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 - 인생은 B와 D 사이의 C, 그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 그리고 각자가 직접 써내려 가는 이야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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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 - 인생은 B와 D 사이의 C, 그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 그리고 각자가 직접 써내려 가는 이야기 / 2018년 5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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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5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955&sca=&sfl=mb_id%2C1&stx=lieonsjh&page=3

 

 

 

발매 시기 2018. 05. 25
리뷰 작성일 2018. 05. 31
게임 장르 인터렉티브 드라마
정식 발매 가격 59,800원
제작사 퀀틱 드림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이 게임 타이틀은 SI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해주셨습니다. *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의 구동 화면.

 

 인간의필요에 의해,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안드로이드가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며, 감정을 느낀다면 그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기계라고규정 지어야 하는가.

 

 이러한물음은 사실 오래된 SF 영화에서부터 지금까지 심심찮게 쓰인 주제입니다. 필자가 어렸을 적 보았던 블레이드 러너, A.I, 아이 로봇 같은영화들서부터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생명이 깃들어 있지 않다며 안드로이드를 노예처럼부리고, 막 대하는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인간보다더 인간 같은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이 그려낸 이야기는 그 흔하다 할 수 있는 소재를 베이스로 두고 있습니다. 독창적이고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역동적인 연출과 좋은 내러티브를 통해 최고의 순간을 선보입니다.

 

 본격적인리뷰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구매해서 플레이 해보기를권하고 싶습니다. 현란한 조작과 연속된 폭발 씬 등으로 무장한 액션 게임이 아니라 거부감이 느껴지는게이머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 표식.

 

 PS3 시절. 퀀틱 드림은 국내 콘솔 시장에서 언챠티드에 비견 될 정도로 높은 판매량과 인기를 보여줬다는 헤비 레인이라는 PS3의 대표타이틀 중 하나이자, 명작 중 하나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을 내놓았었습니다. 비록, 2013년에 발매된 그들의 후속작인 비욘드 투 소울즈 평론가와 게이머들 사이에서 용두사미 엔딩과 큰 의미 없는 선택지 등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게이머들은 퀀틱 드림의 다른 게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퀀틱 드림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테크 데모 : 카라가 2012년 초에 공개되어 게이머들을 흥분시켰고,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퀀틱 드림은 해당 테크 데모의 설정으로 게임을 제작하겠노라 선언했었습니다.

 

 그로부터몇 번의 E3에서 실기 플레이 동영상을 선보이며 기대치를 높여왔고, 정식작품명은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으로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의 제작을결정지은  테크 데모 이름이었던 카라는 해당 작품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한명의 이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기계 생명체지만 인간과 별 다를 바 없는 안드로이드와 인간 사이의관계, 대립을 그리고 있습니다.

 

 헤비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를 제작하며 인터렉티브 드라마라는 장르를 현 세대에 맞게 재구성한 퀀틱 드림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더욱 심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노라 공언했었죠. 예로부터 사람들의 흥미를끌어왔던 안드로이드와 인간 사이의 감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인 만큼, 테크 데모가 워낙 뛰어났던 만큼게이머들은 오랜 시간 이 게임을 기다려왔습니다.

 

 

 

메인 화면에서 플레이어를 반겨주는 안드로이드.

아주 예쁘다.

 

 퀀틱드림의 지난 작품들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선택지와 분기를 넣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하나의선택은 수많은 결과를 불러오며, 게이머로 하여금 스스로가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게 해줍니다. 헤비 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가 그러했듯이,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이하 디트로이트)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2038년, 미국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무대입니다. 근미래 SF 영화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머지 않은 미래의 도시를 그리고 있습니다.

 

 도로엔운전자 없이 자동화 된 버스나 열차, 택시 등이 다니고 도시 곳곳엔 안드로이드를 세워둘 수 있는 일종의파킹 스테이션이 있습니다. 밤이 되어도 도시를 밝히는 네온사인은 가로등보다 빛나고, 무인 정찰기가 날아다니며 사람보다 안드로이드가 더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 디트로이트입니다. 물론, 디트로이트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이나 러시아 등은 이미 미래화된 상태죠.

 

 

 

 

 

 기술의 발전을 통해 세계는 미래를 향해가고 있는 반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도 있습니다. 높은빌딩과 밤에도 빛을 잃지 않는 도심지 밖의 저소득층이 살아가는 곳은 하늘의 먹구름과 함께 어둡고 칙칙한, 상반된느낌을 보여줍니다. 도심지와는 전혀 다른, 도시 외곽의 모습은 전형적인SF 영화와 같은 양상을 띄며, 실제로 다가 올 미래의 도시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합니다.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앞으로이십 년 뒤의 도시는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 있는 배경과 분위기를 풍깁니다.

