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레일리 - 추억 속의 아기자기하고 어렵지만 그리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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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레일리 - 추억 속의 아기자기하고 어렵지만 그리운 / 2017년 12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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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1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873&sca=&sfl=mb_id%2C1&stx=lieonsjh&page=4

 

 

발매 시기 2017. 12. 12
리뷰 작성일 2017. 12. 19
게임 장르 3D 플랫포머 어드벤처
정식 발매 가격 39,800원
제작사 플레이토닉 게임즈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이 게임은 인트라 게임즈에서 리뷰용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

 

 

 

유카-레일리의 구동 화면.

 

​ 반조 - 카주이, 동키콩 컨트리, 007 골든아이 등 역사 속의, 혹은 과거의 명작들의 이름 정도는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앞서 거론한 세 개의 게임은 모두 같은 제작사에서 개발된 게임입니다. 네, 레어 LTD입니다.

 

 유카-레일리는 그 레어에서 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레어는 지금 한창 XBOX ONE으로 발매되는 씨 오브 씨브즈라는 게임을 개발중이니까요. 그런데 굳이 레어를 언급한 이유는, 이 게임을 개발한 플레이토닉 게임즈라는 신생 개발사가 레어에서 독립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 설립된 플레이토닉 게임즈의 로고.

PL 위에 있는 눈 모양은 게임 내에서도 크리쳐로 만나볼 수 있다.

 

메인 모험은 1인용.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은 2명 혹은 최대 4명이서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조그만 도마뱀과 박쥐가 주인공!

 

​ 유카-레일리는 게임 내의 유카라는 도마뱀 주인공과 그의 파트너 레일리라는 박쥐의 이름입니다. 그들이 오래전 만들었던 반조-카주이나 라쳇 & 클랭크, 잭 & 덱스터 같은 느낌이지요.

 

 

 

 

​ 플랫포머 게임은 현 세대엔 상당히 귀한 장르입니다. 가을쯤 PC와 XB1으로 발매된 컵헤드나 최근에 발매된 마리오 오딧세이가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고 있어 아직까진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은 입증되었으나, 플랫포머라는 장르 자체가 옛날에 비해 잘 안 나오는 게임이 된 건 사실입니다.

 

 유카-레일리는 요즘엔 보기 드문 3D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입니다. 넓디 넓은 세계엔 몇 개의 스테이지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뛰어 노는 구조지요. 장르의 특성상 남녀노소 별 어려움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하고, 귀엽거나 특색 있는 캐릭터들이 나와야 했습니다. 우선, 다행스럽게도 특색 있는 캐릭터들은 등장하네요.

 

 

 

유카-레일리의 못생긴 악당 캐피털 B와 그의 사원들.

 

​ 유카-레일리는 성공해야 했습니다. 아니, 어마어마한 성공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성적은 거둬야 했습니다. 레어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설립했다지만 플레이토닉 게임즈의 첫 작품이자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할만한 작품이어야 했으니까요. 게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게임이기에 최소한 후원자들을 실망시켜선 안됐습니다.

 

 

 

번역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

이정도의 직역은 정말 오랜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처음 유카-레일리를 플레이했던 1시간은 황당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번역 상태는 좋지 못했고 카메라 시점은 엉성했으며 옛날 게임을 만들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게임도 정말 옛날 게임인 것처럼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엉성하고, 모자랐으며, 답답하다. 그게 첫 느낌이었습니다. 유카를 비롯한 몇몇 캐릭터들은 귀엽고 정감가지만,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이 훨씬 더 많았죠. 괴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올라오는 그런 디자인의 캐릭터들이 말입니다.

 

 

 

 

​ 다행스럽게도 게임의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플랫포머 게임이 어렵고 복잡하다면 일단 거기서 실격인 셈이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인내심과 함께 조금 더 붙들고 있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첫 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게임이었지만, 플레이 하다보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잘못된 생각이 아니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모험의 시작.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 사악한 캐피털 B가 더 원 북의 모든 페이지를 모아 제 멋대로 하지 못하도록, 더 원 북의 찢겨진 페이지들을 그보다 먼저 모으는 것. 무척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조각나버린 페이지도 있다.

