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스토리 사이버슬루스 해커즈 메모리 (1부) - 디지몬을 보고 자란 세대를 위한, 디지몬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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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스토리 사이버슬루스 해커즈 메모리 (1부) - 디지몬을 보고 자란 세대를 위한, 디지몬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 2017년 12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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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1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875&sca=&sfl=mb_id%2C1&stx=lieonsjh&page=4

 

 

발매 시기 2017. 12. 14
리뷰 작성일 2017. 12. 30
게임 장르 사이버펑크 육성 RPG
정식 발매 가격 64,800원
제작사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이 게임 타이틀은 BN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슬루스 해커즈 메모리의 상세 이미지.

 

 2000년 언저리. 당시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작은 게임기가 있었습니다. 그 전 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라는 게임기와 흡사한 느낌의 게임기였죠. 작은 벽돌 모양의, 디지털 몬스터라는 전자 괴물을 키우는 게임이었습니다. 그 게임기는 다마고치와 여러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디지몬이 배고파하면 먹이를 주고, 똥을 싸면 그것을 치워주고, 때로는 운동도 시키며 건강하게 키워나가는 것이죠.

 물론 거기서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디지몬은 훈련과 애정을 통해 성장하며, 진화라는 것으로 어린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설레게 해줬습니다. 게다가 디지몬 게임기를 갖고 있는 친구와 결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결투와 훈련, 애정을 통해 진화하는 디지몬. 잘못 보살피거나 결투에서 너무 많이 지고 다치면 죽음에 이르러 다시 알로 돌아가는 디지몬.

 

 당시 디지몬을 좋아했던 어린이들은 모르는 사이였더라도 놀이터에서 만나 디지몬 게임기로 결투해보며 금세 친구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포켓몬스터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에 견줄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한 디지몬은, 어느새 도감집이나 공략집, 디지몬 빵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그리고 2000~2001년 즈음. KBS 2TV에서 방영한 디지몬 어드벤처는 게임기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더욱 더 인기를 높여갔죠. 어린이들이 주 타겟이었던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진중한 내용, 감정의 본질적인 부분, 캐릭터의 성장과 죽음 등 지금 보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말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덕분에 포켓몬스터 무인편과 더불어 명작의 반열에까지 올랐죠.

 

 게다가 디지몬 어드벤처의 극장판으로 상영되었던 '우리들의 워 게임'의 경우, 수준급의 스토리와 감동, 전율 등으로 여전히 회자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의 좋은 예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여담으로 이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 우리들의 워 게임 감독이었던 호소다 마모루는 이후 이 극장판을 리메이크하여 썸머 워즈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었습니다.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명작 극장판까지. 디지몬을 보고 자랐던 세대는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릴 적 환호했던 그 디지몬을 향한 애정이 조금씩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작품으로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디지몬 월드 리 디지타이즈에서도 등장했던 미카구라 미레이. 동일 인물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두 게임 중 어떤 것을 먼저 시작할지 고를 수 있다.

 

​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즈 메모리는 약간 특이한 케이스의 게임입니다. PS Vita로만 독점 발매되었던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는 국내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고, 당연히 한글화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PS4와 PS Vita로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 슬루스 해커즈 메모리(이하 해커즈 메모리)가 발매되면서 디지몬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축복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후속작이자 확장팩 격인 해커즈 메모리 게임 내에 사이버 슬루스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해커즈 메모리를 한글화하면서 사이버 슬루스도 같이 한글화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해커즈 메모리를 구매하면 2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한글화가 되지 않았던 전작도 한글로 즐길 수 있어졌죠. 덕분에 올해 5월 경 실시했던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한글화 대폭발 시즌 2 행사장에선 난리가 났었습니다.

 

 

 

후속작 포지션인 해커즈 메모리와

 

그 전작인 사이버 슬루스.

 

​ 리뷰 앞에서 두 개의 게임이 수록된 것과 한글임을 강조한 것은 이 게임의 분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 분량 때문에, 디지몬 스토리 사이버슬루스 해커즈 메모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리뷰를 진행합니다. 이 1부는 해커즈 메모리의 전작인 사이버 슬루스의 리뷰입니다.

