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칼리버 6 - 사라질 뻔했던 시리즈의 성공적인 복귀 / 2018년 12월
이 글은 2018년 1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998&sca=&sfl=mb_id%2C1&stx=lieonsjh&page=2
발매 시기 | 2018. 10. 18 |
리뷰 작성일 | 2018. 12. 10 |
게임 장르 | 대전 액션 |
정식 발매 가격 | 64,800원 |
제작사 | 반다이 남코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DL 전용), PC |
한국어 유무 | 한국어 |
* 이 글은 BN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된 타이틀로 작성되었습니다. *
소울 칼리버 6의 구동 화면.
다른 플레이어와의 치열한 공방과 심리전이 돋보이는 대전 게임은 어느덧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니악한 장르로 분류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캐릭터의 기술, 공격 모션, 패턴, 콤보를 모르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시간만 날리게 되는 대전 게임의 특성 때문입니다.
대전 게임이 과거에 가졌던 영광과 의미는 확실히 남다르긴 했습니다. 오락실에 가면 젊은 층의 남성들은 대체로 대전 게임을 선호했고, 실력이 뛰어나 남들보다 잘하는 게이머라도 나타나면 그 주변으로 구경꾼들이 몰려들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트위치나 유튜브 등의 개인 방송의 성공은 예정돼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매 년마다 줄줄이 대작들과 신선한 인디 게임들이 발매 되는 현시대의 흐름상, 그리고 잘하기 위해선 그만큼 오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실력 향상을 볼 수 있는 대전 게임은 비교적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소울 칼리버 시리즈는 3편, 4편, 5편이 연달아 좋지 않은 매출을 기록하면서 시리즈가 더이상 지속될 수 없을 거라고 팬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울 칼리버는 가뜩이나 마니악한 대전 게임 장르에서 특히나 더 마니악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후속작의 발매.
그러나 불가능해보였던 시리즈의 최신작이 스토리와 캐릭터의 리부트를 내세우며 발매되었고, 팬들은 열광했습니다. 소울 칼리버 6는 전작에서 크게 비판 받았고, 팬들이 외면하게 만들었던 부분 중 하나인 주역들의 세대 교체를 다시 엎어버린 것입니다. 5편에서 전작 캐릭터들이 대거 삭제되며 신규 캐릭터들이 투입됐던 것을 달가워하는 팬들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반감보다는 4편까지의 캐릭터들이 복귀하고 시리즈의 최신작이 발매 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타이틀 메뉴 화면.
전세계 아케이드 시장에서 캡콤에게 대전 게임의 왕좌 자리를 뺏겼던 먼 옛날, 남코는 철권, 소울 칼리버 등의 가정용 콘솔 버전에 스토리 모드와 싱글 요소를 넣는 식으로 차별화를 두었었습니다. 굳이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 게임을 즐기지 않아도 혼자서 즐길 만한 다양한 컨텐츠를 실험적으로 넣어보았던 부분은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었죠.
그러나 소울 칼리버 5편은 그런 싱글 플레이 요소를 대폭 줄여버렸고, 이는 5편이 실패한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그 후속작으로 발매된 6편은 다시 다양한 싱글 플레이 요소를 투입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소울 칼리버 6편의 연대기는 1583년~1590년 사이.
리부트라는 말을 내세운 만큼, 소울 칼리버 6는 그동안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게이머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스토리는 다시 쓰여졌고, 메인 스토리 모드인 소울 크로니클에서는 2D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전개 되는 소울 칼리버의 스토리를 처음부터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크프리트가 소울 엣지를 쥐는 부분부터 스토리는 시작 된다.
먼저, 20년이 넘은 시리즈의 리부트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PS4, XB1 등으로 콘솔에 입문한 젊거나 어린 층들이 많은 시기이고, 이제는 소피티아나 나이트메어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고 있는 게이머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시리즈이고, 철권 3편처럼 세대 교체라는 카드가 실패한 시점에서 시리즈가 되살아날 수 있었던 방법은 리부트 뿐이었을 것입니다.
유부녀의 과도한 섹시 어필로 질타를 받기도 했던 소피티아의 유부녀 설정도 리부트와 함께 삭제되었으며, 오래된 등장 인물들의 스토리를 처음부터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5편의 실패한 세대 교체를 없었던 것으로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연대기로 진행 되는 소울 칼리버의 스토리는 거대한 줄기의 메인 스토리와 각 캐릭터들의 주요 스토리를 다룬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굳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고 싶지 않은 유저라면 원하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해도 되고, 메인 스토리만 감상하고 싶은 유저라면 각 캐릭터 스토리를 플레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배틀로 다른 유저들과 자웅을 겨루는 것보단 각 캐릭터들의 간략한 스토리와 설정을 파고들며 싱글 컨텐츠 위주로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에겐 환영할 만한 구성입니다.
캐릭터 모델링, 일러스트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의 해금을 위해선 스토리를 진행해야 한다.
스토리 모드는 기본적으로 나레이션을 바탕으로 캐릭터들이 대사를 주고 받으며 일러스트와 함께 진행 됩니다. 메인 스토리의 챕터에 따라 CPU 캐릭터들과 대전을 하게 되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철권 7처럼 사이드 스토리가 심각하게 짧은 편은 아니다.