 

 

​ 페이지들을 모으다 보면 책 속의 세계를 더 확장시킬 수 있고, 그 스테이지의 더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심플한 구조인 셈이죠.

 

 

 

첫 스테이지는 열대 지역.

 

 

​ 책 속의 세계는 정말 넓고 넓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말입니다. 다른 게임이라면 그럴 때 지도를 열어 확인해보면 되겠지만, 유카-레일리에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지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튜토리얼 구간부터 만나게 되는 뱀 상인.

 

 

​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단점들만 놓고 본다면 유카-레일리는 굳이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점만 있는 게임은 없듯이 유카-레일리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장점들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플레이어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이었고, 그 덕분에 게이머로서. 그리고 필자로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변형 레이저를 실험 중인 퍼즈 박사.

 

박사님, 저도 박사님처럼 변하는 건 아니겠죠?

 

하다하다 이젠 말하는 표지판까지...

 

해골을 잡아 먹는다니 어떻게 된 놈들일까?

 

찬조 출연 삽질 기사?!

 

눈사람이 춥다고 모자를 찾아달라니...

 

​ 전체적으로 유카-레일리에 등장하는 NPC들은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입니다.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말하는 표지판, 변형 레이저를 실험하다 문어 인간이 되어버린 박사, 경주하자는 구름 등등.

 

 그들은 여느 게임의 NPC가 그렇듯 저마다의 부탁을 해옵니다. 그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릅니다. 유카-레일리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NPC는 부탁의 보답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페이지를 건네주지만, 그들이 주는 페이지를 굳이 받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 널리고 널린 페이지를 습득하는 것으로 메인 스토리는 충분히 엔딩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NPC 퀘스트를 만들었을까요. 왜 그리 쓸데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곳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여 개발을 한 것일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페이지를 주는 NPC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퀘스트를 수행할지 말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기는 것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플랫포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NPC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된다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페이지만 습득하고 그 세계의 보스만 처리하고 빨리 넘어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유카-레일리의 세계에서 강제적인 부분은 아주 조금 뿐입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한 극히 일부만이 강제적일 뿐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습니다. 크리쳐들을 처치하는 것이 즐겁다면 그걸 하면 됩니다. NPC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즐겁다면 그걸 하면 됩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그 세계의 숨겨진 모든 것을 수집하고 싶다면 그리 하면 됩니다. 어느 누구도 그걸 강요하지 않습니다.

 

 유카-레일리라는 게임은 책 속의 세계에 들어간 뒤부터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그곳에서 개발자들이 구현해놓은 것들을 무엇이든 갖고 놀면 그만입니다. 바닥에 널린 모래들로 성을 쌓거나 벽을 세우거나 터널을 만드는 것처럼요.

 

 

 어떤 게이머들은 이런 부분에 되려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 역시 처음엔 요즘의 게임들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불편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으니까요.

 최종 목표는 캐피털 B를 막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페이지를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책 속의 세계에 던져졌을 때 해야 할 목표가 나오질 않는다. 맵도 보여주질 않는다. 나는 여기서 뭘 해야할까? 그냥 주구장창 페이지만 모으나? 이걸 왜 하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카-레일리는 어쩌면 획일화 된 요즘 게임에서 게이머들을 풀어주려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큰 목표는 잡아주되, 거기까지 도달하는 것은 자유롭게.

 옛날에도 게임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적어도 옛날엔 이런 방식의 게임들이 많았으니까요.

 

 

 

HP가 모자라면 나비를 잡아먹는다.
기술을 쓰기 위한 파워 게이지가 모자라면 나비에 몸을 부딪힌다.
정말 간단하다.

 

크리쳐들은 꽤 귀엽다.

 

단순한 조작으로 온갖 기술들을 쓸 수 있다.
뱀 상인에게 기술을 구매해야 점점 늘어나지만 말이다.