 

 

 

정신 없는 인터넷 채팅들을 보여주며 게임은 시작 된다.

 

썸머 워즈의 인터넷 공간과 흡사한 느낌의 사이버 슬루스 속 전뇌 공간 에덴.

 

남성, 혹은 여성으로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남성의 디폴트 네임은 타쿠미. 여성은 아미다.

 

 

​ 사이버 슬루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완급 조절이 무척 잘 되어 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가 하면 어느새 급류를 타듯이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너무 빠른 전개에 정신이 없다 싶으면 다시 약간 느린 전개를 반복합니다. 이런 적절한 완급 조절 덕분에 어느 타이밍에 게임을 끄고 다음에 다시 켜면 되는지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지요.

 

 

 

사이버 슬루스의 주 소재 중 하나인 해커.

 

포켓몬의 박사님?

 

처음에 얻는 디지몬은 전부 성장기이며, 각각 종족이 다르다.

 

턴제 RPG 게임의 기본이나 다름 없는 상성 시스템.

 

모든 디지몬을 도감에 모아서 디지몬 마스터를 목표로?

 

 

​ 사이버 슬루스의 전투 파트는 턴제 RPG 게임의 정형화된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신, 데이터, 바이러스, 무종족으로 나뉜 종족 덕분에 상성 시스템은 보다 심화된 가위, 바위, 보 싸움을 즐길 수 있죠. 거기다 각 디지몬의 성장 수준에 따라 상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재미까지 있습니다.

 

 사이버 슬루스의 전투가 턴제 방식인 점은 디지몬 팬들에게는 무척 반갑고 고맙게 느껴질 것입니다. 디지몬 어드벤쳐 당시부터 디지몬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작은 디지몬 게임기로 친구들과 턴제로 주고 받는 배틀 방식에 익숙할 것이고, 어정쩡한 액션 게임으로 발매될 바에야 이렇게 잘 만든 턴제 방식으로 수작의 게임이 발매되는 것을 원할 테니까요. 

 

 

 

전투에서 디지몬을 만나면 자동적으로 디지몬을 스캔한다.

스캔율이 100%가 넘으면 그 디지몬을 내 디지몬으로 만들 수 있다.

 

 

​ 기본적으로 배틀의 난이도가 높은 편인 사이버 슬루스의 전투는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쫄깃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웬만큼 디지몬을 강력하게 키운 게 아니라면 상성 공격을 잘못 맞을 경우 한 순간에 즉사할 수도 있고, 역상성인 경우 플레이어의 디지몬은 상대방 디지몬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이버 슬루스의 배틀은 어느 정도 전략적인 부분을 요구합니다.

 

 어려운 난이도의 전투와 일정 진화 이상부터 까다로워지는 진화 조건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성인을 위한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단순히 어렵기에 성인이 재밌다고 느낀다는 말이 아니라, 그 짜임새가 어린 아이들이 하기엔 약간 무리일 수 있지만 성인 게이머가 느끼기엔 짜임새가 좋으며 완성도가 좋다는 말입니다.

 

 사이버 슬루스의 전투는 상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배틀 중에도 디지몬을 교대시키고, 역상성을 잡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공격을 노려보고, 보스전의 경우 공략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뚫을 것인가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서로 뒤엉켜 전투가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게 해주는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죠.

 

 

 

 

​ 그리고 디지몬을 보고 자랐던 세대를 위한 연출의 재현도 디지몬 어드벤처 팬에게는 감회가 새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숱하게 보았던 디지몬 어드벤처 주역 8인방의 고유 필살기 연출이나 레오몬, 우가몬 등등 주, 조연들의 연출 재현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 종종 각 디지몬의 고유 필살기 번역이 친숙한 것과 전혀 다른 번역이 되어 있는 경우는 있습니다. 니드몬의 바늘 뿜기가 싸우전드 니들로 나오는 것처럼요. 옛날에 보았던 그 번역과 다른 건 아쉽지만,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이 번역이라는 것이 애니메이션, 관련 TCG 카드, 관련 게임, 만화책 중 번역명 가이드 지침이 그 때마다 달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사이버 슬루스의 오리지널리티를 극대화 시켜주는 디지랩.

