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9년 12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50
발매 시기 | 2019. 11. 15 |
리뷰 작성일 | 2019. 12. 20 |
게임 장르 | 액션 어드벤쳐 |
정식 발매 가격 | 72,000원 |
제작사 |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 PC(DL)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SF 영화 IP인 스타워즈는 오랜 시간 팬들에게 사랑 받아 왔습니다. 포스, 광선검, 제다이, 제국, 기사, 거대한 우주선, 우주전 등 스타워즈에는 낭만이 있었고, 로망이 곳곳에 넘실거리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전개된 새로운 스타워즈 사가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오랜 시간 시리즈를 아껴왔던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맞이했으며, 이는 프리퀄 트릴로지가 처음에 받았던 혹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올바름이란 무엇인가...
그런 시기에 발매된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은 팬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걱정거리였습니다. 시리즈가 더이상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죠.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나 다름 없었습니다. 발매 이후 열어본 상자엔 밝은 빛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풍경들의 일색
스타워즈 제다이 : 오더의 몰락(이하 스타워즈 제다이)은 아주 잘 만든 게임입니다. 개발사인 리스폰은 스타워즈를 게임으로 만들 때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연출과 영화에서 보았던 강력한 포스, 스톰 트루퍼들과의 전투, 다양한 생물체, 종족, 지구와는 동떨어진 행성의 분위기, 그리고 광선검.
처형!
스타워즈 제다이에서는 너무 과하지 않은, 절제된 광선검 액션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입니다. 게임으로 표현할 때 광선검이라는 주제는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실체가 없는 빛의 검으로 액션을 표현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타격감이 너무 묵직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타격감이 너무 없다면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반감되므로 어려운 과제였을 것입니다. 동시에,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광선검은 단순히 하나의 소재가 아니라 메인 디쉬이기에 더욱 중요했습니다.
광선검의 절제된 액션과 제다이의 전투 특성을 살린 액션은 본 작품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일대일 전투에서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일대다 전투에서는 역경과 고난속의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 돼 있습니다. 전투에서는 매 순간 신중해야 하며, 길을 찾고 퍼즐을 푸는데에는 제다이처럼 뛰어난 순발력과 기지를 필요로 합니다.
무턱대고 공격하기보단 지키는자 제다이답게 방어후 공격이 좋은 경우가 많다
다크 소울과 메트로이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발매전 인터뷰처럼, 스타워즈 제다이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작품들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게임 오버시 다크 소울의 화톳불과 유사한 명상 포인트에서 리스폰 되는 점이나, 종종 악랄하게 느껴지는 적들의 배치, 적의 공격에 타이밍을 맞춰 반격하는 패리나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액션, 다양한 종류의 퍼즐과 길 찾기, 진행 등 향수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영감을 받은 작품들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그것들을 녹여내 독자적인 재미를 구축해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따라하기에 급급해 다크 소울의 아류작이 된 것이 아니라, 호라이즌 제로 던처럼 각각의 소재를 잘 버무려냈습니다.
먼저, 광선검으로 펼치는 전투는 그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을 게임에 가장 적합하게 표현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튕겨내며 빈틈을 노려 반격하는 액션은 물 흐르듯이 이어지고, 적절한 처형 연출을 넣음으로서 시각적 재미를 더했습니다. 또한, 액션이 너무 묵직해선 안 되기에 템포를 빠르게 함으로서 나무랄데 없는 제다이의 액션을 구현했습니다.
피할까? 밀쳐낼까?
포스와 함께라면 일대다도 수월하다
적들을 상대하는 레벨 디자인 역시 훌륭합니다. 다크 소울에서 영감을 받아 매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굳건히 세운 적들과 플레이어의 가드 사이로 치열한 심리전이 오갑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다크 소울과 그다지 다를 게 없지만, 스타워즈라는 IP의 색깔을 살려 밀치기, 당기기, 굳히기 등의 포스 능력을 넣음으로서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했습니다. 포스를 활용함으로서 일대일 뿐만이 아니라 일대다 전투도 보다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다크 소울의 아류작이 아닌 독자적인 재미를 지닌 게임이 되었습니다.
칼의 회상 씬에서의 수련 과정은 어린 파다완의 느낌을 잘 살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제다이 파다완 칼은 비록 수련을 마치진 못했지만 제다이 기사로서 수련 받았고, 게임 진행도에 따라 천천히 포스를 하나씩 해금해가며 제다이로서 성장해갑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숟한 전투와 모험을 겪게 됩니다. 칼이 성장하는 과정은 플레이어의 성장 과정이기도 한 셈입니다.
