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로봇 대전 X - 발전보다는 균형에 초점을 맞춘 판타지 세계관의 슈로대 / 2018년 4월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슈퍼 로봇 대전 X - 발전보다는 균형에 초점을 맞춘 판타지 세계관의 슈로대 / 2018년 4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3. 17:35

본문

이 글은 2018년 4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949&sca=&sfl=mb_id%2C1&stx=lieonsjh&page=3

 

 

발매 시기 2018. 03. 29
리뷰 작성일 2018. 04. 25 ~ 04. 27
게임 장르 SRPG (시뮬레이션 RPG)
정식 발매 가격 72,800원 / 62,800원
제작사 반프레스토 / 반다이 남코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PS Vita
한국어 유무

 

 

* 이 게임 타이틀은 BN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

 

 

 

 

 

 

슈퍼 로봇 대전 X(이하 슈로대 X)의 구동 화면.

 

​ 판권작 최초 한글판이자 슈로대 역사상 두 번째 한글화 작품이었던 슈로대 V의 성공적인 발매 이후, 약 1년 1개월이 지난 2018 년 3월 29일 두 번째 판권작 한글판인 슈로대 X가 발매되었습니다. 두 번째라고는 하나, 25년이 넘도록 한글화가 된 적 없었던 슈로대인 만큼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타이틀이기에 팬들의 기대치와 흥분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슈로대 X를 발표하던 때에 제작자 인터뷰에서 슈로대 V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말이 나와,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높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초 발표 자리에서 공개된 참전 작들이 슈로대 V와 비교했을 때 되려 한 작품 줄어든 수준이고, 여전히 2차 Z 재세편 등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라는 것에서 적지 않은 실망을 내비친 팬들이 많았습니다.

 

 

 

슈로대 X가 현재 유저들에게 받고 있는 질타 중 한 가지는

반다이 남코의 잘못에서 시작된 점도 있다.

 

​ 2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장수한 시리즈로서 일정 주기마다 크고 작은 변화들을 보여줘 왔습니다. 때로는 퇴보하기도 했지만, 놀라울 정도의 시스템 개선이나 변화가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긍정적인 진보를 보인 작품들은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 작년에 발매된 슈로대 V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타겟으로 잡아, 난이도는 비교적 쉽게 잡고 UI의 간략, 개선과 지긋지긋한 인터미션 BGM을 교체하고, 호평 받았던 유저 커스텀 BGM 시스템을 집어 넣으며 친숙한 로봇들과 극의 신선함을 불어 넣어줄 매력적인 신규 참전 작을 등장 시켰습니다.

 

 

 

판타지와 마법이 베이스인 슈로대라니!

 

​ 슈로대 시리즈는 사실 일본 내수용 작품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일본 내수용으로만 제작되었기에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슈로대 팬들은 일본판이 발매되면 비싼 돈을 주고 일본어 버전을 즐겨왔죠. 그리고 그 판권작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 전작이었던 슈로대 V였습니다.

 

 해외 시장 전개의 시발점이 될 작품이었기에, 슈로대 V는 난이도나 유저 편의성을 고려한 부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신규 유저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슈로대 V 이전 작품들에 관심은 있었지만 언어의 장벽에 막혀 포기한 이들부터, 건담과 마징가 등 친숙한 로봇이 나오는 한글화 게임이란 것에 끌려 슈로대 V로 입문한 이들도 있었죠. 그런 점에서 슈로대 V는 나름 성공적인 시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마법과 고대 병기, 색다른 오프닝.

 

이번 작품도 주인공은 2명.

옛날처럼 주인공이 4명 이상인 작품은 더이상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 하지만 슈로대 V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PS3/ PS Vita로 발매되었던 3차 Z 시리즈와 연출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고 적은 참전 작, 존재 의미가 없어진 환장 파츠, 주인공 캐릭터 성별에 따른 변화가 아주 미비한 부분, 특정 작품 편애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그런 단점들을 상회하는 장점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에선 한글화 버프가 크게 작용한 덕에 대체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슈로대 X에서의 단점들은 한글화 버프가 전작보단 약해졌기에 단점을 상쇄하는 힘이 덜해졌습니다. 그런데다가 전작과 거의 똑같은 단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호불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슈로대 시리즈에 첫 등장한 슈퍼 씽씽캅!(마신 영웅전 와타루)

무려 메인 스토리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다.