 

디지랩엔 모종의 이유로 디지몬 월드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건너온 미카구라 미레이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디지몬의 진화는 디지랩에서만 가능.

 

 



영상이 보이지 않을때 : https://youtu.be/m3mZ_is2YCc

 

​ 사이버 슬루스는 여러모로 포켓몬 게임이나 페르소나와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포켓몬이나 페르소나들을 동료로 얻고, 포켓몬의 레벨을 올려 진화시키는 점이나 페르소나 시리즈에서 일상과 전투 파트를 나누어 일상 파트에서는 이런저런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도 하고 NPC들과 대화도 하는 등의 베이스 부분이 닮은 편입니다.

 

 이런 특징들은 몇몇 JRPG나 RPG 게임들의 기본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육성에 더 무게를 둔 육성 RPG일 경우엔 서로 비슷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정도죠.

 

 

 

디지랩에서는 네트워크 배틀로 다른 플레이어와 배틀을 즐길 수도 있다.

그 옛날 디지몬 게임기를 붙이고 모르는 아이와 열심히 겨루던 때처럼 말이다!

 

디지몬 게임기의 특징을 작게나마 구현해둔 디지팜.

 

디지팜에 넣어둔 디지몬들은 천천히 자동으로 레벨을 올린다.

또한, 특정 진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특훈이 필요할 때도 있다.

 

명작으로 남은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 '우리들의 War Game'의 주 악역 디아블로몬의 전 단계 인펠몬.

 

진화 조건을 충족시키면 진화 OK 상태가 된다!

 

 사이버 슬루스에서는 디지몬을 동료로 얻고, 옛날 디지몬 게임기처럼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다음 세대로 진화를 시킬 수 있습니다. 옛날 디지몬 게임기의 경우, 아구몬에서 그레이몬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배틀과 훈련을 일정 횟수 만족시켜야 하며 밥을 어느 타이밍에 주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만 했습니다. 포켓몬처럼 정해진 진화 트리가 없다는 것도 디지몬의 특징입니다. 옛날부터 그래왔고, 사이버 슬루스는 디지몬 팬들이 좋아하던 그 부분을 디지몬스럽게 잘 구현해냈습니다.

 

 또한, 당시 포켓몬과 차별화를 두었던 부분처럼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특정 개체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디지몬 게임기에선 불가능했지만 옛날 디지몬 애니메이션에서는 가능했던, 진화 뿐만이 아니라 퇴화도 가능하단 점 역시 사이버 슬루스의 육성 부분을 더욱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부분입니다.

 메탈 그레이몬을 키워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아구몬으로 퇴화시켜서 스컬 그레이몬으로 진화시키는 게 가능하니까요.

 

 

 

디아블로몬의 디자인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잘 디자인했다.

 

​ 단순한 진화 시스템에 질린 게이머라면, 디지몬을 사랑했던 게이머라면 적어도 사이버 슬루스의 진화 시스템은 아주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재능이라는 별개의 스테이터스 때문에 약간의 노가다와 짜증을 동반할 수는 있지만 유년기, 성장기, 성숙기, 완전체, 궁극체, 초궁극체에 이르는 넓은 진화 폭에서 그 끝에 있는 궁극체와 초궁극체를 만들기 위함이고 또, 그 재능이라는 스탯을 올리는 과정이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기에 납득할 수 있는 장치라 생각됩니다.

 

 

 

조그레스(합체) 진화까지 구현된 부분은 감사하다는 표현밖엔 나오지 않는다.

 

메뉴의 디지몬 도감에선 각 디지몬의 레벨별 스테이터스와 배울 수 있는 스킬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디지몬 20년 역사상 최고의 인기 No.1 디지몬이자 추억속 디지몬 황금기 시절을 이끈 주역 오메가몬.

 

 

​ 앞서 언급했듯이 사이버 슬루스는 크게 전투 파트와 일상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상 파트에는 디지털 몬스터라는 시리즈의 특징이 잘 녹아 있는 디지털 공간(전뇌 공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오락실에서는 특별한 오프라인 챌린지를 즐길 수 있다.
일종의 등급별 디지몬 배틀 토너먼트.

