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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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워 -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2018년 5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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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5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950&sca=&sfl=mb_id%2C1&stx=lieonsjh&page=3



 

발매 시기 2018. 04. 20
리뷰 작성일 2018. 05. 05
게임 장르 액션 어드벤쳐
정식 발매 가격 59,800원
제작사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이 게임 타이틀은 SI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

 

 

 

 

 

 

갓 오브 워 시리즈 최신작의 구동 화면.

 

 옛날부터 게임기에는 일종의 수명이 존재했습니다. 기계의 연식이 오래되어 고장 나버리는 수명과는 다르게, 다음 세대의 게임기가 발매된 뒤부터 그 전 세대의 게임기로는 새로운 게임이 발매되지 않으니 수명이 다했다고 표현해왔죠. 그리고 다음 세대의 게임기 발매를 목전에 두고 있을 무렵 혹은, 일 년 남짓 남았을 때를 우리는 황혼기라 불러왔습니다.

 

 

 

 

 2000년에 발매되어 2011년 무렵, 전세계 누적 판매량 1억 5천만 대를 달성했던 PS2는 사실상 2006년부터 황혼기를 맞이했었습니다. 2006년 말, PS2의 다음 세대인 PS3가 발매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PS3의 발매에도 불구하고 PS2는 황혼기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꾸준한 판매량을 보여주었습니다. PS2의 보급량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고, 수많은 명작 타이틀이 이미 넘치고 있었던 데다가 PS3는 발매 후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판매량과 타이틀 면에서 심각한 부진을 보여준 점 등이 맞물린 결과였죠. 

 

 

 

PS2 시절부터 항상 최고의 디테일과 퀄리티로 발매되었던 갓 오브 워 시리즈.

이번에도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

 

 PS2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콘솔이었고, 놀라울 정도로 긴 황혼기를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황혼기 시절에도 아직 PS2는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명작 타이틀이 계속 발매됐습니다. 오오카미, 페르소나 3, 용과 같이 2, 신 귀무자, 파이널 판타지 12, 페르소나 4 등 수많은 게임이 PS2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그 가운데 2005년, 혜성 같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호평과 웹진의 찬사를 받았던 신규 IP의 후속 작은 아직 PS2가 현역이라고 말하듯, PS2 성능의 한계까지 끌어 올린 작품으로 2007년에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PSP로 발매된 후속 작 역시 찬사를 받았고, 뒤이어 PS3로 발매된 정식 넘버링 3편은 말 그대로 대단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PS3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긴 여운을 남기긴 했으나 깔끔한 엔딩과 함께 약 5년 동안 진행된 3부작은 막을 내렸었죠. 박수 갈채를 받을 때 떠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가을과 겨울 사이의 타이틀 메뉴.

끝내주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트릴로지는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 됐기 때문에 후속 작품이 이어지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그리스 신들을 모두 때려 잡았으니 이집트나 북유럽 등 다른 곳의 신들을 잡는 스토리로 이어가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E3 2016에서 공개된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최신작 발표는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팬으로서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존 트릴로지로 크레토스의 이야기는 완성된 상태였던 탓에 무리해서 스토리를 전개 시킨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후속작 전개로 시리즈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경우는 서브 컬쳐계에서 아주 흔한 편이기에, 걱정 반 기대 반 상태로 팬들은 갓 오브 워 신작을 기다려왔습니다.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마초 스타일의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상남자, 크레토스 이야기는 3부작으로 완벽하게 매듭지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그 매듭을 풀고, 3편 이후의 새로운 이야기로 크레토스를 끌고 왔습니다.

 새로운 갓 오브 워에서는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무대와 늙었지만 그 대신 인내심과 지혜로움을 얻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새 삶을 시작한, 그리고 과거를 버린 크레토스의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시리즈 최초 오픈 월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갓 오브 워.

 

 이번에 발매된 갓 오브 워는 넘버링을 달고 있진 않지만, 정식 후속작입니다. 그리고 리부트에 가까우면서 리부트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갓 오브 워 최신작(이후론 편의상 갓 오브 워라고만 표기.)은 기존 시리즈의 트릴로지나 PSP 버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진행 방식을 보여줍니다. 더이상 데빌 메이 크라이 스타일의 스테이지 진행형 게임이 아니라, 탁 트인 넓은 세계를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산 내부의 표현 역시 기가 막힐 정도로 끝내준다.