 

 

 

 

 디트로이트에서 선보이는 머지 않은 미래의모습엔 인간의 생활 속 곳곳에 노예처럼 부려지는 안드로이드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아니, 디트로이트 속 인간들은 안드로이드를 노예처럼 부린다는 말은 옳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안드로이드를 노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는 기계중 하나로 볼 것입니다. 세탁기, 핸드폰, 텔레비전, 청소기처럼 말이죠.

 

 인간의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 안드로이드는 이미 디트로이트 속 사회 곳곳에 투입되어있습니다. 그들은 모델 타입에 따라 가정부로서 집안일과 보모로서 행동하고, 스포츠 선수로서 활동하기도 하며, 인간의 성적 쾌락을 위한 장난감으로쓰이기도 합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이 제작될 수 있었던 이유 그 자체였던 캐릭터‘카라’.

카라는 안드로이드 가정부로서 제작된 타입이다.

그녀의 테마는 자유와 가족.

 

 이게임이 헤비 레인처럼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그리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중요한 필수 요소를 충족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플레이어가조작하게 될, 그리고 이야기를 보게 될 세 명의 캐릭터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표현했는가’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는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플레이어가 주로 조작하게 되는 캐릭터는 세 명입니다. 그들 모두 각각의 주제를 담고 있고, 자기만의 방식 대로 주제에 맞는 스토리를 펼쳐 나가죠. 그 캐릭터들을보조하는 조연 캐릭터들과 함께 말입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의 데모 캐릭터이자 E3 트레일러 중 하나로 등장했던 ‘코너’.

코너는 안드로이드 제조사 사이버라이프에서 파견된 안드로이드.

그의 테마는 동료와 정체성.

 

 

 각 캐릭터마다 전혀 다른 주제를 갖고 있기에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을 보조하는 등장 인물 역시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기에 다채로움은 배가 됩니다.

 

 이성적이고 스마트한 젊은 경찰과 다사다난한 인생을 보낸 늙은 경찰의 콤비는 아직까지도 먹히는 소재죠. 물론, 진부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디트로이트는 코너 루트에서 등장하는 늙은 경찰인 행크를 아주 매력적인 조연이자 코너의 파트너로서 표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행크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부정했던 옹고집쟁이 늙은 경찰이 불량품 안드로이드 사건들을 겪어가며 끊임 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루트에 따라 달라지지만, 행크는 디트로이트에서 안드로이드를 제외하곤 스토리에 가장 많이 개입하는 인간으로서, 인간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행동하는 코너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오마쥬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는 명령에 따라 불량품 안드로이드들이 일으킨 사건들을 추적해가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탠스를 취합니다. 

 

 

 

관점에 따라선 가장 중요한 캐릭터라 볼 수도 있는 '마커스'.

평온한 일상의 행복과 밑바닥의 삶까지 체험해 본 유일한 캐릭터.

그의 테마는 동족과 저항.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라’고 퀀틱 드림은 말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를 지닌 세 명을 조작하여,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른 선택지를 고르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헤비 레인이 그러했듯이, 플레이어는 이 작품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상류층 예술가의 집에서 생활했던 마커스는 세 명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본 안드로이드.

 

마커스는 가장 극과 극의 전개를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노스는 예쁘다.

 

 

 디트로이트 속 세계는 이미 안드로이드가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사용을 극히 일부로 제한한 국가도 있지만, 가정에서부터 병사까지 안드로이드에게 대부분을 맡기고 있는 국가도 있습니다. 스포츠의 경우 종목에 따라서 안드로이드 용병을 한 팀당 한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강속구를 던져 대는 안드로이드 투수는 밸런스 논란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죠.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안드로이드를 사탄과도 같이 규정한 사람들도 있다.

 

  인간보다 모든 부분에서 월등히 뛰어난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들의 일자리 감소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실업률이 30%를 넘긴 미국의 경우 안드로이드를 증오하는 사람들과 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상도 볼 수 있죠.

 

 

 

 

 

 세계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술의 진보로 인간들의 삶은 윤택해지기도 했지만, 빈부 격차는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빚만 늘어가며, 값싸고 질 나쁜 약물에 중독되어 인생을 버리기도 하죠.

 

 흥미로운 점은, 디트로이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이나 안드로이드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같은 가정 하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 스토리에 한 층 더 몰입하게 됩니다. 

 

 

 

게임 시작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자막 크기를 3단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난이도 선택은 신중히 해야 한다.

필자처럼 자신만만하게 경험자로 할 경우 아주 번거롭고 귀찮은 QTE를 겪게 된다.

 

 

 

 

 디트로이트는 서로 다른 주제를 갖고 있는 세 명의 캐릭터로 더욱 풍부한 이야기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앞서 기술했었습니다. 그 풍부함 중에서 게임적으로 더 특별한 체험을 시켜주는 것은, 협상가이자 형사와 함께 행동하는 코너의 파트라 할 수 있습니다.