 

​ 플레이어는 반 전뇌체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조작하여 설정상, 게임속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현실 세계와 전뇌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에덴 이외의 디지털 공간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 설정 덕분에 주인공은 전뇌 탐정으로서 현실 세계에서의 의뢰와 디지털 세계에서의 의뢰를 수월하게 해낼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이버 슬루스라는 게임의 즐거움을 증폭시켜줍니다.

 

 탐정으로서 사람들의 의뢰를 해결해주기 위해 디지털 공간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바삐 뛰어다닌다는 설정 덕분에 스토리상 설정 오류가 벌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스토리 미션을 진행중인 것이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픈 월드 게임이나 자유도가 높은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종종 느끼는 이질감을 느낄 수가 없죠.

 이는 사이버 슬루스가 게임 설정을 기막히게 잘 잡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마치 핸드폰 문자를 주고 받는 듯한 디지라인은 은근한 재미를 보장한다.

때로는 연애 시뮬레이션 같기도...

 

 

​ 전뇌 탐정으로서 의뢰를 수행하는 과정은 다채로운 편입니다. 때로는 단순한 분실물을 찾아주기 위해 현실 세계의 의뢰마다 정해진 장소나, 전뇌 공간의 특정 장소를 뛰어다닙니다. 어떤 때는 망가진 에어컨을 수리하기 위해 작은 전뇌 공간으로 뛰어들어 에어컨 작동을 방해하는 디지몬을 처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탐정으로서의 의뢰도 아주 즐겁습니다. 사이버 슬루스에선 전뇌 공간 뿐만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의뢰도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게 되죠. 특히 인상 깊었던 도시 괴담과 관련된 오컬트 의뢰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그 전까지는 단순히 디지몬 관련된 의뢰만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에 더욱 더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그 의뢰들을 열심히 해결하다 보니 탐정으로서 의뢰를 해결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의뢰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습니다.

 

 

 

탐정으로서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자체에 꼭 필요한 해킹 스킬.

 

다양한 캐릭터들이 의뢰를 맡기러 온다.

 

​ 사이버 슬루스의 탐정 의뢰는 상당히 흥미로운 편입니다. 디지몬과 관련된 의뢰, 전뇌 공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뢰, 현실에서의 의뢰, 그리고 두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주인공이기에 수행할 수 있는 의뢰 등등.

 

 사이버 슬루스의 제작진은 탐정의 컨셉을 아주 잘 살렸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설정과 기막히게 조합하여 의뢰의 다양성을 높이고 때로는 단순한 서브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무게를 싣기도 했죠. 그 덕분에 플레이어는 포켓몬 아류작처럼 보였던 디지몬을 소재로한 게임에서, 포켓몬에선 느낄 수 없는 디지몬만의 특별한 재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히터를 고장낸 원인은 프리지몬?

 

사이버 슬루스의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탐정 쿠레미 쿄코.

복장이 정말 인상 깊다.

 

마찬가지로 복장이 인상 깊고 주연 캐릭터인 노키아.

 

복장보다는 말투가 심각할 정도로 특이한 키시베 리에.

 

 

​ 디지몬이 메인인 게임이지만, 사이버 슬루스에는 디지몬 못지 않게 매력적인 주, 조연 캐릭터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합니다. 주인공과 함께 탐정 일을 하는 쿠레미 쿄코나 주인공의 친구들인 노키아와 아라타, 그리고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유코, 키시베 리에, 유고 등. 각 캐릭터들은 디지몬 못지 않게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플레이어에게 각인시킵니다.

 

 사이버 슬루스의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를 소개하는 방식은 정말 매끄럽고 나무랄데 없는 수준입니다. 몇몇 게임들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 굳이 플레이어의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그 캐릭터를 게임에서 소개하고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있지요. 다행히도 사이버 슬루스는 그런 유형이 아닙니다. 첫 등장이더라도 짧고 굵게 그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진행이 늘어지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구몬과 파피몬!