 

 

​ 더불어 기존까지의 그리스 신화를 무대로 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색다른 장소들을 구현할 수 있어졌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다양한 계절, 날씨, 장소를 표현할 수 있는 북유럽 신화를 무대로 택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 된 셈입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오픈 월드로 펼쳐진 갓 오브 워의 세계에서 얼음에 둘러 쌓인 곳, 용암이 들끓는 곳, 안개가 자욱한 곳, 빛과 엘프들을 볼 수 있는 곳까지 모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미드가르드, 니플헤임, 바나헤임, 알프헤임 등을 말입니다.

 

 

 

노를 저어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 이 넓은 세계는 아홉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위그드라실의 가지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수준은 비록 다크 소울 1편 만큼은 아니지만, 장소와 장소가 연결된 구조를 제법 놀랍게 구현해두었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그리고 저곳에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죠.

 

 우리는 다양한 오픈 월드 게임들을 플레이하다 종종 세계는 넓으나 할 게 별로 없는 혹은, 컨텐츠의 밀도가 낮아 하염 없이 뛰어다녀야만 하는 게임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때의 지루함은 패드를 놓고 졸게 만들 정도로 따분하게 느껴지죠.

 

 다행스럽게도 8년만에 발매된 시리즈의 최신작은 그 세계의 구성부터 플레이어를 압도합니다. 다채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지루하지 않습니다. 숲으로 난 길을 멍하니 뛰어다녀야만 하는 경우가 무척 드문 편입니다. 다양한 퍼즐과 수집 요소, 좋은 박자로 등장하는 적들과의 전투 덕분이죠. 그리고 그러한 컨텐츠가 등장하지 않는 구간이라면, 부자가 나누는 대화로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크레토스와 그의 아들 아트레우스는 적당한 템포로 대화를 나누며,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비기닝 스토리나 뒷 이야기, 신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게임 진행도에 따라 점차 달라지는 두 사람의 대화 역시 무척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시리즈 전통의 퍼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 갓 오브 워의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심심치 않게 아니, 제법 잦은 빈도로 퍼즐을 풀어야 할 때가 옵니다. 새로운 무기를 든 크레토스에 맞춘 색다른 퍼즐들이 즐비한 덕분에 퍼즐을 푸는 것 역시 전작들보다는 즐겁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전통 수준으로 갓 오브 워 시리즈는 퍼즐이 많이 등장하는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여타 액션 게임이 그렇듯, 갓 오브 워 역시 수많은 퍼즐 구간이 존재했죠. 이번 작품에서도 그 부분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전작들과 이번 신작은 플레이 타임부터가 다릅니다. 신작은 최소한 전작들의 세 배가 넘는 플레이 타임을 자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퍼즐이 등장합니다.

 

 

 

 

​ 퍼즐의 난이도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한 편이지만, 너무 많이 등장하는 탓에 게임의 호흡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특히 묘하게 플레이어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퍼즐 등을 마주할 때면 흐름이 끊기고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이러한 점들이 게임의 템포를 심하게 늘어뜨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퍼즐 파트를 조금은 줄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 물론, 도끼를 사용한 새로운 퍼즐 풀이와 더불어 아들과 함께 퍼즐을 풀어나가는 구조 자체는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긴 합니다. 퍼즐을 풀지 못하고 막혀 있으면 아트레우스가 힌트를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은 확실히 아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죠.

 

 그러나 퍼즐 구간의 잦은 빈도는 호흡을 늘어뜨리기에, 퍼즐 자체가 큰 흠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줄이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메인 스토리의 진행, 새로운 지역의 오픈, 문서 수집, 아이템 수집 등

거의 모든 요소에 퍼즐이 들어간다.

 

체력과 분노 게이지 증가 역시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이 부분은 시리즈 전통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퍼즐 자체가 많은 편이기에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서브 퀘스트의 스토리는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흥미로운 수준이다.

 

​ 넘쳐나는 작금의 오픈 월드 유행은 괜찮은 혹은, 좋았던 시리즈의 몰락을 불러오거나 일부의 팬들만이 즐기던 시리즈의 부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팬들과 게이머들은 갓 오브 워의 오픈 월드화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필자 역시 그 부류에 속했었습니다. 시리즈의 부활이나 부흥보다는 몰락의 길을 걷는 작품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갓 오브 워는 아주 훌륭한 오픈 월드의 구조를 보여줍니다. 토대부터 튼튼한 건축물처럼 말입니다.
첫째로, 무리해서 실속을 덜고 가짓수만을 늘린 몇몇 오픈 월드 게임의 서브 퀘스트와는 달리, 수는 적지만 굵직한 서브 퀘스트를 선택했습니다.