 

 

​ 유카-레일리는 옛날 방식으로 회귀한 3D 플랫포머 방식을 택했습니다. 자유롭게 뛰어 놀고, 중독성 있는 반복적인 BGM과 온갖 다양한 퍼즐. 그리고 일관되지 않은 특이한 플레이.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은 딱 알맞은 느낌을 줍니다. 첫 번째 스테이지인데도 때로는 너무 어려운 퍼즐이 등장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도 때로는 너무 쉬운 퍼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레벨 디자인이 잘못된 게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기술했듯이 이 게임에선 모든 퍼즐을 풀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모든 퍼즐을 풀고 모든 수집 요소를 모으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 퍼즐을 풀 두뇌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건 매니악한 게이머들을 위한 부분이지요.

 

 각 스테이지에서 페이지를 6개 이상 굳이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상은 수집 요소를 사랑하는 매니아와 보다 어려운 퍼즐을 푸는 것을 즐거워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종합해 봤을 때, 유카-레일리의 레벨 디자인은 딱 알맞은 느낌입니다.

 

 

 

박사님, 제발 문어 인간만은 안 돼요!

 

오 이런...

 

​착한 어린이 여러분은 절대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 돼요.

 

 

​ 유카-레일리가 재미난 점은, 개발자들이 만들어둔 요소들은 전부 그만한 이유가 있고 활용할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퍼즈 박사의 실험 실수로 단순한 꽃이 된 것 같지만, 이 상태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도 있습니다. 바로, 식물 NPC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 게다가 놀랍게도 나름의 정교한 물리 엔진을 넣으려 애쓴 부분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꽃으로 변한 탓에 유카로서의 기술들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졌을 때 상자를 몸으로 밀어서 치워버리고 퍼즐을 푸는 구간이 특히 놀라웠습니다.

 

 

 

특별한 열매가 맺힌 꽃에서 열매를 흡수한 뒤 네모 버튼을 누르면..

 

특별한 기술을 쓸 수도 있다!

 

깨알 같이 1인칭 시점 조준 시스템도 지원한다.

 

뱀 상인이 파는 기술은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

어딘가 약장수 같은 문구들이 신경쓰이지만 무시하자.

 

기술 사용 방법을 까먹었다면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게임 내 특별한 것들을 달성할 때마다 토닉이라는 것을 새롭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

 

 

​ 유카-레일리가 즐겁게 느껴졌던 것은 단순히 옛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게임를 진행하면 할수록 제작자들이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것들은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오브젝트, 상호작용, NPC의 부탁을 들어주며 겪는 일들, 계속해서 마주하는 새로운 세상, BGM은 옛 반조-카주이나 동키콩 컨트리 같은 게임들에 비해 중독성이 떨어지지만 그 대신 얻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볼만한 그래픽. 네, 그리고 사실 거기에 그리운 추억 속의 게임들을 연상케 하는 느낌 한 방울을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게임에서 보스전이 빠지면 섭섭하지!

 

사실 유카-레일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4차원의 벽을 넘는 발언을 꽤 자주 한다.

 

그러게 아저씨, 에저녁에 곱게 물건 산다고 했음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닙니까.

 

뜬금 없이 퀴즈를 풀어야 보내준다니까 늘 그렇듯 시니컬하게 말하는 레일리.

사실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었다.

 

정답을 맞추면 부사장님이 무척 짜증을 낸다.

유카피디아(위키피디아) 본 거 아니냐, 우연히 찍은 걸 거다, 운이 좋았다 등등.

6초 이내에 정답을 맞추면 추가로 +1점을 주면서 더 짜증을 낸다.

 

오 저런...

 

그정도면 화석 아니니?

 

플레이토닉 게임즈가 렉스트로를 통해 알려주는 진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 옛날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로서 유카-레일리는 그리운 요소들로 점철된 느낌입니다. 플레이토닉 게임즈는 게임 곳곳에 옛날 게이머들이 향수를 느낄만한 장치들을 준비해두었고, 플레이어가 그 장치들을 건드리지 않을까봐 때로는 대놓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치, 짱구 극장판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옛날 냄새를 강제로 들이마시게 했던 것처럼 플레이어들을 옛 그 시절로 납치해 오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건, 썩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렉스트로는 각 스테이지에서 다른 아케이드 게임을 들고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메모리 카드!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PS3 이후로 콘솔 게임을 접한 세대는 모르겠지만...

