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담배 연기가 자욱하던 오락실이나 문방구, 슈퍼 앞에 놓인 오락기는 늘 인기였습니다.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르고 동네에서 불리는 이름으로 부르던 게임들이 허다했지만 당시 그 오락 한 판을 하기 위해 열심히 용돈을 모으던 기억은 그 시절을 살아온 게이머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추억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때 그 시절, 어린 아이부터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청소년과 성인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것들 중엔 언제나 SNK의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메탈 슬러그, 아랑 전설 등 SNK가 내놓은 주력 IP들은 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었습니다.
특히나 당시 최고의 인기 장르 중 하나였던 대전 격투 게임을 놀랍도록 잘하는 플레이어가 나타나면 그 주변을 에워싸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독특한 오프닝을 보여주는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
아직 한창 오락실과 오락기가 인기였던 93년 7월 경, SNK는 당시 대전 격투 게임의 주류에서 벗어나 독특한 게임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버추어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등 대전 격투 게임계를 주름 잡던 작품들은 대체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콤보나 빠른 게임 템포 등이 주류였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권격 위주의 게임들이었지요. 이른바, 주먹 싸움이 당시 시장의 핫 컨텐츠였습니다.
그런데 SNK에서 새롭게 내놓은 사무라이 쇼다운(일본은 사무라이 스피리츠)이라는 새로운 IP는 느린 게임 템포와 콤보 위주가 아닌 '한 방 싸움'이 메인인 독특한 대전 격투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흔한 주먹 싸움이 아닌 '무기'를 메인으로 크고 강력한 대미지를 단 일격에 먹일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고, 수많은 대전 격투 게이머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역대 보스 캐릭터 포함 28명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
먹선 같은 독특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림이 아주 매력적이다.
설에 의하면 당시 SNK는 사무라이 쇼다운 초대작에 별 기대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작품을 발매하기 전, 시간 벌이용으로 내놓은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그게 예상 외의 대 히트를 친 것이지요.
그렇다고 사무라이 쇼다운이 시간을 벌기 위한 날림 작품인데도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번의 기회를 잘 활용하여 보다 많은 대미지를 입혀야만 했던 여타 대전 격투 게임들은 각 캐릭터의 콤보를 숙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공격을 먹여야 효율적인지 파고 드는 것이 고수로의 길이었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택했으며 그 와중에 깊이가 있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이목을 잡아 끈 것이었습니다.
시리즈 역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
저스트 가드나 방어 도중 커맨드를 입력하면 적의 무기를 튕겨내는 것도 가능하다!
대전 격투 게임은 기본적으로 상대방과의 쫄깃한 심리전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방 싸움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무라이 쇼다운은 쉴 새 없이 짠손 견제를 하며 틈을 노리는 여타 대전 격투 게임과 달리 그 심리전이 더 중요한 편입니다.
무기를 사용한 대전 격투 게임답게 사무라이 쇼다운은 약, 중, 강 공격의 대미지와 프레임, 딜레이 차이가 크며 무기의 타격감이 남다릅니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상대방의 무기를 튕겨버리고 아주 큰 빈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기를 떨어뜨리면 다시 줍기 전까진 주먹으로만 싸워야 한다.
신중하게 상대방의 헛방을 기다리다가..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는 한 방, 한 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공격해야합니다. 아무 때나 공격을 내질렀다간 헛방 이후의 딜레이 때 카운터 강베기 공격을 맞고 한 방에 절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주로 행하며 한 순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내지르는 것. 마치, 만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사무라이의 대결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요.
상대방의 공격후 딜레이를 노려 강베기 한 방! 위 스크린샷에서 바로 이어진 장면이 맞다.
위 두 스크린샷처럼 수세에 몰리다가도 고작 단 한 방에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빈틈을 놓치지 않고 내지른 단 한 방에 전세는 역전되고 특유의 사운드와 짜릿한 손맛, 게다가 남다른 타격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사무라이 쇼다운만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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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 대전 액션 게임에선 흔하지 않았던 유혈 표현.
또한, 서양의 모탈 컴뱃만큼은 아니지만 유혈이 낭자한 연출과 이펙트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각각 특색 있는 캐릭터들은 저마다 독특한 무기를 들고 등장하며 질리지 않는 재미를 줍니다. 각 캐릭터마다 움직임부터 무기를 놓쳤을 때의 비무장 모션까지 전부 천차만별의 액션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에는 '절명 오의'라는 필살기 개념의 기술도 존재한다.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의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과 베이스는 대부분 초대 작품에서 이미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속편들은 대체로 신규 캐릭터나 약간의 신요소 추가 등이 전부였습니다. 그만큼 1편의 완성도가 높았고, 그 덕분에 당시 무서운 거물급 루키 같은 포지션의 게임이 된 것입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은 몇몇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 가운데, 그리고 SNK의 대전 격투 게임들 중 가장 깔끔한 밸런스가 자랑인 작품입니다. 둘째는 MVS/ 네오지오로 발매된 마지막 게임이란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 중 가장 좋은 밸런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MVS로 발매된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모종의 살인 사건 때문에 네오지오 버전은 그로테스크한 절명 오의의 연출을 수정하였고, 네오지오 버전 발매 이후 한번도 이식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무라이 쇼다운은 특정 피니시 연출시 몸이 그대로 두 동강 나는 작품이며 공격 히트시 사방으로 피가 튄다지만 V 스페셜에서 추가된 절명 오의는 확실히 더 잔인한 편입니다. 당시 언론과 세간의 질타를 우려하여 절명 오의 연출을 수정한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PS4/ PS Vita로 이식 발매된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은 절명 오의의 연출이 수정된 버전이 아니라, MVS 원판 버전으로 이식되어 시리즈 팬이나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을 그리워했던 팬에게는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날 게임이지만 다행히도 연습실이 존재한다.
다양한 커맨드가 있지만 사실 강베기 한 방이 훨씬 강력하다.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대로 여타 대전 격투 게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콤보라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으며, 필살기류가 아닌 일반 기술들의 대미지는 무척 낮습니다. 일부러 어려운 커맨드를 사용하여 기술을 사용하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강베기 한 방이 훨씬 강력합니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대전 격투 게임을 찾고 있었다면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은 틀림 없이 괜찮은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부담도 없으니까요.
앞서 열거한 것들은 대체로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의 특징들입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은 아주 잘 만들어진 게임이며 2017년 지금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수작입니다. 그렇지만, 2004년 발매 당시보다 더 나아진 리메이크를 원한다면 아쉽게 느껴질 구석들이 많습니다.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 PS4/ PS Vita 버전은 그 옛날 버전에서 달라진 것이 전무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부터 캐릭터 모델링 등은 전부 그대로입니다. 특별한 추가 요소도 없고, 단순 이식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단지 메뉴를 PS4/ PS Vita에 맞춰 바꾸었고 트로피를 추가한 정도에 그쳤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사무라이 쇼다운 V 스페셜은 과거 명작 게임을 내놓던 명가 SNK의 작품을 싼 값에 즐겨보는 것 정도의 의미만 지닌 수준이지만, 오리지널 게임 자체가 워낙 잘 빠졌기 때문에 충분히 수작임에는 변함 없으므로 독보적인 독특한 대전 액션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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