 

 갓 오브 워의 서브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와는 상관 없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고, 주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지를 뻗어 나가듯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크레토스 부자의 이야기에 연결시켰습니다.

 

 또한, 확실한 보상을 선사해줍니다. 서브 퀘스트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가 관심이 없는 게이머라도 그 시기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보상 때문에라도 그 사이드 메뉴를 고르게 만듭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미드가르드 속 크레토스 부자의 이야기를 감상하게 만들죠.

 

 

 

 

 

​ 단지 넓기만 한 세계에 쓸데 없는 컨테츠만을 채워둔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홉 세계 곳곳에 열린 영역의 균열은 강력한 적들과 싸워야만 하는 컨텐츠지만, 크레토스의 성장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보상을 선사해줍니다. 

 

 

 

용의 해방은 퍼즐과 전투를 적절히 섞은 컨텐츠지만 무척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수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단순함이 지겹게 다가오진 않는다.

 

 

​ 오픈 월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보물 찾기에 흥미를 느끼게 만드려면, 그리고 굳이 찾아 나서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갓 오브 워에서는 총 12개의 보물 지도를 만나볼 수 있으며, 보물을 찾아 나서는 길은 어렸을 적 소풍을 갔을 때 했던 보물 찾기처럼 플레이어를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유물 도굴꾼으로 보물을 찾을 때보다 더 열심히 찾아다니게 될 정도로 보물 찾기는 재밌다.

 

 이 보물들을 찾는 데에는 굳이 인터넷 동영상이나 공략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지도에 직접적으로 보물이 숨겨진 장소에 대한 힌트가 나와 있고,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갓 오브 워의 보물 찾기는 단순히 도전과제나 트로피 획들을 위한 의미 없는 노동이나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컨텐츠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게임을 엔딩까지 진행한 뒤 보물을 찾으러 나선다면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겠지만, 각 보물 지도를 얻을 수 있는 시기라면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강요하지 않고, 게임에 몰입한 게이머에게 어떻게 자신들이 만들어 둔 컨텐츠를 즐기도록 유도할 것인가.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그 부분을 제대로 활용했습니다.

 

 갓 오브 워의 보물 찾기는 아주 흥미롭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필자의 경우 그 보상들이 하나 같이 그 시기에 필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레벨 앞에 전쟁의 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그리고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요소는 다름 아닌 전투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시리즈 첫 오픈 월드 도전 역시 아주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게임의 프롤로그부터 느낄 수 있는 전투 자체의 재미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 고정된 시점과 사슬을 단 혼돈의 블레이드로 적들을 유린하는 것이 기존 시리즈의 전투 특징이었다면, 이 최신작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 해도 될 정도로 놀라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갓 오브 워의 수많은 변경점 가운데 가장 리부트스러운 모습입니다.

 

 혼돈의 블레이드가 아닌, 토르의 묠니르처럼 던져도 사용자에게 되돌아오도록 명령할 수 있는 리바이어던 도끼를 활용한 액션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액션을 선사합니다. 도끼의 컨셉에 맞게 투박하지만 섬세한 모델링과 연출, 정교한 히트박스, 그리고 서리가 담긴 도끼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냈습니다.

 

 플레이어는 도끼를 던져 단순히 대미지를 줄 수도 있고, 도끼를 힘껏 던져 적들을 일시적으로 얼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휘두르거나 경험치를 소모해 새로운 액션을 배울 수도 있죠. 심지어는 다양한 룬을 도끼에 박아 넣어, 쿨타임이 존재하지만 강력한 위력을 지닌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방밀 전사 크레토스의 즐거움!

 

​ 갓 오브 워가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둔 것들 중에는 방패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크레토스는 마음껏 펼치고 접을 수 있는 방패를 사용할 수 있으며, 방패 자체에도 다양한 액션이 깃들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막기부터 적의 공격을 흘려내는 패리라던가, 방패 밀기, 방패 휘두르기 같은 것들입니다.

 

 또한, 도끼와 방패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는 그 외의 공격 수단도 갖고 있습니다. 적들의 기절치를 높여 페이탈리티 액션을 선보일 수도 있고, 공격 수단을 스위칭해가며 자신만의 콤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수준이 스타일리쉬함의 대명사 데빌 메이 크라이까지는 아니지만, 갓 오브 워 자체의 묵직함에 약간의 스타일리쉬함을 더했습니다.