 

 

​ 인간 캐릭터 뿐만 아니라 사이버 슬루스의 핵심 주제인 디지몬에 관한 포커스도 적절한 편입니다. 디지몬 어드벤처가 각 캐릭터와 디지몬의 중요도를 적절하게 맞추어 나무랄데 없는 균형을 보여주었듯이, 사이버 슬루스 또한 그 노선을 타고 있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처럼 디지몬과 함께 각자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잘 그려냈습니다.

 

 

 

챕터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이버 슬루스.
분량이 상당한 편이다.

새로 추가되는 의뢰를 전부 수행하며 궁극체를 위한 약간의 노가다를 겸하면챕터 10까지 25시간 정도 걸린다.

 

한정판에서는 무려 추억의 명곡 버터플라이와 디지몬 어드벤처, 파워 디지몬 등의 진화 BGM도 들을 수 있다!

 

 

​ 전체적으로 사이버 슬루스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매끄러우며 늘어지거나 너무 빠르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으며, 그래픽은 약간 아쉬운 편이나 PS Vita 독점으로 발매되었던 작품이기에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 더러 있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사운드를 이용하면 추억에 젖어 훨씬 더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기본 디폴트 사운드 역시 준수한 편입니다. 배틀이 잦은 게임에서 BGM이 쉽게 질린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다행히도 사이버 슬루스의 BGM은 전뇌 공간이라는 느낌을 잘 살려내 지겹지 않습니다.

 

 전뇌 공간과 반 전뇌체, 그리고 전뇌 탐정이라는 설정과 특성을 아주 잘 살린 부분은 플레이 자체를 정말 즐겁게 해줍니다. 자유롭게 두 공간을 돌아다니며 탐정으로서 행동하는 즐거움과 이질감을 느낄 수 없는 부분은 설정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제작진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디지몬 어드벤처 시절의 디지몬만 알고 있더라도, 디지몬을 모르더라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디자인의 디지몬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 역시 좋습니다. 도감을 채워나가며 디지몬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이런 류의 육성 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니까요. 게다가 원한다면 언제든 디지몬의 이름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유로움도 좋습니다. 원한다면 오메가몬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일 수 있으니, 이런 깨알 같은 부분은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로 작용될 것입니다.

 

 

 

 

​ 옛날, 디지몬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추억 속 디지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심지어 사이버 슬루스가 PS Vita 독점으로 발매되었을 때는 한글화는 고사하고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았었으나, 해커즈 메모리가 PS4로 국내 정식 발매되면서 사이버 슬루스를 한글로 즐길 수 있어졌으니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인 셈입니다.

 

 한정판의 구성품은 직접 구매한 게이머로서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게임 속 커스텀 사운드에서 버터 플라이를 들었을 때는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평범한 두께의 아트북 퀄리티를 보았을 때는 실망했지만 커스텀 사운드에서 디지몬 어드벤처 진화 BGM과 파워 디지몬 진화 BGM, 버터 플라이가 재생되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이 부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사이버 슬루스 제작진은 과거 디지몬 팬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팬들이 원할 만한 것. 팬들의 니즈를 잘 아는 제작진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기막히게 게임 내에 구현해두었습니다.

 

 

 

 



영상이 보이지 않을때 : https://youtu.be/___o_bOY22U

 

 

 

 

 디지몬 게임기의 미니 버전인 디지팜과 한정판 사양의 커스텀 사운드, 옛날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각 디지몬 고유 필살기의 연출 재현, 디지몬 어드벤처 팬들이 열광했던 주인공들의 디지몬과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부분까지. 그리고 거기에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 추가로 지루할 틈 없는 즐거운 선물 상자를 준비해두었습니다.

 

 

 

 

​ 사이버 슬루스는 디지몬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정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디지몬을 모르는 사람들 역시 포켓몬과는 다른 디지몬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흥미로운 컨셉, 그리고 그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출과 개성 등을 마련했습니다.

 디지몬을 알고 있던 게이머라면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며, 디지몬을 몰랐던 게이머라면 사이버 슬루스의 독특한 전뇌 탐정 이야기를 친숙한 페르소나, 포켓몬과 비슷한 방식의 게임으로서 색다른 육성 RPG를 즐겨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이 잘 만들어진 수작은 시리즈의 팬과 팬이 아닌 게이머들 모두가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입니다.

 

 

 

 

8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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