 

​ 판타지와 마법을 주 세계관으로 설정한 슈로대 X는 일각에선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PV와 작품 발표회에선 공개되지 않았지만 마법기사 레이어스 슈퍼 그랑죠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 혹은, 슈로대 X가 첫 마법 세계관으로 활로를 열고 다음 작품에서 레이어스 그랑죠가 참전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애정어린 작품들의 참전을 기다리는 팬들의 소망에서 나온 기대였죠.

 완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속된 말로 행복회로가 타버릴 정도의 소망이었던 것으로 끝나버렸죠.

 

 

 

올드 메카 팬들이 사랑하던 성전사 단바인의 귀환!

 

슈로대 V에서 고작 한 번 최종보스 급으로 다뤄졌던 엠브리오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또 얼굴을 보게 되니 지겨운 감이 있다.

 

​ 슈로대 X는 전체적으로 전작의 버전 업 느낌의 작품입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오리지널 버전과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두고,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를 두었습니다.

 슈로대 V의 시스템을 대부분 물려 받았기 때문에 전작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여전히 아쉽고, 전작에서 좋았던 부분은 여전히 좋게 다가옵니다. 전작을 재밌게 즐긴 유저라면 이번 작품 역시 재밌게 즐길 수 있죠.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같습니다.

 

 

 

 

​ 따라서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슈로대 X라는 고유의 타이틀로 나올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전작과 겹치는 참전 작의 연출은 거의 그대로인데다 슈로대 V 이전의 Z 3차 등의 연출이 그대로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리즈의 특성상 참전 작과 전투 연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더, 슈로대 X가 아니라 슈로대 V2라는 이름이 어울려 보일 정도입니다.

 

​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슈로대 X는 전작을 플레이했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는 타이틀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작과 그다지 다른 것이 없고, 참전 작은 여전히 적으니 멀리서 본다면 V의 단순 개량 버전이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슈로대 X는 충분히 즐겨볼 만한 작품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운 인터미션.

 

특정 시나리오를 기점으로 분기점이 나뉘는 전통도 여전하다.

 

​ 이번 슈로대 X는 전작과 아주 유사한 후속작이지만, 그 속에서 몇 가지 변화를 꾀하며 X라는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분명 슈로대 V와 같으나,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차이점이 보이고, 보다 자연스러운 스토리상 크로스 오버를 통해 크로스(X)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먼저, 낡았던 PP 시스템을 버리고 택티컬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한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같은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택티컬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적들은 비교적 택티컬 포인트를 적게 주고, 플레이어가 엔딩 혹은 진엔딩까지 획득할 수 있는 포인트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십 대의 기체 중 열다섯 대 남짓한 기체와 파일럿만을 육성한다면 딱히 적다고는 느낄 수 없겠지만, 그보다 많은 기체와 파일럿을 육성한다면 어느 샌가 포인트에 허덕이게 됩니다. 열 명 이상의 파일럿에게 좋은 스킬들과 파츠를 달아주려 한다면 상당한 고난이 따르게 됐습니다.

 

 

 

전작보다 종류와 등급이 늘어난 커스터마이즈 시스템.

덕분에 중반까진 열심히 택티컬 포인트를 모으게 만든다.

 

기체의 변화, 변신, 합체, 후속기 등장이 빠진 슈로대는 이제 상상조차 안 된다.

 

여전히 멋들어진 연출과 함께 오랜만에 출연한 마징카이저.

 

이번 작품에선 너무 좋은 성능의 강화 파츠가 많이 등장한다.

 

​ 난이도와 밸런스의 조정 방식은 전작에 이어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플레이어가 난이도를 선택할 수 없었던 과거의 슈로대 시리즈 중 몇몇 작품은 SR 포인트를 모으지 않아도 심각할 정도로 어려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작품인 슈로대 V나 X의 경우 비기너 모드와 노말 모드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고, 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를 원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익스트림 모드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 것이죠.