소울 칼리버 2편의 오마쥬 같은 미션 : 리브라 오브 소울은 메인 스토리 모드보다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깨알 같은 육성 + 대전 모드입니다. 소울 칼리버의 세계를 모험하며 다양한 선택지와 소울 엣지에 얽힌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고, 메인 스토리에서는 나오지 않는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추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리브라 오브 소울에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를 모험하며 소울 칼리버의 캐릭터들과 만나게 됩니다. 메인 스토리에서는 짧게 등장하는 마키시 패거리들을 더 길게 볼 수 있고, 킬릭이 수련한 절의 수도승과 함께 동행하거나,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다르게 전개 되는 이벤트를 감상하는 등 나름 대로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임 자체의 그래픽이 뛰어난 편은 아니기에 커스터마이즈 기능 역시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리즈의 주연 캐릭터들조차 모델링이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보니 오리지널 캐릭터의 모델링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만들긴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기본적인 외형 프리셋이나 수치 조절은 가능하며, 머리 색이나 음성 스타일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추가 미션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델링과 그래픽 수준은 떨어지는 편이나, 모든 캐릭터들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소울 칼리버의 특성상 화려한 이펙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적을 타격했을 때의 이펙트, 리버설 엣지 발동 이펙트 등 화려하면서도 눈에 띄는 이펙트는 콤보보다는 단타 싸움 위주로 전개 되는 소울 칼리버의 배틀 특성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리브라 오브 소울에서는 RPG의 육성 느낌을 맛볼 수도 있다.
메인 미션과 마을 주민 등이 의뢰하는 사이드 미션 등으로 골드를 모으고, 그 골드로 마을에서 배틀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더 강력한 대미지와 옵션이 붙은 무기를 구매하는 등 소소한 RPG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배틀 이후 경험치를 습득하여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면 최대 HP가 올라가는 등의 이점도 있으므로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한다는 느낌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리브라 오브 소울은 배틀을 대전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이 고전 RPG 게임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드 덕분에 소울 칼리버 6의 싱글 컨텐츠는 보다 풍족해졌으며, 최근 발매 되고 있는 대전 게임들 가운데 눈에 띄게 혼자서도 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를 하고 싶다면..
네트워크 배틀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크리에이션 메뉴에 주목해야 한다.
소울 칼리버 6를 플레이 하고 있는 게이머들 가운데 일부는 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기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고, 다른 게임의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캐릭터를 소울 칼리버 6에서 재현하고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18호
프레데터
크레토스
고블린 슬레이어 등
전작들이 그러했듯, 소울 칼리버 6에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뿜어내는 커스터마이즈 게이머들이 끼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온라인 커뮤니티를 놀라움과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수많은 커스터마이즈 장인들의 작품들을 볼 수도 있죠. 소울 칼리버 6의 커스터마이즈 기능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다양한 편은 아닙니다. 커스텀 파츠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도구들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친숙한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은 커스텀 파츠는 추후 공개될 세 번째 DLC에서 늘어난다곤 하지만, 기본적인 가짓수가 모자란 것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네트워크 배틀은 다른 지역의 게이머들과 겨루더라도 상당히 쾌적한 편이다.
횡 공격과 종 공격, 킥, 방어로 나뉘어진 소울 칼리버의 독특한 격투 구성은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게이머들에겐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각 공격마다 적에게 입힐 수 있는 대미지가 다르며, 철권처럼 다양한 공격을 섞어 화려하고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콤보 위주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심리전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게다가 저스트 가드 시스템과 카운터 시스템, 가위바위보 형태의 리버설 엣지 등 복잡하면서도 파고 들만한 매력이 있는 격투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초심자나 2005년 마지막으로 한글화 되었던 소울 칼리버 3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게이머라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장 중요한 심리전 외에는 다른 대전 게임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소울 칼리버 6의 커맨드는 상당히 단순한 편입니다. 세로로 공격하는 종 베기는 대미지가 큰 대신 방향키 위나 아래를 눌러 횡으로 이동하면 쉽게 피할 수 있고, 횡 베기는 공격이 빠른 대신 대미지가 낮으므로 가드하거나 앉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틀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적의 종 베기를 유도한 뒤 횡 공격으로 빠르게 반격하거나, 회피한 뒤 역으로 종 베기를 쓰는 식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적과의 공방을 통해 소울 게이지(화면 상단의 타이머 좌우에 위치한 게이지)를 모아 10초간 적이 가드하더라도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소울 차지(SC)를 발동하거나, 위 스크린샷처럼 히트시 강력한 대미지를 일방적으로 입힐 수 있는 크리티컬 엣지(CE)를 발동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합니다.
여느 격투 게임이 그렇듯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리부트를 통해 스토리를 처음부터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신규 유저들에게 희소식임과 동시에 소울 칼리버 6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앞으로도 시즌패스나 DLC를 통해 추가될 예정.
니어 오토마타의 2B도 두 번째 DLC 캐릭터로 출시가 예정된 상태.
시리즈의 존속이 불투명한 상태였지만 소울 칼리버 6는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전작에서 비판 받았던 단점들은 과감히 삭제하고, 새롭게 정리한 스토리를 다시 써내려가면서, 마니악한 장르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대전 게임들 가운데 낮은 진입 장벽으로 신규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모습은 아주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대전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네트워크 배틀 혹은 로컬 모드로 둘이서 할 때나 즐거운 게임이라는 작금의 인식을 깨버리고, 옛날처럼 풍부한 싱글 컨텐츠로 혼자서도 충분히 즐겨볼 만한 게임을 내놓았다는 것 역시 아주 좋습니다.
시리즈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커스텀 파츠가 전작들에 비해 적고, DLC 유료 판매로 늘려나간다는 점이나 낮은 퀄리티의 그래픽, 적은 캐릭터 수는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로 다른 게이머들과 대전하는 즐거움. 경쟁작들과는 다른 행보를 택한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