 불량품 안드로이들을 쫓는 임무를 맡고 있는 코너는 그들이 벌인 사건을 경찰처럼 추적하는 독특한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코너는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단서들을 조합하여 베일에 싸인 진실을 알아낸다거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를 재구성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캐릭터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고유의 컨텐츠를 갖고 있죠. 현장을 탐색하는 것으로 코너는 협상 등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선택지가 늘어난다거나, 특별한 키워드를 통해 좋지 않은 상황을 타파할 수도 있죠.

 

 디트로이트는 인터렉티브 드라마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에 영화처럼 진행되는 화면에서 선택지를 주로 고르는 플레이가 거의 전부인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조작하여 추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코너로의 플레이는 다른 캐릭터를 조종할 때보다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은 어떤 행동을 하기 전, 미리 예측하여 결과를 볼 수도 있다.

 

 

 

​ 퀀틱 드림 게임이 으레 그렇듯, 디트로이트 역시 매 순간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다채로운 상황을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게임은 러닝 타임이 긴 영화 혹은, 영화 같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백미인 편입니다. 단순히 보기만 할 뿐이 아니라, 나의 선택들이 크고 작은 변화를 이루어 내지요. 거기서 오는 즐거움은 다른 게임에선 맛볼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것입니다.

 

 약 이십 년 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짱구는 못말려 게임북(짱구는 게임왕)'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 책은 일반적인 만화책과는 달리 독자가 매 순간 각각의 페이지를 선택하여 그 부분을 펼쳐보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었죠. 5페이지를 읽다가 A 선택지는 53페이지로, B 선택지는 37페이지로 가는 식이었습니다. 잘못 선택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어 다시 원래 페이지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엉뚱한 진행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게임북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평범한 책과는 달리 나의 선택이 스토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와는 달리 읽는 사람이, 플레이하는 사람이 선택함으로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켜 간다는 것. 거기서 오는 그 특별한 즐거움이야 말로 게이머들이 디트로이트를 기대해 왔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발매된 디트로이트는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했습니다. 장르의 특성상 역동적인 게임이 될 수는 없었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손댈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젝트를 건드려가며 새로운 대화 주제를 얻고, 자신만의 분기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매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선택지를 눌러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해당 캐릭터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 분기 즈음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가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지 중에는 지금 당장 어떤 변화를 보이진 않지만, 추후에 캐릭터 하나의 생과 사를 결정 짓는 것도 존재합니다.

 

 

 

 

​ 그렇다고 매 선택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 된다면, 2회차에서 선택을 수정하거나 해당 챕터를 다시 플레이함으로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죠. 퀀틱 드림 측의 권장 사항에 따르면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하기 전까지는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수정하지 않기를 권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캐릭터의 죽음 등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다시 선택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입니다.

 

 

 

각 챕터의 클리어 후에는 플레이어가 선택한 루트를 훑어볼 수 있다.

 

 

디트로이트의 러닝 타임은 약 11~13시간 가량.

한 시즌의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XBOX ONE의 퀀텀 브레이크처럼

전세계의 게이머들이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에 대한 통계를 볼 수도 있다.

 

 

​ 전체적으로 이미 설정된 상황을 따라가는 드라마성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디트로이트의 플레이는 상당히 지루할 거라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이라는 게임의 플레이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모든 챕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연출을 선보이기도 하며, 조사나 추리는 탐정 드라마를 방불케합니다.

 

 

 

 

​ 또한, 디트로이트의 최고 장점은 남다른 몰입감입니다. 각 캐릭터를 소개하는 형식의 도입부 챕터는 누구나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마치 폭풍전야처럼 플레이어를 끌어 당깁니다. 세 명의 성격과 그들이 보내고 있는 시간, 환경 등은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헤비 레인 때 과할 정도로 자주 등장했던 QTE는 디트로이트에서 역동적인 액션 연출 시에만 등장하는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설정한 난이도에 따라서 QTE의 복잡한 수준이 달라지는데,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QTE의 난이도 설정은 유저를 많이 배려한 조치였다고 보여집니다.

 

 

 

 

 

​ 디트로이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핵심은 여러 SF 작품들의 주제가 되었던 것과 같습니다.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며,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기계 생명체라면 그들을 단순한 기계로 취급해야 하는가.

 

 

 

 

선택은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 이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처럼 웃고, 울며, 화를 냅니다. 그들의 기본적인 설정은 인간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지만, 그 설정에서 벗어난 안드로이드들은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곤 그것을 열 시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쳐 게이머에게 전달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플레이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묵묵히 말입니다.