 

 

 

전작에선 귀여운 여자아이 나인이 있었던 공간을

이번엔 음흉한 속내의 까마귀를 닮은 조류가 지키고 있다.

 

기체와 파일럿의 육성 파트는 예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은 방식.

오랜 시간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슈로대 시리즈지만,

굳이 그것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RPG 만들기에 버금가는 낮은 퀄리티의 맵 이펙트는 이제 좀 돈을 들였으면 싶다.

 

​ 그 옛날 삼국지 조조전처럼 SD 캐릭터를 움직여 적들을 처치하고,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고, 처치 과정에서 연출을 켜면 해당 기체 고유의 연출 씬이 나오는 것. 필자가 처음 접해봤던 PS2 2차 알파 이후로 슈로대는 늘 똑같은 방식이었습니다. 때로는 소대 방식으로 출격하고, 때로는 SD 캐릭터보다 더 열악한, 일명 대갈맵이라 불리는 기체의 머리만 둥둥 떠 있는 방식으로 기체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결국 하는 건 언제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난이도가 어려워진 만큼 SR 포인트 획득 조건이 전작보단 약간 까다로워졌다.

 

전작의 난이도를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던 적군 페이즈 때도 정신기 발동 가능은 이번에도 건재하다.

 

슈로대 V의 그룬거스트, 휴케바인에 이어 슈로대 X에선 사이바스타가 참전!

 

80년대 메카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단바인 연출.

 

처참할 정도로 연출 씬이 엉망인 2014년 방영 작품 '버디 컴플렉스'

 

​ SD 캐릭터를 움직여 게임을 진행하는 닳고 닳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슈로대를 계속 붙들게 되는 이유는 팬들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로 보았던 건담, 마징가, 가오가이거, 마이트가인 같은 로봇들을 직접 움직이고, 육성하며, 만화 속에서 보았던 그 화려한 연출들을 모니터나 TV 너머로 다시 감상하는 재미 때문이죠. 게다가 그 로봇들을 각각의 게임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 곳에 모여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단순하지만 로봇물에 어울리는 스토리와 작품들 간의 크로스오버까지 있으니 로봇 만화를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슈로대 X의 시스템의 개선 중 무척 반가운 것도 있습니다. 2대 이상의 로봇이 2개의 타일 이내에 붙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합체기'를 이번 작품에서는 아예 출격시키지 않고 혼자서도 합체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공격력은 비교적 낮아지지만, 합체 공격의 연출을 보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는 기체를 억지로 출격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 슈로대 시리즈에 처음 참전하는 기체들 외에 구 참전작들의 연출은 거의 대부분이 중복이지만, 새로운 무기의 추가와 함께 새로운 연출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작인 슈로대 V에서 80년대 로봇 만화 팬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았던 마이트가인 역시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었고, 두 마징가 역시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었습니다.

 

 

 

마치 후뢰시맨이나 바이오맨 같은 특촬물 분위기의 마이트가인의 합체기!

 

 

​ 슈로대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는 거대 로봇들의 화려하고 멋진 연출입니다. 그리고 시리즈를 꾸준히 사랑해 온 팬들은 새로운 연출이나 연출의 변화를 가장 바랄 것입니다. 아직 슈로대에 참전하지 못한 혹은, 슈로대에 출연한 지 오래된 작품들의 신작 참전 역시 바라고 있죠.

 

 

 

 

​ 슈로대 X는 전작처럼 중복 연출이 제법 많은 작품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같은 연출이라도 파일럿의 컷 인이 추가되었다거나, 조금이지만 연출의 변화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연출이 완전히 똑같은 무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 위안거리인 셈이죠.

