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트랜딩 - 당신은 세상에 연결되어 있습니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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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 - 당신은 세상에 연결되어 있습니까 / 2019년 12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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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 1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49

 

 

발매 시기 2019. 11. 08
리뷰 작성일 2019. 12. 06
게임 장르 액션 어드벤쳐
정식 발매 가격 64,800원
제작사 코지마 프로덕션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PC(추후 발매)
한국어 유무 한글판

이 글은 SI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된 타이틀로 작성되었습니다. *

 

 

 

 

 

​ 2016년 E3에서 처음 공개됐던 데스 스트랜딩은 코나미에서 퇴사한 코지마 히데오의 첫 독립 작품입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현재 콘솔 게임 업계의 감독들 가운데 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매 작품마다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선보여 온 감독이었습니다.

 

 

 

 

트레일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 매즈 미켈슨의 등장씬

 

 첫 공개 이후, 매 년 E3와 PS 관련 행사에서 트레일러를 공개해왔지만 장르의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던 터라 데스 스트랜딩은 몇 년 동안 베일에 쌓인 게임이었습니다. 코지마 감독 특유의 센스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팬들은 당최 무슨 게임인지 감을 잡지 못했어도 기대했고, 팬이 아닌 게이머들조차 게임의 정체를 궁금해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새로 공개되는 트레일러마다 보여주는 분위기나 장르의 연결성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동안 공개된 트레일러는 외계인이나 고차원적 존재가 등장할 것만 같은 미스테리한 분위기, 호러나 슈팅 게임 같은 분위기,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영상까지 다양하게 게이머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리뷰어의 선행 플레이는 확실히 의미가 있었다

 

 게임 발매전. 전세계 리뷰어에게 신청을 받아 선행 플레이겸 리뷰를 맡기며, 그것이 게임 발매후 플레이할 게이머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도 있었고, 리뷰어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까지, 발매일이 다가올수록 호기심은 증폭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발매된 데스 스트랜딩은 코지마 감독의 발매후 인터뷰 코멘트처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세계의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여정

 

 데스 스트랜딩의 커다란 주제는 연결입니다. 그 뿌리를 토대로 자잘한 가지들을 이야기로서 뻗쳐 나가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무대로한 세계에서, 그 황폐해진 땅을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며 진행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이 오픈된 필드에서 수많은 선택의 연속을 맞이하게 됩니다. 단순히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제한 채 진행할 수도 있고, 게임의 주제에 맞게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연결에 힘쓸 수도 있습니다. 연결이 더 강해져 유대로 발전하는 것은 오로지 플레이어의 선택이며 강요되지 않습니다. 유대의 보상은 게임으로 구성된 세계 안에서 도움이 되는 것과, 이 세계를 더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게이머의 본능인 꾸미기적 요소로도 제공됩니다. 보상들은 다양한 유형의 게이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법 고심한 모습이 엿보입니다.

 

 

 

 

초반부는 분명 친절하지 않다

 

 연결을 주제로한 스토리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닙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초반부와 중후반부, 종장에 중요도가 밀집 되어 있지만,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야기의 일부는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봐야만 알 수 있거나, 어떤 이야기의 절반은 컷 씬에 담겨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텍스트로 담겨 있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낯선 게임에서 펄스의 팔씨가 떠오른다

 

 이 약간의 불친절함은 게임 초반부에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데,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의 고유 명사들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해변, 보이드아웃, BT, BB, 카이랄, 타임폴, DOOMS, 네크로 등등 생소한 단어들이 쉴새없이 스토리상 캐릭터의 대사로 노출됩니다. 그 많은 단어 가운데 컷 씬 등에서 캐릭터가 다시 짚어주는 식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을 계속 진행하며 스토리 컷 씬이나 무전,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깨닫게 되지만, 그전까진 모르는 단어들이 나열된 캐릭터들의 대사에 골치 아픈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해변의 경우 게임 내 텍스트로 전달 되는 것을 초반부 플레이 도중 읽게 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텍스트를 읽지 않았다면 중반부에 가서야 해변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퍼즐 조각이 하나로 맞춰질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그러나 그 약간의 불친절함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비중은 스토리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거듭 반복되는 짤막한 내용이 종반부에 하나의 이야기로 관통하는 부분이나, 실마리로 스토리를 유추해가는 과정,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설정에서 연결 되는 스토리의 커다란 줄기는 놀랍게 느껴집니다.

 

 

 

속칭 쿠팡맨에게 주어진 일들은..