 

 

 

적들이 많이 나올수록 즐겁다.

아니, 적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고 묵직한 갓 오브 워의 전투 자체를 쫄깃하고 재밌게 만들어주는 데에는 흠 잡을 데 없는 사운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갓 오브 워의 사운드는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면서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적들을 타격하는 사운드는 몰입도를 200% 높여주고, 게임에 빠져들도록 만들어줍니다. 그와 더불어 패드의 진동을 극한까지 활용하여 적을 타격하는 것 자체를 흥분시켜줍니다.

 

 

 

 

​ 액션 게임에서 전투 액션 자체의 즐거움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액션 게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액션 게임에서 전투가 미지근하다면 팥 없는 앙꼬나 물을 많이 넣어 밍밍한 믹스 커피와 다를 게 없으니 말입니다.

 

 갓 오브 워는 전투가 재미 없다, 할만하다, 즐겁다라는 차원을 넘어선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극강의 손 맛이 어떤 것인지 플레이어에게 체험시켜주죠. 강력한 진동과 끝내주는 사운드, 묵직한 액션, 때로는 깔끔하고 때로는 과한 연출, 그리고 각 몬스터의 페이탈리티 연출까지.

 

 

 

포 아너의 전투를 재밌게 했던 게이머라면 약간이나마 그 맛을 갓 오브 워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액션 게임에서 완급 조절은 아주 중요합니다. 전투가 너무 드문드문 있다면 지루함을 느낄 것이고, 빈도가 너무 잦다면 플레이어는 금세 지쳐버립니다. XBOX 360 시절의 기어즈 오브 워는 전투의 빈도가 너무 잦아 한 번에 장시간을 플레이하기엔 부담 되는 케이스 중 하나였죠.

 

 갓 오브 워는 그 완급 조절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때로는 싱거운 적들과 싸우고, 때로는 보스는 아니지만 아주 강력한 적과 싸우게 만들며 적절한 호흡을 보여줍니다.

 

 액션 게임의 특성상 전투에 익숙해지거나, 캐릭터가 성장하면 전투가 지루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기존 시리즈처럼 각각 공략 방법이 다른 적들을 동시에 출현 시키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투를 엔딩까지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 보스전 시에는 카메라가 더 뒤로 당겨지며, 탁 트인 시점으로 전투를 치르게 된다.

 

 

​ 이미 갓 오브 워 3편에서 정점을 찍었던 보스전 연출은 다시 한 번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스케일과 더 뛰어난 그래픽, 더 뛰어난 사운드. 그리고 놀라운 연출 퀄리티로 플레이어를 압도합니다. 또한 전작들과의 유사점과 새로운 액션 요소들은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며, 플레이 자체의 신선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육성 요소가 제대로 강화된 갓 오브 워.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크레토스를 강화할 수 있다.

 

 

​ 보물 지도, 보스 처치, 서브 퀘스트 수행, 메인 스토리 진행 등 온갖 방법을 통해 플레이어는 새로운 방어구 도면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를 모아 아홉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대장간에서 크레토스의 새 옷을 입혀줄 수 있습니다.

 

 

 

 

​ 저마다의 옵션을 지닌 다양한 방어구는 갓 오브 워에 조금 더 RPG스러운 육성의 재미를 부여했고, 그 시도는 갓 오브 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장비에 따라 변하는 외형은 아쉽게도 색깔 놀이 수준에 그쳤지만 방어구와 무기 부속품의 제작과 강화는 아주 좋은 추가 요소입니다.

 

 보물을 찾는 행위부터 서브 퀘스트 등 일련의 컨텐츠들은 자그마한 물줄기처럼 미약해보이나, 그 물줄기들이 모여 종국에는 크레토스의 스펙을 강화하는 강력한 장비의 제작이나 강화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좋은 장비를 맞추고 싶은 게이머의 육성 본능을 캐치하여 서브 컨텐츠를 즐겨보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작, 강화 뿐만 아니라 소켓의 주문 역시 육성의 중요한 한 축이다.

다양한 주문은 곳곳의 상자, 보물 상자, 노르니르 상자, 보스 처치, 퀘스트 등으로 획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무기에 넣을 수 있는 룬은 액티브 스킬이 되고,

경험치로는 액션의 추가와 패시브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아들의 룩도 변경할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 눈부신 아홉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적들을 만나고 아름답거나 분위기를 압도하는 풍경을 보는 것은 무척 값진 체험입니다. 일정 구간에 도달하기 전에는 이동에 제약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 불편함이나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습니다. 끝 없는 퍼즐과 전투의 향연은 적절한 밸런스와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패드를 손에서 놓을 수 없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진행도에 따라 변화하는 아홉 세계는 다채롭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즐겁습니다.