 

 

 

요코 누님의 컷 인과 연출은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 약간씩의 변화가 있는 연출이 그래도 지겹다면, 새로 참전한 작품들의 연출로 눈을 돌려도 됩니다. 비록 전작에 있었던 제작진의 어마어마한 편애를 받은 야마토 만큼은 아니지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 등장했던 뉴 노틸러스호의 연출은 봐줄만 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공격력도 강한 편에다 이동 후에도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있어 편하게 굴려먹을 수 있고, 정신기와 EXC 오더의 조합이 좋아 전략적으로 써먹을 수도 있는 스탯을 갖고 있죠.

 

 

 

슈퍼 씽씽캅의 씽씽이 전용 패시브도 존재.

 

마법을 쓸 수 있는 주인공만이 사용 가능한 특수 커맨드 '도그마'도 있다.

 

​ 판타지 세계관과 마법사라는 주인공의 설정을 게임적으로 보다 활용하기 위해, 제작진은 주인공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도그마라는 특수 커맨드를 넣었습니다. 도그마는 최대 여섯 개까지 해방되며, 팩토리의 커스터마이즈 등급을 올릴 때마다 새로운 도그마 단계가 해제되는 방식입니다.

 

 슈로대 X는 마법이라는 소재를 아쉽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긴 했습니다. 세계관과 마법에 맞춰 그에 어울리는 신규 참전작을 넣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죠. 많은 팬들이 목 놓아 외치는 마법기사 레이어스 같은 작품이 나왔다면 이보단 훨씬 재밌는 전개가 펼쳐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슈로대 X의 참전작을 팬들은 이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반다이 남코에서 관련 상품을 팔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채워져 있다. 일본과 한국 등에서 곧 개봉 할 마징가 신규 극장판부터 개봉 예정인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관련 완구 등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작품들 위주로 참전 작을 채웠다고 말입니다.

 

 

 

 

​ 그 때문인지 슈로대 X는 판타지 세계에서의 마법을 주 소재로 두고 있지만, 스토리에서는 그 부분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참전 작들 중 일부는 판타지 세계관과 어울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어떤 작품들은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슈로대 X에서 이 작품이 마법과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때는 오리지널 적과 싸울 때, 주인공 기체의 연출을 볼 때, 주인공이 도그마 커맨드를 사용할 때 뿐입니다.

 

 새롭거나 크게 반가운 얼굴보다 익숙한 참전 작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나 중복 연출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전혀 색다른 소재를 채택했던 것에 더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게 느껴졌죠.

 

 

 

그 옛날, 슈퍼 씽씽캅과 용사특급 마이트가인의 만화 장면을 그대로 넣어둔 것은 정말 좋았다!

 

 

​ 다행히도 실망스러운 모습 말고도 만족스러운 부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특히 원작 만화 장면을 그대로 넣어둔 최초 변신 장면이나, 특별한 컷 인과 함께 등장하는 마이트가인의 모습 등은 향수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그 시절 만화를 보았던 게이머들에겐 추억을, 보지 못한 세대에겐 고전 만화의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마법보다는 마법을 빙자한 물리 공격이 종종 섞인 듯한 주인공 기체의 연출.

 

물론 오로지 마법만을 사용하는 연출도 있다.

 

G의 레콘기스타 연출은 꽤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버디 컴플렉스의 쓰레기 같은 연출에 비한다면야...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작 연출 보정을 많이 받은 작품은 슈퍼 씽씽캅.

 

 

​ 슈로대 V, 슈로대 X 두 작품을 놓고 보았을 때,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슈로대 V를 플레이했다고 이번 작품이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슈로대 X에서는 깨알 같은 추가 요소들과 주인공의 도그마를 활용한 재밌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고, 갸냘픈 여주인공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슈로대 V에서의 여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죠. 그리고 그 주인공들과 함께 다니는 호프스라는 생물 또한 재미난 입담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줍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음흉하고 짓궂은 성격으로 말입니다.

 

 

 

퍼스트 건담 쪽 팬이라면 오랜만의 등장으로 반가울 만한 하이뉴 건담도 등장한다.