 

렉스트로의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은 메인 메뉴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무려 최대 네 명이서 말이다.

 

 

​ 유카-레일리는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은 게임입니다. 옛날 게임의 느낌을 충실히 살렸지만,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즐기기에 뒤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옛날 게임의 느낌과 요즘 게임의 느낌을 적절히 섞은, 딱 그런 느낌입니다.

 

 그 적절한 중도의 길 때문에 이 게임은 몇몇 편의성을 의도적으로 포기해버렸습니다. 요즘 게임들이 게임 내 분위기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편의성을 살리는 것과는 다른 선택입니다. 그것은 불편하고, 누군가에게는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로까지 느껴질 것입니다.

 

 

 

찾아다닐 건 많고, 세계는 넓다.

 

 

​ 그렇다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굳이 옛날 느낌의 게임을 플레이 해볼 가치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유카-레일리는 앞서 언급했던 부분들처럼 모자란 부분이 많습니다. 퍼즐 파트에선 퍼즐에 집중하도록 카메라 시점을 고정해주는 경우가 잦으나, 어드벤쳐 파트에선 카메라 시점이 가끔 엉망일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카메라 시점은 엉성하고, 플랫포머 게임들의 특징 중 하나인 중독성 있는 BGM은 모자란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스테이지는 넓으면서 맵을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옛날 게임 방식이라 요즘 게임들에 익숙한, 익숙해진 게이머들에겐 불편하게 느껴질만한 요소들이 다분합니다.

 

 

 

 

​ 추억을 건드린다. 옛날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면서 그 시절의 향기를 있는 힘껏 내뿜습니다.

그리곤 자유롭게,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던져 놓습니다. 열심히 달려서 게임을 엔딩까지 몇 시간 안에 보건, 천천히 게임 내의 모든 수집 요소를 컬렉트하건, NPC들의 부탁을 전부 무시하건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맡깁니다. 전체적인 큰 목표만 잡아준 채 말입니다.

 

 플랫포머 게임들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의 성장, 강화 요소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도 무척 좋습니다. 필자가 여전히 아주 사랑하는 라쳇 & 클랭크의 경우 게임의 난이도가 무척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캐릭터를 성장시키지 않으면 점차 너무 힘들고 오래 걸릴 정도로 후반부의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켜야만 합니다. 유카-레일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 아이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퍼즐들이 마련되어 있고, 보스전 역시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 자, 우리는 이렇게 네가 놀 곳을 만들어두었어. 여기 작고 귀여운 도마뱀과 그의 파트너 박쥐 친구가 있어. 복잡하게 생각할 건 아무 것도 없고, 목표를 해치우면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그런 것들은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어.

 네가 즐기고 싶은 만큼 즐겨. 이 게임은 널 위한 거야.

 

 유카-레일리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마지막 목표와 각 스테이지의 필수 목표인 스테이지 보스만을 가이드 라인으로 잡아두었으니, 그 과정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너의 이야기를 써달라.

 

 스테이지 순서를 제외하면 진행에는 순서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 할지는 전부 자유. 그 속에서 NPC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세계 곳곳에 숨겨진 페이지들을 모아 나가는 일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순서가 없기 때문에 언제 게임을 멈췄다가 다시 진행해도 부담 없는 것 역시 아주 좋았습니다.

 

 옛 향기를 강하게 뿌리고 있지만, 옛날 게임을 접해본 적 없는 게이머나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이들과 함께 즐겨도 부담스러운 장면이 없어 좋으면서도 다 큰 성인조차 홀로 힐링을 받으며 즐길 수 있는 게임. 유카-레일리는 그런 게임을 찾고 계셨던 게이머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작품입니다.

 

 

 

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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