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0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43
발매 시기 | 2019. 09. 26 |
리뷰 작성일 | 2019. 10. 03 |
게임 장르 | 드라마틱 탐색 액션 RPG |
정식 발매 가격 | 64,800원 |
제작사 | 반다이 남코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디지털), PC(디지털)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다크 소울이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 IP가 되고, 큰 인기를 끌면서 소울 시리즈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하나 둘씩 발매되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E3에서 반다이 남코의 이름이 걸린 소울 라이크 게임이 공개되었을 때, 게이머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하에 다양한 개발팀을 두고 있는 반다이 남코지만, 그러한 방식의 액션 게임을 내놓은 적 없었기 때문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흡혈귀가 되어 심장을 찔리지 않는한 계속해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코드 베인은 발매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그저 소울 시리즈의 복사 붙여넣기 게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본 적 없는 반다이 남코에서 과연 제대로 내놓을 수 있을지가 걱정의 원인이었죠.
그런 걱정을 가중시키는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작년에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연기돼 2019년 9월로 미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드 베인은 걱정했던 만큼 실망스러운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엉망진창은 아닙니다. 나름의 커다란 설정과 시나리오 플룻을 갖고 있고, 그것을 반다이 남코 식으로 열심히 풀어냈습니다.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아닌지는 차치하고서 말입니다.
먼저, 이 작품은 소울 시리즈와 유사하면서도 독자적인 특색을 보이려 애쓴 모습이 보입니다. 재의 귀인, 불사자와 유사한 컨셉의 흡혈귀라는 설정을 토대로 끝없는 부활과 피의 갈증, 흡혈귀에서 변이 되는 타귀, 괴물의 습격, 흡혈귀 퀸 등 착실히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괴물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퀸과 그녀의 폭주, 독기로 타귀가 되어버린 흡혈귀, 친구와 가족을 잃은 동료들까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가득한 캐릭터가 세계관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스토리는 주인공과 그 동료들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동료들은 각자의 슬픔을 안고 있으며, 제각각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지만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진부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매력을 발산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어린 동생을 위해 제 목숨도 아끼지 않는 캐릭터, 동료들을 지키려 애썼지만 결국 그 동료들에게 지켜져 슬퍼하는 캐릭터, 감시자로서 사명을 지닌 흡혈귀들의 폭주를 막으려는 캐릭터, 세상을 보다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있는 캐릭터 등. 입체적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보이는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다지 흡입력이 없는 편입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와 각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기 위해 반강제로 이벤트 영상을 보고 있는 시간은 상당히 큰 지루함으로 다가옵니다. 보스전을 시작하기 전에도, 보스전이 끝난 뒤에도, 마을에서도, 특정 보스는 스토리 이벤트 영상을 보기에 앞서 그 보스와 관련된 과거 스토리 영상을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뚜렷하고도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지만 내러티브가 불친절하고 엉망인 소울 시리즈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에 더 집중하여 소울 시리즈와는 다르게 간다는 의도로 보이나, 흥미롭지 않은 스토리와 캐릭터들로 가득하기에 되려 단점으로 느껴집니다.
언리얼 엔진 4로 제작된 그래픽은 반다이 남코의 게임치고는 아주 훌륭하게 보입니다. 갓 이터 시리즈를 만들던 팀의 작품이기에 더 놀랍게 느껴지고, 항상 평균보다 많이 떨어지던 그래픽과 달리 많은 발전을 이뤄낸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이나 갓 오브 워, 드래곤볼 파이터즈 같은 그래픽이 아주 뛰어난 작품들에 비하면 역시 모자란 것이 사실이나, 이전 게임들의 그래픽이 PS3 수준으로 보일 정도였기에 군계일학으로 느껴집니다.
수준 높아진 그래픽 퀄리티 덕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입니다. 코드 베인의 커스터마이즈는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원하는 머리 모양이 없다면 액세서리 위치와 크기, 좌표를 수정하여 나만의 헤어스타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즈 자유도가 검은사막 만큼 광활하게 자유롭진 않지만 여느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게임 컨셉은 흡혈귀의 특색을 내세웠지만 전체적인 시스템 구성은 소울 시리즈와 유사합니다. 적의 뒤에서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백어택, 일명 뒤잡기와 적의 공격을 흘리고 반격하는 패링,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짓이라는 점이나 HP를 회복할 때 재생력이라는 에스트와 동일한 것을 소모해 회복하고, 화톳불과 같은 겨우살이에서 재생력을 채우고, 필드 곳곳에 재생력 갯수 증가 아이템이나 재생력 회복력 증가 아이템이 있는 등 많은 부분이 같습니다.
그러나 전투 부분에 있어서 코드 베인의 흡혈귀에 초점을 맞춘 흡혈 시스템과 연혈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이루어진 것들도 존재합니다. 적의 뒤잡기나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 사용하는 흡혈 공격을 통해 최대 연혈 갯수를 늘리고, 소모된 연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 연혈을 소모하여 다양한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어구임과 동시에 흡혈 공격의 대미지를 높일 수 있는 흡혈 아장이라는 장비를 통해 자기 캐릭터에 맞는 다양한 셋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흡혈 아장은 네 종류밖에 없으며, 무기 종류 또한 광범위한 소울 시리즈와 달리 다섯 종류가 전부입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신만의 컨셉 플레이를 즐기기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 부족한 무기와 흡혈 아장을 보완하고자 게임 컨셉을 살린 블러드 코드라는 것으로 다양성을 늘리려 한 부분이 엿보이지만, 블러드 코드로 그것을 채우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우리는 다양한 블러드 코드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숨겨진 것도 존재하며, 어떤 블러드 코드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캐릭터의 스탯이 바뀌는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벌어지긴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분명 블러드 코드에 따라 흡혈 마법 특화, 한손검 특화, 양손 무기 특화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것을 활용하기엔 많은 제약과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어떤 블러드 코드는 흡혈 마법 위주이기에 최대 무게가 극히 적어지는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게임 초반부터 컨셉을 확실히 정하지 않는 이상 도중에 바꾸기엔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동반합니다.
