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5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32&sca=&sfl=mb_id%2C1&stx=lieonsjh&page=1
발매 시기 | 2019. 05. 21 |
리뷰 작성일 | 2019. 05. 07 |
게임 장르 | RPG |
정식 발매 가격 | 49,800원 |
제작사 | 니혼이치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NSW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데스티니 커넥트의 구동 화면
귀여운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월-E, 빅 히어로 같은 영화 속 로봇들은 우리에게 긴 감동과 재미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들의 겉은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이나 사람의 피부와는 다른 재질로 돼 있지만, 그 속에는 따듯함을 간직한 로봇들이었지요.
우리는 흔히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감정을 깨우치기 시작하는 로봇이나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접해왔습니다. 개중에는 사랑에 눈을 뜬 AI도 있었고, 누군가를 지키려던 AI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처럼 감정을 갖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명령과 지시가 아닌 유동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걸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낸 AI로 치부해야 할지를 말입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니혼이치 게임이 발매됐다
오늘 소개할 데스티니 커넥트에는 그런 고도의 AI가 탑재된 로봇이 등장하진 않습니다. 정해진 지시사항을 지키려 애쓰지만 메모리의 손실로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독특한 로봇이 등장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 투박한 외형의 로봇은 무척 귀엽고,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플레이어를 끌어 당기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무려 언리얼 엔진으로 구성된 그래픽
니혼이치는 정말 신선한 개발사입니다. 작품 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것부터, 게임성이나 방식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들은 이번에도 독특한 소재들로 버무린 신선한 게임으로 돌아왔습니다. 동화 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이 아니라,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에 담아서 말입니다.
타이틀 메뉴는 심플함의 끝을 보여준다
게임 진행도에 따라 바뀌는 일러스트는 아기자기함과 귀여움의 끝을 달린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쉐리
약 16년 간 보았던 니혼이치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그래픽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디스가이아, 루프란, 마녀와 백기병, 하야리가미, 요마와리 등 니혼이치의 게임들은 항상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평범한 2D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옛날 서양 3D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으로 구성된 독특한 그래픽을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신선함이 한 단계 더 올라간 느낌입니다. 니혼이치의 전형적인 그래픽과 전혀 다른 탓에 제작사를 보기 전에는 니혼이치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캐릭터 모델링은 전체적으로 아주 귀엽고, 게임 속 풍경은 아기자기합니다. 덕분에 토이스토리, 빅 히어로, 주먹왕 랄프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하죠.
데스티니 커넥트의 등장 인물들은 아주 흔한 성격의 캐릭터들입니다. 밝고 명랑한 성격에 귀여운 것과 모험을 좋아하는 소녀 주인공과 겁쟁이 소년, 괴짜 박사, 말수가 적고 비밀을 간직한 소년, 다정다감한 어머니 등 영화나 게임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캐릭터 뿐입니다.
그러나 그 흔한 캐릭터들로 풀어 가는 스토리가 무척 흥미롭고, 진부한 캐릭터지만 스토리에 잘 어우러지기에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임의 기본은 턴제 RPG
니혼이치다운 과할 정도로 친절한 튜토리얼은 건재
개성적인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그려낸 데스티니 커넥트는 모든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베이스는 턴제 RPG 방식이지만 파이널 판타지나 진 여신전생처럼 어렵지 않고 전체적인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합니다. 디스가이아처럼 노가다성 짙은 육성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게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레 부딪히는 적들과 싸우다 보면 쉽게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고, 장비 아이템과 스킬 레벨업 아이템을 통한 캐릭터의 강화도 간단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또한 매 챕터 간의 간격이 다른 게임에 비해 무척 짧은 편에 속합니다. 특정 챕터의 경우 캐릭터 간의 대화만 읽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약 7분 정도면 챕터 하나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반부 챕터의 경우 대부분 20분 내지 30분이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구성입니다.
덕분에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도 가볍게 즐기기에 좋고, 쉬운 난이도 덕분에 아이들도 즐기기에 알맞는 게임입니다.
2000년 새해 첫날이 되자마자 세상의 시간이 멈춰버린다
귀여운 디자인의 깡통 로봇과 함께 소년과 소녀는 시간이 멈춰버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듭니다. 데스티니 커넥트는 멈춰버린 시간, 그 사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쉐리와 동료들의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험을 좋아하는 말괄량이 소녀, 귀여운 로봇, 시간 여행. 아주 흥분되는 소재를 종합적으로 묶었습니다.
고물 로봇 아이작과 쉐리의 만남
필드의 적과 부딪힐 때 전투에 돌입하는 방식
그 매력적인 소재를 데스티니 커넥트는 아주 잘 활용했습니다. 게임의 템포를 빠르게 설정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간을 그리 길게 끌고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높은 난이도의 배틀로 골머리를 썩을 일 또한 없습니다.
