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즈 5 - 바뀐 제목 만큼이나 달라진 것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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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즈 5 - 바뀐 제목 만큼이나 달라진 것들 / 2019년 9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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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 9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41

 

 

 

발매 시기 2019. 09. 10
리뷰 작성일 2019. 09. 14
게임 장르 TPS
정식 발매 가격 59,900원
제작사 코얼리션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XB1, PC(윈도우 스토어, 스팀)
한국어 유무 한글 자막 + 한국어 더빙

 

 

 

 

 

 

 사랑하는 시리즈가 계속되는 것은 그 작품의 팬에게 있어 기쁨이자 축복입니다. 작품 내 등장했던 복선이나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끝을 맺는다 해도 일부 팬에게는 큰 아쉬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가 달가워하지 않을 얼토당토 않은 완결이나 급조된 완결은 대다수의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법적 분쟁이나 소위 어른들의 사정 등의 작품 외적인 요소로 완결조차 맺지 못하고 끝나는 것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MCU의 스파이더맨처럼 말이죠.

 

  석연치 않은 완결, 끝맺음조차 볼 수 없는 작품 외적인 사정. 그 IP를 꾸준히 사랑한 팬에게는 최악의 상황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기어즈 5편은 적어도 최악은 피한 작품입니다. XBOX 360 시절의 기어즈 오브 워 트릴로지를 잇는 속편이 발매되었을 때,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그 작품을 맞이했습니다.

 

 

 

 

 

 정식 넘버링 작품의 명성을 제대로 잇진 못했지만, 기어즈 오브 워 4편은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더 발전된 호드 모드, 더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이제는 노장이 되어버린 델타 분대 3인방과 새로운 기어즈 오브 워를 이끌어 나갈 인물들의 소개까지.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괜찮은 시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삼 년이 지난 2019년, 시리즈의 최신작이 타이틀을 바꾸며 돌아왔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IP를 더욱 확장시키기 위해 정식 넘버링 작품은 기어즈로 바꾸겠다는 의도인데, 게이머들에게 13년 동안 기억된 타이틀을 굳이 손대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달라진 타이틀 만큼 이번 작품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첫째로 시리즈를 이끌어 왔던 피닉스 집안 인물이 아니라 4편의 엔딩에서 주목 받았던 케이트가 주인공을 꿰찼습니다. 전작의 엔딩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암시가 이어진 셈입니다. 13년간 이어진 일자 진행 방식에서 오픈 필드를 섞은 것 역시 큰 변경점입니다. 이 부분은 언차티드 4편과 흡사합니다. 기존의 진행 방식을 이어가되, 도중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필드를 열어주는 것이죠.

 

 

 

 

 새로운 무기의 추가, 실버백의 재등장, 기어즈에서 만나는 서브 퀘스트, 여성 캐릭터로의 주인공 교체, 시리즈 개근 캐릭터 카민과 잭, 은신과 강탈 등의 잭이 사용하는 기술 추가, 케이트를 중심으로 뻗어 나가는 스토리까지.

 이 최신작은 시리즈의 큰 줄기는 이어 받았지만 많은 부분이 바뀐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당황스럽게 느껴질 구석이 많습니다.

 

 

 

 

 새롭고 신선한 변경점은 대체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게임이 종반부를 향해 달려갈 즈음, 터져나오는 불만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코얼리션이 어떤 생각, 무슨 의도로 이 작품에 오픈 필드를 추가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언차티드나 갓 오브 워, 툼 레이더 시리즈가 구작들과 달리 중간에 오픈 필드를 넣거나 오픈 월드로 제작한 것에 영감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어떤 철학이 있었던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기어즈 5의 오픈 필드는 낯익은 냄새를 풍깁니다. 그것은 8세대 콘솔 게이머에겐 너무 익숙한 냄새입니다. 지겹고, 새로울 것 없이 흔합니다. 두 개의 액트에 걸쳐 코얼리션이 만든 오픈 필드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첫 번째 오픈 필드는 흥미로웠지만 다시 겪을 때에는 지겨움과 지루함이 몰려옵니다.