 

 게임을 꽉 채운 메인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는 전체적으로 모든 게이머에게 진부할 정도로 익숙한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데, 메인 테마를 플레이어에게 더 각인시키기 위한 요소로 적절하게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배송에 배송. 모든 퀘스트는 배송 뿐이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B 지점에서 D 지점으로 반복해서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 배달이라는 부분을 이 게임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구성했습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람들간의 교류가 단절된 세상에서 모두를 연결하기 위해, 모두의 유대감을 더욱 다지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주기 위해 각자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주고 전달한다는 설정이 붙어 있기에 진부할 수밖에 없는 패치 퀘스트가 진부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친밀도나 스토리 진행도에 따라 더 많은, 더 좋은 아이템이 해금 된다

 

 배달을 행하는 퀘스트들을 수행하면 두 가지 보상이 주어집니다. 첫 번째는 그들에게서 화폐나 물건이 아닌, 게임 내 경험치에 해당하는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각 지점의 좋아요 수치가 일정치 이상 쌓이면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지는 친밀도가 올라, 친밀도에 따라 더욱 상위 등급의 장비나 도구, 차량과 선글라스 등의 색상 변경 선택지가 추가된다는 것입니다.

 

 

 

필드 곳곳에 떨어진 분실물을 가져다줘도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좋아요를 위해 배달을 하거나, 레벨을 더 높이기 위해 배달을 하거나, 각 지역의 NPC들과 더 많은 대화를 위해 배달을 하거나, 게임에 몰입하여 배달을 합니다. 

 그렇게 반복 퀘스트를 거듭하며 플레이어는 보다 게임에 몰입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게임의 설정과 조각조각 나뉘어진 스토리의 커다란 퍼즐판을 맞추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반복 퀘스트를 모두 배제하더라도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엔 문제가 없습니다. 그저 그러한 행위는 게임에 깊게 몰입하고, 세세한 설정을 모두 파악할 수 있으며, 자칫 가볍게 보이는 특정 스토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지루할 수밖에 없는 배달을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기 어려운 황폐한 땅을 재밌다고 느끼게 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국도는 쿠팡맨의 배달을 훨씬 더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사 같은 존재

 

 하나는 곳곳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구조물과 특정 지역에 건설할 수 있는 국도입니다. 플레이어는 특정 도구들을 활용하여 가파른 절벽이나 등반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사다리나 앵커 따위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탑승물과 많은 곳에 쓰이는 플레이어의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는 발전소, 비를 피할 수 있는 타임폴 쉘터 등 제법 다양한 것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도를 건설함으로서 물건을 배달하거나 지역을 이동하는 시간을 아주 크게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설치 구조물은 아래 기술할 부분에서 특히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른 사람이 더이상 타지 않는 차량도 받을 수 있다

 

국도가 천사라면 집라인은 하느님이나 진배 없다.

집라인만 있다면 로켓배송도 꿈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게임의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 되는 연결과 유대입니다.

 철저히 싱글 플레이로 구성된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황폐한 땅에 혼자 있다는 고독한 느낌을 직접적으로 받게 됩니다. 마치 산타모니카 산하의 댓 게임 컴퍼니에서 발매했던 저니처럼, 깊은 고독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게임을 조금 더 진행하면, 저니에서 느꼈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혼자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 간접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지점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했을 때, 그때까진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구조물들이 드러나며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합니다. 다른 플레이어가 설치한 구조물이 랜덤하게 플레이어의 세계에 나타나며, 사다리가 필요한 지형에서 다른 플레이어가 설치한 사다리를 활용할 수 있고, 탑승물의 배터리가 바닥날 즈음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가 설치해둔 발전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세션에 따라 일부 플레이어끼리 묶이는 방식으로, 모든 데스 스트랜딩 플레이어와 연결되진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며 큰 도움이 됩니다.

 

 

 

깨알 같이 반가운 카메오도 볼 수 있다

와! 코난 오 브라이언!

 

와! 패미통 편집장님!

 

와! 에일로이! 와쳐!

 

 게임의 메인 테마인 연결과 유대의 중요도를 스토리상에서 플레이어에게 설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느끼고 받아들이도록 장치한 셈입니다. 이 부분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플레이를 보는 것으로는 공감하기 어렵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야만 보다 크게 와닿는 부분입니다.