 

​ 크로스라는 제목 답게 참전 작들을 자연스럽게 크로스 오버 시키는 것 역시 하나의 볼 거리입니다. 관련이 있는 집단 끼리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로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제타 건담을 비롯한 참전 작 일부는 원작 스토리 종료 이후로 참전 시기를 설정했기에, 다른 작품들과의 스토리 크로스 오버는 어렵지만 대신 다른 방식으로 크로스 오버를 진행했죠.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를 자연스럽고 재밌게 엮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전체적인 구조로 봤을 때 스토리는 제법 흥미로운 편이나, 그 전개 방식 중 슈로대 Z 때부터 숱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로 사용된 차원 이동 패턴과 평행 우주 소재가 여전히 짙게 배어 있습니다. 때문에, 차원 이동을 생각만 해도 넌덜머리가 나는 게이머라면 분명한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개의치 않는 게이머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차원 이동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슈로대 Z 이후로 스토리 전개 도중 차원 이동으로 위기 탈출 혹은 위기 직면의 연출이 자주 나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전개 되는 슈로대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번 스토리의 핵심 주역은 슈퍼 씽씽캅!

 

​ 슈로대 X의 전체적인 스토리 주역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슈퍼 씽씽캅(마신 영웅전 와타루)과 버디 컴플렉스입니다. 그리고 그 주역들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다른 참전 작들의 이야기를 섞어 두었죠.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 이외의 일러스트가 드디어!

 

이런 식으로 특정한 상황엔 특별한 일러스트 씬이 나온다.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볼 법 하다.

 

​ 오랜 세월 캐릭터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으로 표정만 바뀌어 왔던 슈로대 시리즈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외의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위 스크린샷처럼 총을 들고 있는 스탠스나, 옆모습 등 기존까지는 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일러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수에 비해 아직은 그리 많은 추가 일러스트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색다른 변화는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추가 요소였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매력은 떨어지는 편.

 

 

​ 슈로대 X의 판권 작품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개성이 강한 편입니다. 스토리를 메인으로 이끌어 가는 슈퍼 씽씽캅을 필두로 그렌라간, 마이트가인, 우주세기 건담, 단바인, 건담 G의 레콘기스타, 나디아 등등이 슈로대 전통의 각색과 크로스오버가 더해져 얽히고 섥히는 구조입니다.

 

 더불어 오리지널 스토리와 캐릭터들 역시 판권 작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비중이 배분되어 있습니다. 슈로대 Z의 오리지널 적들처럼 너무 자주 등장하거나, 공기 비중으로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딱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여 주인공과 플레이어를 귀찮게 굴고, 잊을 만하면 등장해서 오리지널 스토리 진도를 뺍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드릴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에그제브.

 

​ 반면 판권 작들의 원작에 대한 예우는 좀 아쉬운 편입니다.

 

 슈로대 X의 어떤 작품은 원작 스토리가 끝난 뒤의 설정으로 참전하고, 어떤 작품은 원작 스토리 중간부터 참전합니다. 이 부분은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과 같지만, 시리즈 첫 참전인 나디아나 G의 레콘기스타 같은 신규 참전 작이 스토리의 중간부터 전개 되는 것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두 작품의 원작을 모른다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스토리에 크로스오버 되지 않고 기체만 참전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미리 언급되었다지만, 각 참전 작들의 스토리 크로스 오버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아쉽게 느낄 만한 구조입니다.

 

 

 

 

 반면, 로봇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특정 작품의 팬들은 전작인 V보다 이번 X를 더 좋아할 수도 있죠. 슈퍼 씽씽캅과 마이트가인의 원작 애니메이션의 변신 장면을 그대로 집어 넣은 부분은 새롭다 못해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원작 씬 자체가 갖는 비중은 고작 몇 분 남짓이지만, 그 씬이 선사하는 향수와 색다른 시도가 주는 의미는 짧은 시간이라고 퇴색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스토리 전개 상에서 새로 추가된 오리지널 씬과,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마이트가인의 합체기, 원작 팬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재현과 각색까지 무척 즐거운 볼 거리를 제공해줍니다.