 

 

 

북유럽 신화다운 인상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여전히 잔인한 연출이 다수 등장하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순화된 것이 느껴진다.

 

질리도록 전투만을 해보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장소도 있다.

 

특정한 맵 구간은 마치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의 로커스트 소굴을 연상케 한다.

 

​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최신작은 재밌게도 다양한 게임이나 영화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뿌리로 이어지는 세계는 마치 다크 소울 같은 구조이며, 아들과 함께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모험을 떠나는 부분은 라이즈 오브 툼 레이더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 형식의 몇몇 전투와 마주할 때는 포아너스러운 느낌을 받고, 아들과 함께 성장해가며 캐릭터의 입체성이 극에 달해, 캐릭터가 아니라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모습은 영화 로건과 라스트 오브를 떠올리게 합니다.

 

 

 

 

​ 로건과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자녀 같은 인물과 함께하는 것. 갓 오브 워라는 게임에서 주어진 목표를 따라 낯선 세계를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과정은 얼핏 보면 흔한 방식이라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여느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신선함을 채웠습니다.

 

 게임의 첫 시작과 사망시를 제외하고는 로딩 화면을 볼 수가 없는데, 유저가 특별히 조작하지 않는 이상 카메라 시점은 게임 내내 크레토스의 등을 따라다닙니다. 복수귀였던 스파르타의 유령에서 아들을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등을 말입니다.

 

 

 

 

​ 아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려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엄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어려워하는 아들의 여정은 실로 흥미롭습니다. 훌륭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인상적인 내러티브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그 감정선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안내해주죠.

 

 

 

 

​ 플레이어는 갓 오브 워를 플레이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게 됩니다. 아들에게 맞춰가는 아버지, 아버지를 점점 따르기 시작하는 아들을 말입니다. 또한, 크레토스의 등 뒤에서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으로 패드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어떠한 억지스러움도, 모자라거나 과한 부분 없이 진중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으로.

 

 

 

 

​ 짜임새가 훌륭한 스토리는 분명 진지하고 무겁지만 플레이어에게 강요하지 않고 천천히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유도합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더라도 조급하게 플레이어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스토리 부분이 그렇듯,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를 인지하고, 하나의 인물로 여기도록 자연스럽게 비춰줍니다. 영화나 드라마 못지 않게 예술적으로 말입니다.

 

 

 

 

​ 캐릭터들이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고,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게다가 게임적인 요소인 액션이 함께하기에 더욱 더 값지다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사실적인 모션, 모델링, 그래픽, 사운드가 어우러지니 즐거움이 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눈 밭에 짙게 남은 발자국처럼, 지울 수 없는 크레토스의 과거.

 

​ 스토리 도중 볼 수 있는, 묻어버렸던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대사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일어서는 크레토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은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포일러성을 띄고 있기에 서술할 수는 없으나,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 장면은 말이나 행동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크레토스라는 한 사람의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일 것입니다.

 

 

 

 

​ 아들과 아버지의 여정,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정말 귀중한 체험입니다. 자녀가 있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을 통해 남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게이머 역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기술적인 면부터 게임성까지 갓 오브 워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등장하는 적들의 색깔 놀이와 잦은 퍼즐을 조금 줄인다면 이 게임에서 단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계속해서 유기적으로 변해가는 레벨 디자인, 다양한 방식의 퍼즐, 지루하지 않은 서브 컨텐츠들, 성장한 크레토스와 아트레우스, 훌륭한 성장 요소, 무겁지만 꿋꿋하고 진지하게 풀어가는 이야기, 최고 수준의 사운드와 그래픽, 그리고 새로운 신화의 시작까지.

 

 

 

 

 갓 오브 워는 PS4를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게임으로 꼽을 수 있는, PS4 최고의 명작입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인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2회차를 뉴 게임 플러스로 즐길 수 없는 부분이나 포토 모드의 부재는 아쉽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가치를 낮추진 못합니다.

 

 

 

 

 

 넘버링을 이어가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 갓 오브 워는 전작들처럼 한 세대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진득하게 새로운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를 담아낸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는 갓 오브 워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성장해가는 아버지와 아들을 완벽하게 그려냈습니다. 때문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이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점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9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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