 낡고 익숙한 방식의 오픈 필드에서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서브 퀘스트는 달갑지 않습니다. 유물 무기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기존에 있었던 무기의 유니크 버전일 뿐이고, 잭의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 되는 로봇 부품 회수는 그저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코얼리션은 기어워라는 IP를 사랑한 팬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생각됩니다. 어두운 배경에 화약 냄새와 담배 냄새가 짙게 풍기고,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들이 걸걸한 목소리로 걸쭉한 농담을 내뱉으며 정신 없이 총을 쏘고 로커스트의 머리를 터뜨리며 랜서 톱날로 머리를 갈아버리는 마초적인 느낌을 팬들은 사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최신작에선 그런 기어워만의 맛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기어워 4편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으로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기어즈 5는 얘기가 다릅니다. 전작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개한 뒤,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펼쳐갈 이야기를 강하게 어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 케이트는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매우 신경질적이고 오락가락 하는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JD 피닉스와 델은 그런 그녀에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한 명은 전작에 비해 어수룩한 바보가 됐고, 다른 한 명은 그녀를 돕는 조력자가 됐습니다. 거기다 새로운 등장인물로 갈등을 조장할 캐릭터가 추가됐지만, 그 네 명이 뭉쳐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 될 무렵 게임은 끝납니다.

 

 기어워 4, 갓 오브 워 4 등 그 작품에서 이야기의 한 단락이 끝나지 않고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작품이 연달아 다음 작품으로 바톤을 넘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메인 빌런 같은 장군과의 사투, 자신토와 로커스트 소굴의 초토화, 여왕과의 결전까지. 에픽 게임즈가 제작했던 기어워 트릴로지는 적어도 각 작품 내에서 단락을 마무리 지었었습니다. 반면, 코얼리션의 기어즈는 두 작품 연속으로 속 시원한 엔딩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비디오 가게에서 상, 하가 나뉜 비디오를 한 편만 본 찝찝함 같습니다.

 

 

 

 

 

 스토리와 캐릭터 표현, 오픈 필드 도입 등은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 부분을 전부 포함한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자체는 재밌습니다. 시리즈의 큰 줄기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기에 기어즈만의 독보적인 재미는 여전합니다. 화끈하게 터지는 적들의 사지, 헤드샷의 쾌감, 랜서 톱으로 갈아버리는 맛, 그내셔와 오버킬의 손맛이 살아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작품에선 잭의 특수 능력을 통해 전투를 보다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호드 모드는 여전히 재밌지만 기어워 4편처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점은 변함 없습니다. 게임 출시후 추가됐던 25 웨이브 모드는 다시 사라졌고, 50 웨이브를 전부 넘겨야만 클리어 됩니다. 캐릭터는 그저 스킨일 뿐이고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기어즈 5에서는 각 캐릭터에 직업이 정해져 있고, 공병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델을 해야하는 등의 제약이 생겼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탈출 모드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워 2의 좀비 모드나 레프트 포 데드 시리즈와 흡사합니다. 계속해서 특정 지점으로 이동하며 탈출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그 끝에 탈출에 성공하는 직관적인 구조입니다. 함께 기어즈 5를 즐길 친구가 있다면 호드 모드나 탈출 모드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 더빙이 들어간 점은 무척 좋습니다. 13년 내내 영어로 들어왔기에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더빙 퀄리티가 썩 괜찮은 편이며 자막을 볼 필요가 없어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자막이 아님에도 종종 존댓말과 반말을 오락가락하는 번역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리 자주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어즈 5의 게임성은 괜찮은 편입니다. 에픽 게임즈의 트릴로지를 의식한 것인지 과한 도박을 시도한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더러 있지만, 여전히 훌륭한 전투의 즐거움과 기어즈만의 맛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새로운 적, 새로운 무기, 더욱 고조되는 이야기의 흐름, 아름다운 비쥬얼을 간직한 그래픽, 훌륭한 사운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시리즈 최초로 도입된 오픈 필드 등. 신선함으로 무장한 채 새로운 기어즈 사가를 시작한 작품은 시리즈의 팬이라면 플레이 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8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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