 

 어렸을 적 슈퍼 씽씽캅 혹은 마신영웅전 와타루를 본 적이 있는 올드 게이머라면, 이번 작품을 미워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높은 비중과 뛰어난 원작 재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이트가인의 팬들은 전작 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여전히 용자 특급대와 함께 활약하는 마이트, 죠, 블랙 가인과 함께 추억에 젖어들게 됩니다.

 

 

 

슈퍼 씽씽캅(마신영웅전 와타루)과 버디 컴플렉스 & 건담 G의 레콘기스타로 나뉘는 분기점.

 

 

 

 

​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슈로대 시리즈의 크로스 오버 스토리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팬이라면 실망감을 느낄 만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 비춰지는 작품들의 팬 역시 실망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 본 건담이나, 나디아, 버디 컴플렉스 같은 작품의 팬이라면 스토리 재현에 특히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크로스 오버 스토리보다 각 참전 작품들 간의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작보다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필자 역시 크로스 오버 스토리보다 각 캐릭터들이 맞물려 얽히고 섥히는 관계에 더 재미를 느끼기에, 전작 슈로대 V보다 이번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디아와 앙쥬가 엮이는 것이나 마이트와 코우지, 씽씽이(와타루)가 엮이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 모양새는 전작보다 더 부드러워졌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파일럿의 컷 인이 늘어나고, 약간 씩이나마 연출의 수정이 가해진 것, 슈로대 V와는 다른 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 등은 이 작품을 권해볼 만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슈로대 X를 추천할 만한 마지막 요소가 있습니다.

 

 인물들 간의 인간관계의 균형과 오리지널 스토리의 균형 등 이번 슈로대는 밸런스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그 밸런스는 각 참전 작들의 파워 밸런스와 적들 기체의 밸런스, 난이도에 대한 밸런스도 포함 됩니다. 전작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쉬운 축에 속하는 터무니 없는 난이도였습니다. 첫 해외 전개에 맞췄다지만 너무 할 정도로 쉬운 편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은 딱 알맞은 적절한 균형을 갖고 있습니다.

 

 적들이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고 스테이지가 진행될 수록 그 준수한 밸런스는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각 작품마다 웬만하면 존재했던 사기 기체 같은 것도 이번 작품에선 딱히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기체가 쓸만한 구석을 보여줍니다. 누구 하나 굳이 버릴 필요 없이, 취향에 맞춰 키우면 될 정도죠. 예를 들어 코드 기어스의 C.C 같은 경우엔 정신기 셔틀과 보급, 수리 요원으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단바인이나 와타루 같은 경우엔 작은 기체 사이즈로 밀어 붙여 고성능의 회피와 사이즈 보정 무시로 인한 거인 잡기에 써먹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사기 기체를 찾을 필요 없이, 굳이 누군가를 버릴 필요 없이 거의 대부분의 기체와 캐릭터가 어딘가엔 써먹을 구석이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추억 속의 마이트가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

 

시리즈 전통의 종료 메시지도 여전.

 

 

​ 마지막으로 슈로대 X는 전작에서 호평 받았던 커스텀 BGM 시스템을 더욱 보강했습니다. 곡의 처음부터, 중간부터 등을 임의 대로 설정할 수 있어진 것입니다. 덕분에 기체들의 연출을 감상할 때 좋아하는 음악을 넣어 적절한 부분부터 들을 수 있어졌습니다. 비록 세세하게 몇 분 몇 초부터 재생하는 정도의 기능은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기에 번거로움이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셈입니다.

 

 

 

 

​ 전체적으로 슈로대 X는 밸런스가 좋은 수작 이상의 재미를 담고 있습니다. 충분히 가치 있는 게임이고, 슈로대 V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슈로대 V와는 다른 참전 작들로 채워진 게임입니다. 슈로대 시리즈를 즐기는 팬들이 보통 참전 작을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서 하듯이, 이번 슈로대 X에서 마음에 드는 참전 작이 있다면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 발전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전 작이 마음에 든다면. 그리고 전작보다 뛰어난 밸런스를 맛보고 싶다면슈로대 X는 꼭 즐겨봐야 할 작품입니다.

 

 

 

 

85/10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