 

 

 

인간의 성적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도 있다.

 

 

​ 디트로이트의 선택지는 정말 훌륭합니다. 단순한 상황의 변화나 인물들 간의 친밀도, 대사 변경에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 장소와 캐릭터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가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불행한 죽음을 맞이할지, 발도 내딛어보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서 잊힐지는 전부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 문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부 계층의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대중은 행복하지 못한 삶. 그리고 인간의 손에서 태어났지만 속박된 채로 망가질 때까지 불행하게 살아가는 이들. 디트로이트의 세계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기에 한 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뒤이어, 매 순간 찾아오는 선택의 연속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운명을 좌우하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어 고민을 거듭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를 붙들고 있게 만드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과 스토리의 강한 흡입력 때문입니다. 세 명의 안드로이드가 보여주는 각각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못해 다음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게 만들고, 기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또한, 선택들은 나무의 가지처럼 넓게 뻗어 있고, 그 선택들이 모여 뿌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되는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을 예전 챕터에서의 선택이 나중에 혹은,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서야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디트로이트의 선택과 스토리가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노스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

 

어떤 복장을 입어도 노스는 아름답다.

 

 

​ 연결고리처럼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성의 선택들은 쌓이고 쌓여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의 과거이자 역사가 됩니다. 디트로이트에서의 선택들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성향과 다름의 차이가 있을 뿐이며, 그렇기에 더 흥미롭고 각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누군가는 코너를 피도 눈물도 없는 불량품 학살자로 만들 수도 있고, 누군가는 코너를 인간의 따스함이 깃든 기계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인터렉티브 드라마.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 가는 드라마라는 장르의 정점에 있는 것은 이 디트로이트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겉치레에 가까운, 의미 없는 선택지가 나열된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과거, 수많은 선택지와 그에 따라 장르까지도 바뀌어버리던 카마이타치의 밤처럼, 디트로이트는 같은 장르의 게임들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말로 이어질 즈음,

그때의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된다.

 

 

​ 헤비 레인에서 극찬과 조명을 받았던 퀀틱 드림은 비욘드 투 소울즈에서 쓰디 쓴 비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을 통해 여전히 인상 깊은, 최고의 인터렉티브 드라마 게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뛰어난 연출과 헤비 레인 못지 않은, 그보다 더 인상 깊은 스토리를 담아서 말입니다.

 

 

 

​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 풍부한 감정과 행동을 보여줌으로 캐릭터는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고, 나무랄 데 없는 성우들의 연기는 그들이 정말 살아 숨쉬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그리고 갖가지 선택에 따라 새롭게 쓰여지는 역사와 그것들이 한데 모여 끝을 맺는 이야기가 있죠. 그 모든 요소들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수준급의 모델링과 디테일, 그래픽적 부분과 모든 상황에서 몰입감을 배로 증대시켜 주는 정점 급의 음악을 비롯한 사운드까지, 필자가 감상한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가히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열 두 시간 남짓한 플레이 타임 동안 이 작품에서 느꼈던 단점은 세 가지 뿐이었습니다.

 엔딩을 본 이후에도 챕터 도중 대사나 일정 구간 까지의 스킵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몇 가지 선택지를 수정한 뒤에 챕터를 건너 뛰면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선택지를 수정한 뒤 계속 이어서 플레이 해야만 수정한 선택지가 적용 된다는 게 두 번째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헤비 레인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조작감이 불편하다는 게 세 번째 단점이었습니다.

 

 

​ 2016년부터 필자로서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 해왔습니다. 백여 개가 넘는 작품을 플레이했고, 리뷰했습니다. 레이싱부터 텍스트 어드벤쳐까지 정말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했습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게임도 있었지만 꼭 다시 해보고 싶거나, 오랜 시간 가슴에 남은 게임들도 있었죠.

 

 그 가운데 오늘 소개한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매 순간 순간이 즐거웠던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았습니다. 놀라운 선택들과 충격적인 연출, 캐릭터들,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까지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거의 모든 요소가 제 입맛에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코너와 행크의 경찰 파트너 같은 부분은 게이머에 따라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성우들의 연기로 미소 짓게 만드는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운 건 무엇인가를 고뇌해 본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이었고,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서 기억 될 가치가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의 리뷰를 작성하기 전. 저는 오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은 제게 있어서 너무나도 뛰어난 작품이라 느껴졌고, 제 모자란 글귀로 이 작품을 제대로 리뷰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임 속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처럼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디트로이트 : 비컴 휴먼에서 느낀 감정과 소감을 잘 표현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 리뷰를 읽어 보신 분들이 부디 이 작품에 흥미를 느끼셨으면 좋겠고, 직접 플레이 해보셨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그리 어려운 조작을 요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플레이 해볼 수 있고, 반드시 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이것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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