밀치기나 당기기 포스를 배운 뒤에나 풀 수 있는 퍼즐들이 많다
어드벤쳐 파트에서는 메트로이드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첫 행성인 보가노 행성을 기점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오픈 월드 게임으로 발전되지만, 정해진 루트를 어느 정도 진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벽에 막히게 됩니다. 스토리 진행도에 따라 포스 능력이 하나씩 해금 되는 방식 때문에 생긴 벽입니다. 밀치기 포스가 없어 퍼즐을 풀 수가 없고, 당기기 포스가 없어 밧줄을 손에 쥘 수가 없는 등의 벽에 막힐 때면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그러나 그 피로감은 마음껏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는 불편한 정도에서 그칩니다. 여덟 개의 구역으로 나뉜 행성들을 누비는 것은 스타워즈 게임에서 팬들이 체험하고 싶었던, 귀중하고 값진 경험입니다. 각 지역은 저마다의 분위기로 플레이어를 맞이하고, 수많은 탐험 요소와 수집 요소가 가득한 구성은 큰 즐거움이 되어줍니다.
거대한 회랑
각 행성 고유의 분위기를 잘 살렸고, 좋은 맵 디자인으로 재미를 더한 점은 아주 긍정적이지만, 지도를 대체하는 맵 네비게이션은 정말 불편합니다. 투명하게 표현 되는 월드맵은 직관성과 가시성 모두 떨어지며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기 위해 어떤 루트로 가야할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저기로 가려면...
그와 더불어 행성 내에서 빠른 이동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는 점 또한 큰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다크 소울의 화톳불과 같은 포지션의 명상 포인트를 둔 점은 흥미롭지만, 화톳불 이동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점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한 번 들렀던 행성을 다시 방문해야 할 때에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이미 지나갔던 길을 다시 지나가야만 하고, 스토리상 그 행성에 변화가 있지 않다면 적들은 똑같이 같은 자리에서 플레이어를 기다리므로 피로도가 가중됩니다.
의상, 드로이드, 우주선, 광선검 등 많은 것을 커스터마이즈 할 수는 있다
이 피로도는 본 작품의 깨알 같은 재미 요소인 의상, 광선검, 미니 드로이드, 우주선의 커스터마이즈 파츠를 입수하러 돌아다닐 때 극대화 됩니다.
제법 다양하게 구비돼 있는 커스터마이즈 요소는 약간의 활력소가 되어주고, 분명 재밌게 느껴지지만 왔던 길을 계속 반복해서 돌아다니고 있노라면 빠른 이동 시스템을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에피소드 3와 4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스토리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오더 66에서 살아남은 제다이 파다완 칼이 제다이의 재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프리퀄 시리즈인 에피소드 1, 2, 3과 오리지널 시리즈인 4, 5, 6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시기라 팬들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자 스토리입니다.
내러티브 역시 훌륭하고, 스타워즈를 본 적 없는 게이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설명과 이야기의 빠른 전개로 군더더기 없는 진행이 일품입니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대부분
반면, 영화속 인물들이 몇 명밖에 등장하지 않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스타워즈 제다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대체로 시리즈의 팬일 수밖에 없는데, 그들을 위한 팬 서비스가 적다는 얘기가 되므로 더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에 의존하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스타워즈를 본 적 없는 게이머들도 거부감 없이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이 작품은 오더 66 이후 5년 뒤를 다루고 있으므로 영화의 내용을 모른다면 처음부터 내용 전달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픽 퀄리티는 분명 뛰어난 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그래픽은 준수한 편이나, 해상도가 많이 아쉽습니다. PS4 PRO 버전을 기준으로 해상도 모드와 퍼포먼스 모드로 나뉘지만 해상도 모드로 하더라도 2160p가 채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30프레임 락이 걸려 있어 쾌적한 플레이를 감상하긴 어렵습니다. 퍼포먼스 모드로 플레이할 경우 고정 60프레임이 아닌 가변 40 프레임 이상으로 해상도 모드에 비해 쾌적해지나 해상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떨어지지만 각 행성의 디자인과 표현은 뛰어납니다. 종종 넋 놓고 풍경을 감상하게 되는 일도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우주를 모험한다는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워커를 타고 돌아다닐 때의 사운드와 쾌감은 일품
사운드는 아주 훌륭합니다. 스타워즈 고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했고, 광선검의 사운드나 스톰 트루퍼의 블래스터 사운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영화 음악, 그리고 오리지널 스코어의 트랙까지 전부 좋습니다. 사운드의 뛰어남 덕분에 스타워즈 제다이를 하고 있노라면 '아, 이게 스타워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블래스터는 더블 블레이드로 연속해서 튕겨낼 수 있다
보스였던 녀석이 일반 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2:1 보스전이나
투기장 등 다양한 보스전들이 있다
한손형 광선검, 양날형 광선검, 쌍검형 광선검 등 영화에서 보았던 다양한 광선검을 사용할 수 있고, 그와 더불어 강력한 포스로 풀어나가는 전투의 참 재미가 정말 좋습니다. 게다가 다크 소울, 세키로를 참고한 전투로 패링과 체간 시스템의 차용은 전투의 재미와 심리전을 더함으로서 극대화되어, 오랜만에 정말 걸출한 스타워즈 게임이 나왔습니다.
또한, 종족을 불문한 다양한 보스전은 전투의 재미와 예술성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에피소드 6까지의 스타워즈를 사랑했던 팬이라면, 스타워즈 시리즈를 아직도 계속 사랑하는 팬이라면, 스타워즈의 이름을 들어봤다면,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꼭 권하고 싶은 2019년 최고의 스타워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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