 

 

 

 

 

 

 액션 어드벤쳐 게임 답게 액션 파트가 존재하지만, 게임의 주제가 옅어질까 염려했는지 데스 스트랜딩의 액션은 그리 정교하거나 깊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달과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서 등장하는 적들은 게임 초반부엔 큰 부담과 스트레스로 피로감을 가중시키나, 극초반부를 지난 뒤로는 상대함에 있어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너무 쉽게 그들을 처치할 수 있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무거운 액션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겐 데스 스트랜딩을 권하기 어렵습니다. 이 게임의 액션 파트는 보너스 스테이지처럼 그저 지나가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플레이를 권장하는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 답게 데스 스트랜딩의 액션에는 약간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적들을 비살상으로 제압하는 몇 가지 무기와 도구가 존재하며, 살상으로 처치하는 몇 가지 무기가 존재합니다.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고, 그들을 처치함으로서 다른 플레이어나 NPC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주 방문하게 되는 각 지역의 프라이빗 룸은 전부 동일한 구성입니다. 모두 같은 장소를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같습니다. 게임 진행도에 따라 프라이빗 룸에 비치된 물건들이 늘어나는 것과, 프라이빗 룸 구석구석을 관찰할 때 볼 수 있는 특별한 액션, 그리고 프라이빗 룸에서만 볼 수 있는 다른 NPC들의 인터뷰란 이름의 읽을 거리도 풍부하여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아주 훌륭합니다. 그래픽의 경우 세세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고, PS4의 하드웨어적 한계에 타협하긴 했지만 HDR 효과까지 제법 뛰어난 터라 황폐한 세계지만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좋습니다. 반복적으로 돌아다녀야하는 구성이기에 배경과 그래픽 퀄리티에 특히 공을 들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람 소리, 비가 내리는 소리, 눈을 밟는 소리,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에 꼭 맞는 뛰어난 BGM은 게임의 몰입도를 배가 시켜주는 장치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데스 스트랜딩의 OST가 무척 좋은 편인데 이것을 플레이어가 배달중 자유롭게 들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특정 구간에서 종종 감상할 수 있으나, 이것은 스토리를 진행하러 달려가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도중 끊겨버리고, 다시 감상하기 위해선 프라이빗 룸의 단말기를 조작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좋은 OST를 삽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들을 수 없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스 스트랜딩의 스토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모두 인상 깊게 남습니다. 그들은 모두 개성 넘치며,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입체적입니다. 자칫 진부할 수 있었던 스토리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요인은 이 게임 고유의 캐릭터성에서 나옵니다.

 

 

 

 

 

 

 

 주, 조연은 모두 특정한 실존 배우나 인물을 그대로 옮겨온 수준의 뛰어난 모델링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즈 미켈슨과 노만 리더스 같은 친숙한 배우들을 보는 맛이 특히 쏠쏠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캐릭터성마저 뛰어나 게임의 재미를 수직상승시키는 시너지를 가져왔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을 꺼리며 홀로 쓸쓸히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 특정한 것에 심각한 집착을 보이는 사람, 21/3이라는 신선한 숫자에 깊은 의미가 있는 사람, 특정된 경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유를 간직한 사람 등 데스 스트랜딩의 캐릭터들은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게다가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악역들까지 더해져 세련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옵션 버튼 누르고

 

오른쪽 키패드 누르고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고 게임성이 뛰어난 편이기에 몇 가지 불편함과 단점들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답게, 그의 게임에 익숙하다면 준수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지만 그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벤트 컷 씬이 너무 과하여, 때로는 루즈하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기 전인 초반부에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아직 게임내 고유 명사도 익숙하지 않은 시기인 터라, 게임이 아닌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기분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야

 

하나의 씬이 스킵 된다. 버튼 하나로 바로 스킵되게 해줄 수는 없었나?

심지어 이런 영상들을 전부 짧게 잘라 프라이빗 룸에서 일련의 행동만으로 8번은 눌러줘야 한다.

 

 과도한 컷 씬은 비단 스토리 뿐만이 아닙니다. 스토리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감안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플레이어를 답답하게 합니다. 프라이빗 룸에 입장할 때, 프라이빗 룸에서 나올 때, 스태미너를 높이기 위해 맥주를 마실 때, 선글라스를 낄 때, 샤워를 할 때, 대소변을 볼 때, 센터에서 재활용을 할 때 등등 아주 많은 부분에 컷 씬을 넣어두었고, 이를 스킵하기 위해 우리는 쉴 새 없이 듀얼쇼크의 옵션 버튼을 괴롭혀야 합니다.

