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0년 4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yp_game/8063
발매 시기 | 2020. 04. 06 |
리뷰 작성일 | 2020. 04. 06 |
게임 장르 | 호러 서바이벌 액션 |
정식 발매 가격 | 79,000원 |
제작사 | 캡콤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XB1, PC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1998년, 전작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연출로 당시 게이머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바이오하자드 2편은 11년이 지난 2019년 리메이크되어 또 한 번 찬사를 받았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 2는 전 세계 올드팬들을 열광케 했으며, 새로운 시리즈의 팬을 만들어낸 걸작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99년에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3편의 리메이크작품이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전작처럼 원작의 발매로부터 1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입니다.
바이오하자드 RE 3(이하 바하 RE 3)의 원작은 대저택을 다룬 1편과 경찰서와 연구시설을 다룬 2편 등 협소한 무대를 보여준 전작들과는 스케일부터 달랐습니다. 실내에 고정돼 있었던 무대에서 벗어나, 팬들의 궁금증이었던 라쿤 시티를 배경으로 보다 넓은 공간을 팬들 앞에 내놓았습니다. 사실, 까놓고 본 2편과 3편의 맵 스케일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팬들에겐 탁 트인 바깥에서 진행한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11년이란 세월이 흘러 현대식으로 재구성 된 그래픽은 놀랍도록 좋습니다. 바하 RE 3는 전작 바하 RE 2와 마찬가지로 RE 엔진을 기반으로 한,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모델링의 질 발렌타인은 아름답고, 여전사 같은 분위기를 내뿜으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또한, 그녀의 조력자인 카를로스는 레온 & 클레어처럼 큰 비중을 가지진 못했지만, 질 발렌타인과는 다른 플레이 감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바하 RE 3는 전작과 거의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하 RE 2에 등장했던 조연들이 몰래 온 손님 마냥 짧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전작의 경찰서 초반부에 만났던 마빈이 왜 그런 상태가 됐는지, 총포상 주인 켄도가 레온이 아닌 질을 만났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등을 짧게나마 확인함으로써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습니다. 우정출연에 가까운 그들은 비록 비중이 있거나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진 못했지만, 바하 RE 2를 재밌게 즐긴 팬이라면 그들의 출연이 무척 반갑게 느껴집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팬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를 넣는 것으로 니즈를 충족시킨 점은 상당히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전작과 1년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바하 RE 3의 사운드는 전작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더 커진 총기 사운드 볼륨이나 좀비들의 울음소리, 효과음 등은 거대한 라쿤 시티에 공포감을 더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사방이 막힌 장소에서의 사운드나, 물가를 지나며 찰랑거리는 소리 등 사운드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향상됐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 짧은 로딩 등 이번 작품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전작보다 더 뛰어납니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여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려우나, 전작이 클래식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플레이 감각을 완벽에 가깝게 현대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기에 문제되지 않습니다.
바하 RE 3를 플레이하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성 캐릭터인 질 발렌타인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그녀를 조작하는 것은 레온이나 클레어를 조작하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입니다. 우리는 질 발렌타인을 조작하는 동안 전작의 두 캐릭터가 각각 나눠서 사용했던 무기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답게 종류가 적은 편이지만, 각각의 특색이 확실하게 구분 돼 있고 그레네이드 런처는 여러 종류의 탄을 쓸 수 있기에 아쉬움보다는 재밌다는 감정이 앞섭니다.
플레이 타임 중 많은 시간을 넓은 라쿤 시티에서 보내진 않습니다. 라쿤 시티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으며, 커다란 맵 디자인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아쉬운 소식입니다. 대신, 이 작품은 야외 맵과 넓은 실내를 활용해 더 많은 좀비를 떼거지로 등장시킵니다. 그뿐만 아니라, 끈질기게 플레이어를 추적했던 타이런트의 개량 버전인 네메시스를 투입함으로써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넓은 장소에서 많은 적들의 등장과 동시에, 필드 곳곳에 각종 탄약과 탄약 재료를 둠으로써 단순 호러 작품이 아닌, 호러 서바이벌 액션 장르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전작보다 더 짧은 플레이 타임과 원작의 선택지 시스템이었던 라이브 셀렉션의 삭제, 특정 지점을 지나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반 일자 형식의 게임 구조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입니다. 한국 한정으로 전작보다 만오천 원 비싼 가격으로 발매됐기에, 길어야 8시간 안에 1회차가 끝난다는 점은 가격에 비해 너무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디스크에 동봉된 바하 RE 3와는 별도의 게임인 바이오하자드 : 레지스탕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게이머라면 그 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긴 작품이 아닙니다. 전작 바하 RE 2는 두 명의 캐릭터로 A 사이드와 B 사이드로 나누어지는 분기점 때문에 볼륨이 더 커 보이지만, 그 작품 역시 그리 볼륨이 크진 않았습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1회차를 플레이한 뒤, 반복적으로 회차를 돌며 챌린지를 깨고 플레이 타임을 줄이는 도전을 하거나 머시너리 모드 같은 별도의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바하 RE 3의 플레이 타임이 큰 문제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30시간, 70시간, 100시간이 넘는 게임들이 쏟아져 직장인들은 한 달에 한 개의 게임을 끝내기도 어려운 요즘, 느리게 클리어해도 10시간 안에 1회차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은 되려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짧게 1회차를 끝낸 뒤 숙달된 실력으로 플레이 타임을 줄여 2회차를 달리고, x 시간 이내 클리어를 도전하며, 본 작품에 새롭게 추가된 상점에서 무한 탄약 아이템을 구매해 모든 적을 쓸어버리며 진행하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으로 시리즈 전통의 플레이 방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정 지점을 지나치면 이전 지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점은 시리즈 전통적으로 동일한 구성입니다. 이 때문에 팬들은 이 방식이 익숙하지만 아쉽게 느껴질 여지가 있습니다. 바하 RE 3의 원작도 볼륨이 큰 게임이 아니었고,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바하 RE 2처럼 많은 부분이 개선된 채 발매되기를 바랐지만, 그 바람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작처럼 뛰어난 리메이크로 팬들의 염원을 전부 해소해주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하 RE 3는 시리즈 팬이라면 반드시 플레이해 봐야 할 작품입니다. 바하 RE 2에서 새롭게 정립된 플레이 스타일은 여전히 끝내주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바하 RE 2와의 관계성, 더 향상된 그래픽과 사운드로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네메시스의 이벤트식 등장은 타이런트에 비해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지만, 그 대신 즉사기를 보유한 특수 개체들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지하게 만듭니다.