레벨이 오름에 따라 다양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고, MP나 TP 같은 시스템이 아니라 매 턴마다 회복되는 SP 시스템을 채용함으로서 전투의 지속력을 늘렸습니다. 덕분에 중반부까지는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배틀로 막힘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천천히 어려운 난이도로 접어들기에 갑작스레 어려워지는 배틀 난이도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습니다.
언리얼 엔진으로 구성된 그래픽 덕분에 연출은 제법 화려한 편
그러나 게임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귀여운 느낌은 그대로 살렸다
데스티니 커넥트는 진행하면 할수록 그 만듦새가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게임의 밸런싱은 적절하고, 괜시리 어려운 난이도로 플레이어를 골리며 어거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레벨 디자인이 훌륭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연출을 내세우며 디즈니, 픽사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사실 이 게임의 핵심은 아이작이다
앞서 기술한 것이 전부였다면 데스티니 커넥트의 매력이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니혼이치는 영리하게도, 여기서 한 가지 더 특색을 더했습니다. 귀여운 깡통 로봇 아이작에게 폼 변화라는 특별한 기능을 주어 매력을 한층 더 높였습니다.
쉐리와 같은 인간 동료들이 다양한 장비와 무기에 부가적으로 장착하는 아이템으로 더 성장하는 것과 달리, 아이작은 로봇의 특징을 살려 개조를 통해서만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두었습니다. 금, 은, 동으로 나뉜 기어로 아이작의 능력치를 더 높일 수 있고,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폼 변화 기어로 배틀의 재미를 높이면서 보는 맛의 즐거움까지 잡았습니다.
폼 변화는 배틀중 언제라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같은 턴에 여러 폼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
아이작의 폼 체인지는 마치 페르소나의 주인공이 전투중 전략적으로 페르소나를 변경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군의 HP가 적을 때는 레스큐 폼으로 회복을 돕고, 강한 적이 아군을 노릴 때는 가디언 폼으로 지켜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틀 폼에 따라 다양한 외형으로 바뀌며 시각적인 매력까지 사로잡은 컨셉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흥미롭습니다.
보스전은 일반 전투에 비해 제법 난이도가 있는 편이지만
그리 심각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전 연령대를 타겟으로 한 RPG 답게 혐오스럽지 않고 귀여운 디자인 또한 특징
배틀 시에는 최대 3인 파티 시스템이기에 동료가 늘어나면 편성을 다시 짜야 한다
놀랍게도 패스트 트레블까지 지원한다
데스티니 커넥트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가장 큰 특징인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분위기를 게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월드맵 일러스트나 캐릭터의 다양한 모델링, 캐릭터들의 대사, 적당히 무거운 스토리 등에서 말입니다.
게임 내 숨겨진 수정 구슬을 습득하면 의상을 갈아 입힐 수도 있다
얼핏 보면 어린이용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게임을 라쳇 앤 클랭크와 비슷한 선상에서 보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할 수도 있지만, 성인이 해도 유치하지 않은 게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생각됩니다.
게임의 구성 또한 탄탄한 편입니다. 아틀라스의 진 여신전생, 여신전생 시리즈처럼 하드코어하고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만으로 어필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캐릭터의 성장, 다양한 장비 아이템을 통한 스탯 상승, 스킬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아이템, SP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배틀, 적을 처치했을 때의 합당한 보상 등. 턴제 RPG 게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들은 전부 갖추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아름다운 음악과 귀가 즐거운 사운드는 3D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과 어우러져 절묘한 하모니를 뽐냅니다. AAA급 대작 게임이나 스퀘어 에닉스, 아틀라스 같은 A급 개발사의 게임에 비하면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데스티니 커넥트는 고유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필드를 돌아다닐 때의 조작감이 어딘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과 이벤트 씬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대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훌륭하고도 필자의 취향에 제대로 맞는 게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성우가 없다는 점입니다. 매력적이고도 귀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그래픽, 게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과 더불어 성우의 연기가 섞여 있었더라면 그다지 흠잡을 게 없는 게임이 됐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데스티니 커넥트의 뛰어난 게임성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습니다. 캐릭터에 성우가 없더라도 이 게임은 정말 재밌고, 오랜만에 힐링 되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드넓은 오픈 월드 게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옛날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으로 즐거운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데스티니 커넥트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니혼이치의 수많은 게임들 가운데 가장 매력 넘치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플레이어의 마음을 적셔줍니다. 친구들과 함께 산, 인적이 드문 공터, 한밤 중의 가게, 사물에 영혼이 깃든다면 하고 상상했던 어린날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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