 아주 반복적이고, 수십 수백 번을 다시 봐야 합니다. 스킵을 위해선 옵션 버튼을 계속 누르고 동그라미 버튼을 눌러야만 하죠. 굳이 다시 볼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컷 씬을 계속 보는 것은 무척 지루하고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단점입니다. 차라리 자동 스킵하는 기능을 시스템상에 선택 옵션으로 넣어줬더라면 훨씬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으리라 확신합니다.

 

 

 

타임폴 지역에서 일단 차량이 멈춰버리는 것이 첫 번째 전조

 

 나아가, 아예 스킵도 불가능한 짧은 컷 씬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컷 씬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정말 자주 보게되기에 더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으로 진입할 때, 게임이 전체적으로 느려지며 슬로우모션 식으로 전개되는 부분과 BT 출몰 지역에서 오드라덱 스캐너가 켜지며 강제로 짧은 컷 씬을 봐야할 때. 게임 시작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적게는 수십 번, 많게는 백 번을 넘게 보는 장면이지만 스킵할 수 조차 없어 점점 짜증 수치를 치솟게 만듭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스킵 불가와 자동 스킵 기능 미지원은 큰 단점 없는 이 게임에서 가장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후 스킵 불가능한 오드라덱 스캐너 가동 씬으로 BT가 출몰함을 알 수 있다

 

 본래 설정상 랜덤하게 출몰해야하는 BT들이 고정된 위치에서 출몰하는 부분은 설정 충돌이자 오류입니다. 많은 부분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 본 작품인 만큼, 설정상 중요한 부분에 오류를 저지른 것은 아쉽습니다.

 모든 BT 지역이 고정된 것은 아니나, 반드시 고정된 위치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남아 있는 BT 출몰 지역이 존재하기에 더 신경쓰입니다.

 

 

 

MGS 시리즈의 월광이 생각나는 디자인

 

 초반부를 넘어서면 사용할 수 있는 배송 로봇은 플레이어가 직접 배달하지 않아도 해당 지점까지 배달해주는 배달 로봇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조금만 더 지나도 사실상 그 로봇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져 활용도가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조금만 험준한 지형으로 보내도 배송 물건의 파손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거리가 많이 떨어진 곳으론 배송조차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일정 수치 이상 좋아요가 쌓이면 플레이어가 직접 그 지역으로 다시 배송을 가거나 메일을 확인하기 전까진 친밀도가 더이상 오르지 않기까지 합니다.

 배송 로봇이 처음 활성화 된 시점에서는 상당히 유용해보이나, 그 시기에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국도를 건설하며 탑승물로 한꺼번에 수천 Kg씩 물건을 나를 수 있기에, 있으나 마나한 시스템이 됩니다.

 

 

 

물가에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미끄러지며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반대로 디테일을 잘 살린 부분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와닿습니다. 게임 설정을 고려하여 시체를 방치하면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거나, 시체를 맨 채로는 도시형 쉘터로 진입할 수 없는 등의 디테일은 놀랍습니다. 또한 게임내 약간 번거롭게 느껴지는 샘의 신발 내구도에 연관된 디테일도 존재하는데, 신발 내구도가 0이 되어 맨발로 다닐 경우 대미지를 입어 HP가 하락하기도 합니다. 설정상 플레이어의 짐을 노리는 적인 뮬은 플레이어에게 짐이 없을 때, 딱히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화이트 아웃은 길이고 뭐고 뒷목을 잡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로딩중 시스템 메시지로도 나오는 문구처럼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지나다니는 루트는 점점 하나의 길이 되어간다는 신선한 디테일까지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같은 루트를 반복적으로 다니면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그것이 반영되고, 그쪽은 점차 풀이 자라나지 않고 자갈 따위가 사라지며 새로운 길이 됩니다.

 

 

 

스토리상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라면 납득하겠지만...

 

 이렇듯 게임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 모습이 많이 보이기에, BT 출몰 지역의 고정화가 더 아쉽게 다가옵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그려낸 스토리와 그 배경, 익숙하지만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오는 플레이,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놀라운 디테일까지 완성도가 높은 게임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들과 게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복적인 배달 퀘스트는 게임의 주제와 크게 연관되었다 할지라도 플레이어를 루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작품의 불친절한 요소들과 단점들이 불편하고 짜증이 솟구칠 때도 있지만, 신선한 감각과 특별한 세계관, 코지마 감독 특유의 향이 짙게 밴 모습은 한 명의 게이머로서, 그리고 필자로서 색다른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사람들간의 단절된 커뮤니케이션과 앞으로 나아갈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서,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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