코드 베인에서의 캐릭터 레벨업은 헤이즈라는 경험치를 소모하여 진행되지만, 익숙한 소울 시리즈와 달리 이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마음대로 스탯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캐릭터의 레벨업 버튼만을 누를 수 있으며, 레벨이 오를 때 자동적으로 HP와 스태미너, 무기 공격력, 흡혈 아장의 기술 공격력만이 오를 뿐입니다. 이는 특정 스탯에 올인하여 캐릭터를 키우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코드 베인에서의 캐릭터 성장은 극한적으로 제약이 걸려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맵 구성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런류의 작품을 만들어본 적 없는 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맵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엿보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초반부 필드 중 하나인 성당 파트에서 제대로 드러나는데, 성당 파트는 복층 구조임과 동시에 미로처럼 여러 갈래의 길과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새로운 길을 찾아야하는 신선한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복잡한 성당 부분을 진행하고 있노라면 게이머로서 많은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것이 사실이나,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보면 맵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모든 맵 디자인이 성당 파트처럼 복잡하고 공들인 티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여섯 개의 맵은 열심히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맵 디자인과 별개로 필드내 적의 배치는 소울 시리즈를 의식한 듯 악랄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낙사 포인트 앞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던가, 좁은 곳에 강력한 적 서너 마리를 배치해 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은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놀라울 게 없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겐 많은 짜증과 분노를 유발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코드 베인에서의 필드 진행과 보스전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템포가 전체적으로 아주 빠른 편이고, 소울 시리즈의 묵직하고 무거운 것과는 반대로 아주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맞기 전에 두세 번을 더 공격해 경직을 유발하거나, 한 번 공격한 뒤 빠르게 굴러서 회피하는 등의 제법 스타일리쉬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확실히 복사 붙여넣기 게임이 아니라 색다른 감각을 선사하는 재미로 느껴집니다.
뿐만 아니라 필드 진행과 보스전을 더욱 쉽게 만들어주는 동행자 시스템은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에게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 그녀들은 플레이어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서포터로서 게임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입니다. 플레이어가 사망하더라도 자신의 HP를 나눠주어 부활할 수 있게 도와주고, 원거리 적에게 애먹고 있는 플레이어 대신 맞아준다던가, 그들의 주의를 끌기도 하며, 빠른 원거리 마법과 공격으로 그들을 대신 처리해주기도 합니다.
스토리의 핵심 인물들을 동행자로서 고용하여 함께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보스를 포함하여 웬만한 적들은 전혀 두렵지 않게 느껴지고, 그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일종의 유대감마저 갖게 됩니다.
비록 그들 때문에 보스전이 너무 쉽게 느껴져 게임 난이도가 심각할 정도로 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유저들을 위해 동행자 시스템은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든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동행자를 해제하고, 혼자서 필드나 보스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블러드본의 성배와 유사한 심층 시스템이나 수많은 타귀가 몰려드는 타귀의 습격 시스템, 다양한 액티브 및 패시브 스킬을 통한 차별화로 단순한 복사 붙여넣기 게임이나 아류작이 아닌 고유의 재미를 살리려 노력한 부분이 많습니다.
떨어지는 기술력에 대한 방책을 세운 제작진의 노력 하나가 게임 내내 아주 흥미로웠는데, 진행중인 필드 내에서는 로딩이 없지만 다음 필드로 걸어서 이동할 때의 로딩을 그들은 아주 영리하게 해결했습니다. 자칫 분위기나 몰입도를 해칠 수 있는 까만 로딩 화면을 내걸지 않고, A 필드에서 B 필드로 이동할 때 긴 통로를 만들어 다음 필드를 불러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보한 것입니다. 커다란 맵을 불러오는 탓에 통로 이동 중에는 급격한 프레임 드랍이 생기지만, 전투 중에는 그러한 프레임 드랍을 느낄 수 없어 처음엔 의아했다가 뒤늦게 통로 구간에서 로딩중 생기는 프레임 드랍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신선하게 느껴졌고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드 베인의 가장 큰 흠은 앞서 언급한 진부한 동료들과 진부한 스토리, 거기서 이어지는 강제 스토리 영상의 지루함일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분명 즐겨볼 만한 게임이고, 흥미롭지 않은 스토리는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게임 플레이 자체가 즐겁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 덕분에 스피디한 진행으로 스토리를 제외하곤 지루할 틈 없이 패드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스토리와 캐릭터, 부족한 무기와 방어구 종류에 제법 실망했지만 스스로도 놀랄 만큼 이 게임을 아주 재밌게, 엔딩까지 플레이했습니다. 경쾌하고 막힘 없으며 쪼이는 약간의 긴장감을 맛볼 수 있지만 죽더라도 쿨타임에 걸려 있지만 않다면 언제든 부활시켜줄 수 있는 동행자 덕에 스물 한 시간 남짓한 플레이 타임이 즐거웠습니다.
소울 시리즈를 접해본 적 없는 게이머 가운데, 소울 시리즈를 해보고는 싶지만 너무 어려운 난이도에 선뜻 시도해보지 못했다면 이 작품으로 유사한 느낌을 먼저 접해보는 것이 아주 좋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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