요괴들의 공간이며, 이 공간에서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지속적으로 기력 회복 속도 저하 효과를 받습니다.

 영암 구역을 정화하기 위해선 특정 요괴를 처치해야만 하며, 해당 요괴를 처치하기 전까지는 영암을 정화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화되지 않은 영암 구역에 신사나 보물상자가 있을 경우 손댈 수 없습니다. 수월한 진행을 위해선 반드시 영암 구역을 정화해야하는 강제성을 띄고 있습니다.

 

 새로운 골칫거리인 영암의 정화는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정화된 영암 구역에서는 두 번 다시 적 요괴들이 부활하지 못하며, 이는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따라서, 보는 시각에 따라 영암은 정화에 성공하면 미션 진행을 보다 편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인왕은 하드코어 액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소울 라이크 장르로 출발한 작품이지만, 이번 작품으로 완전히 소울 시리즈와는 방향성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인왕은 RPG성이 더 강합니다. 디아블로처럼 세트 아이템 효과나 장비에 붙은 패시브 효과로 전투를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으며, 다양한 패턴을 선보이는 적들에 대처하는 갖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커다란 하나의 오픈월드가 아닌 각 스테이지에 입장하는 방식이고, 다른 플레이어의 세계에 침입해 PVP를 할 수 없으며, 다른 플레이어가 사망한 장소에 놓인 칼무덤으로 해당 플레이어의 분신과 싸우거나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한 동행에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션에 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에 접속해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미션을 시작하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물론, 큰 틀에서 보자면 유사한 점도 많습니다. 사망시 특정 세이브 포인트에서 부활하고, 처치한 적들 역시 부활하며, 회복약의 최대 소지 갯수 제한과 캐릭터의 레벨 육성 방식, 3인칭 액션 구도 등 같은 장르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울 시리즈와 인왕 시리즈를 모두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누구나 그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왕은 팀 닌자 고유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져,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기의 숙련도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해당 무기 고유의 스킬 포인트, 스탯 투자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별도의 스킬 포인트로 다양한 패시브 스킬을 습득할 수 있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전작처럼 대장간에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 제작을 반복할 수도 있고, 사용중인 무기와 방어구에 높은 레벨의 장비를 갈아 넣어서 레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 속편은 더 다양한 장소, 더 많은 종류의 적들이 등장합니다. 전작의 개성을 또렷하게 살려냈으며, 앞서 기술한 것처럼 무리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했습니다. 그 안정적인 진일보는 전작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개선점입니다. 아주 큰 변화 대신, 디테일에 많은 변화를 두어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최신 작품에서 더욱 진보된 그래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작처럼 해상도를 희생하는 대신 60 프레임 고정으로 액션성을 더욱 살릴 수도 있고, 프레임을 희생하는 대신 높은 해상도를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혹은, 30~60 가변 프레임과 중간급의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 퀄리티는 한층 더 높아졌으며, 그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장소에서 확신할 수 있었었습니다.

 

 2017년, 팀 닌자식 하드코어 액션 RPG 게임에 빠졌던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인왕이라는 게임이 너무 어려워 도중에 포기했던 라이트 게이머들을 위한 따듯한 손길 대신, 더 짜임새 있는 액션과 여전히 악랄한 적들의 배치로 스트레스가 치솟을 수 있으나, 그것은 해냈다는 그 달성감과 성취감을 위한 에피타이저일 뿐입니다.

 

 

8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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