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0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45
발매 시기 | 2019. 10. 09 |
리뷰 작성일 | 2019. 10. 14 |
게임 장르 | 퍼즐 어드벤쳐 / 액션 |
정식 발매 가격 | 34,800원 |
제작사 | 픽셀오푸스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감성적인 게임은 액션에 집중된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해줍니다. 아름다운 색감, 환상적인 희망의 빛, 감수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음악이 어우러지면 그 감상은 배가 되고, 보다 고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콘크리트 지니에서 플레이어는 황폐해진 덴스카라는, 주인공 애쉬의 고향을 탐험하게 됩니다. 나쁜 장난을 일삼는 악동들에게 못된짓을 당하고 마을의 등대로 옮겨지게 된 애쉬는 그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체험하고, 절망의 어둠에 잠식된 마을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시놉시스지만 이 게임의 보다 큰 가치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예술적인 그래픽 효과와 사운드가 늘 함께하는 것입니다. 애쉬는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불이 꺼진 전구를 켜야만 합니다. 그 과정은 아주 간단한 퍼즐을 푸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둠의 뿌리 같은 것들이 마을 곳곳에 존재하고, 그것을 없애는 행위는 각 구역의 꺼진 전구를 켜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또한, 다음 구역이나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한 행위 역시 모두 간단한 퍼즐을 푸는 것 뿐입니다.
등대에서 받은 특별한 붓은 마을의 콘크리트 벽에 요정을 그린 뒤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그 요정들은 퍼즐을 푸는데 도움을 주죠. 퍼즐을 감추고 있는 빨간 천을 태워주거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의 차단기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등 심플하지만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을 해줍니다.
이 귀여운 요정들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꾸며주느냐에 따라 그 외형이 달라지고, 칙칙한 분위기의 벽들은 플레이어의 손 끝에서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행위들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기에 오로지 자기만족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감성적인 게임에서의 힐링을 갈구했던 게이머라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기 메뉴의 모든 스케치가 불을 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크기가 큰 해와 달 같은 그림을 벽에 그려 한꺼번에 많은 전구를 켤 수도 있고, 넓은 벽에 예술적 감각을 살려 다양한 그림을 그려낼 수도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그림을 벽에 그릴 수 있도록 새로운 항목을 늘리는 것은, 마을 곳곳에 숨겨져 있거나 날아다니는 페이지를 습득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페이지는 대체로 날아다니며, 주로 진행 구간에서 쉽게 습득할 수 있지만, 숨겨진 퍼즐을 푸는데 쓰이는 페이지는 숨겨진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퍼즐 어드벤쳐 게임으로 진행에만 몰두한다면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행위는 반복적이고, 요정들이 원하는 그림 양식을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콘크리트 지니는 그다지 훌륭한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허나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하여 마을을 아름답게 바꾸고, 어둠을 걷어내다 보면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지정된 프리셋 그림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덴스카를 되살리고 싶어하는 소년 애쉬의 간절함에 집중하고, 벽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가며 조화를 이뤄갈 때에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애쉬가 그리는 그림들은 모두 아름다운 색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 색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환상적인 광원 효과는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아름다운 BGM이 어우러지며 예술적인 게임이 됩니다.
작은, 반 오픈월드 세계로 이루어진 덴스카에서의 모험은 그리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에는 몇 종류의 숨겨진 요소가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습득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며, 주어진 메인 퀘스트의 목표만을 향해 달리면 서너 시간 남짓한 시간에 결말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이 게임에서 체험하게 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PS VR을 갖고 있는 게이머라면 타이틀 메뉴의 VR 전용 모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놀 수 있습니다. 그래도 더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프리 스케치 모드에서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발산할 수도 있습니다.
눈과 귀가 즐거운 그림 그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게임의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에, 플레이어는 놀라운 비틀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단순히 퍼즐 어드벤쳐였던 게임의 장르에 몇 가지 커맨드가 새롭게 추가되고, 이 게임은 퍼즐 어드벤쳐에 액션이 추가되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그때까지는 커맨드 자체가 없었던 페인트 스케이팅, 콤보 공격, 기절 공격, 떨어뜨리기 공격, 회피 등의 액션이 더해지며 플레이어를 당황시킵니다. 그것은 무척 놀랍고, 긍정적인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콘크리트 지니의 액션은 그리 정교하진 못하며, 다소 반복적이고,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스타일이지만 그때까지 숨겨져 있던 것들이 등장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줍니다. 삼십 분에서 한 시간쯤 액션을 즐기며 약간의 루즈함을 느낄 때쯤, 게임은 엔딩을 맞이합니다.
이 부분을 냉정하게 본다면 개발사인 픽셀오푸스는 무척 영리한 배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정교하거나 뛰어난 액션성을 담은 게임을 만들 수가 없었기에, 이야기의 후반부가 돼서야 깜짝 비틀기로 액션을 추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술력과 작은 팀 규모에서 오는 한계일 수도 있죠.
그러나 게이머로서 필자의 콘크리트 지니 체험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환상적이고 예술적인, 짧지만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후반부의 비틀기는 놀라웠습니다.
게임을 끝낸 뒤, 추가된 이동기로 빠르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숨겨진 요소들을 찾는 과정 역시 즐겁습니다. 몇 가지 결함과 단점을 동반한 게임이지만, 그 세계를 돌아다니는 감각은 무척 값진 경험입니다.
스토리 영상에서는 종종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여 인물들이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인게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그리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짧은 플레이 타임은 하프 프라이스로 감안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아쉬운 점은 가장 크게 와 닿는데, 조금만 더 귀엽거나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었다면 더 끝내주는 게임이 됐을 것입니다.
콘크리트 지니의 스토리는 과거 픽사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진중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간의 감동과 어릴 적의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소중하게 여겼던 곳, 소중했던 나의 창작물, 마음이 맞지 않았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함께 이루어내는 무언가.
어업 마을 덴스카는 삭막하고 텅 비어 있습니다. 그 모험의 시작은 분명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손 끝에서 조금씩 절망이라는 이름의 어둠을 걷어내고,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그림을 그려가며 다채로운 색깔로 도시를 덮어갈 때, 우울했던 마음의 검정색이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조작은 무척 심플하고, 퍼즐 역시 쉽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힐링을 받고 싶은 모든 게이머에게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약간의 단점은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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