바하 RE 3에서 플레이어는 전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적들에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질 발렌타인은 화약을 조합해 다양한 탄약을 만들어 크리처들을 처치하거나, 회피 동작으로 적들 사이를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녀는 권총, 3연발 권총, 샷건, 그레네이드 런처, 매그넘 등 다양한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밸런스 잡힌 공방으로 짜임새 있는 전투를 펼칠 수 있습니다.
반면 카를로스는 화약을 조합해 탄약을 만들 수는 없지만, 질 발렌타인보다 더 공격적인 전투를 펼쳐 나갑니다. 그로 플레이할 때는 수류탄과 섬광탄이 비교적 자주 등장하며, 강력한 성능의 돌격소총과 보조용인 권총, 그리고 회피 동작 대신 카운터 공격으로 적들을 밀쳐버릴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캐릭터는 전체적인 플레이는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캐릭터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는 재미는 바하 RE 2에서 클레어와 레온으로 체험한 것보다 더 진보됐습니다.
전작 바하 RE 2보다 플레이 타임이 짧아진 데는 이 부분도 크게 한몫합니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전통인 퍼즐 파트가 아주 적습니다. 보조 장비를 습득하기 위한 퍼즐이 몇 개 더 존재하지만, 스토리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퍼즐이 거의 등장하질 않습니다. 그 때문에 막힘없이, 물 흐르듯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깊게 생각할 시간을 줄였습니다.
이 시리즈가 항상 그랬듯, 이번 작품 역시 스토리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습니다. 바하 RE 3의 시놉시스는 특정 사건을 통해 감염된 쥐가 라쿤 시티 전역에 T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그로 인해 대량의 좀비 사태가 벌어지자 미 당국은 라쿤 시티를 봉쇄하며, S.T.A.R.S 요원 전원을 사살하려는 타이런트의 개량판 네메시스와 라쿤 시티로부터 탈출하려는 질 발렌타인의 이야기입니다. 흔한 좀비 무비의 스토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보잘것없는 스토리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몇 가지 존재합니다. 우선, 매력적인 주연 질 발렌타인과 카를로스의 인상적인 스토리 컷 씬 연출은 눈을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니콜라이를 비롯한 조연들은 저마다 악랄함 혹은 대의를 위해 움직이는 등 입체적이고 뚜렷한 캐릭터성을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줍니다.
이번 작품은 전체적으로 전작과 유사하며, 큰 발전을 이루진 못했으나 무대를 옮기고 캐릭터를 바꿈으로써 신선도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이미 완성형인 전투와 플레이 방식을 유지함으로써 바하 RE 2의 완성도를 이어받으려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물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게임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1회차의 짧은 볼륨은 어느 정도 용서되는 셈입니다. 어차피 바이오하자드 팬들은 반복 플레이를 할 것이고, 그것에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주 잘 만든 리메이크 작품이었던 바하 RE 2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팬이라면. 그리고 바이오하자드 RE : 2를 재밌게 플레이한 게이머라면 반드시 이 작품은 플레이해 봐야 할 만한 수작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7 Re - 23년을 기다린 올드 팬을 위한 새로운 미드갈 / 2020년 4월 (0) | 2020.04.19 |
---|---|
모여봐요 동물의 숲 - 천천히 걸어갈 때 비로소 보이는 따스함 / 2020년 4월 (0) | 2020.04.11 |
인왕 2 - 도전 대신 안정적인 개선과 변화로 이뤄낸 진일보 / 2020년 3월 (0) | 2020.03.30 |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 2 - 아쉬움을 위로하는 더 커진 볼륨과 화려한 연출 / 2020년 3월 (0) | 2020.03.25 |
드림즈 유니버스 -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게임을 만드는 게임 / 2020년 3월 (0) | 2020.03.1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