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7 Re - 23년을 기다린 올드 팬을 위한 새로운 미드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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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7 Re - 23년을 기다린 올드 팬을 위한 새로운 미드갈 / 2020년 4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4.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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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년 4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yp_game/8071

 

 

발매 시기 2020. 04. 10
리뷰 작성일 2020. 04. 19
게임 장르 액션 RPG
정식 발매 가격 69,800원
제작사 스퀘어 에닉스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한글판

 

 

이 글은 SI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된 타이틀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리뷰는 제작사에서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게임 리뷰 코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요청에 따라 되도록 스토리 스포일러 없이 작성한 글입니다.

 

 

 23년 전, 소니와 닌텐도의 플랫폼 대결이 한창이던 시절에 소니에게 승리를 안겨다 준 역사적인 게임이 발매됐습니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그래픽과 동영상 컷 씬, 그리고 명작 파이널 판타지 6편에게 바톤을 넘겨 받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었죠.

 파이널 판타지 7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PS1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수준의 그래픽과 뛰어난 퀄리티, 미드가르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스팀펑크 세계관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고, 전 세계 900만장 이상 판매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스퀘어가 망할 것 같으면 반드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를 개발해서 재기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대단한 명작이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스토리, 신선한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 전설적인 그래픽과 사운드 퀄리티 등으로 무장한 파이널 판타지 7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 매력에 게이머들은 매료됐고, 팬들에겐 다시는 없을 최고의 게임이었습니다.

 1997년 1월 31일 이후, 팬들 가슴속 영원한 인생 게임으로 남았던 파이널 판타지 7이 23년만에 돌아왔습니다. 리메이크가 개발중이라는 소식이 2015년 E3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약 5년이 지난 시기입니다. 더 발매를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는지, 개발사의 사정과 너무 커져버린 볼륨을 언급하며 본디 하나의 게임이었던 작품을 분할로 나누어 판매한다는 소식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10일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이하 FF7R)는 에저녁에 개발사가 한 발표처럼 스토리가 완성된 작품이 아닙니다. 발매된 리메이크 작품에 관심 있는 게이머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고, 그 발표 대로입니다. 갓 오브 워처럼 다음 작품을 암시하는 엔딩이 아니라 반지의 제왕처럼 많은 복선과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지닌 채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 작품입니다.

 

 아직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23년 만에 재구성 된 그 별은 더 거대한 것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5시간 안팎의 분량이었던 미드갈은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다시 창조되었습니다. 미드갈 주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고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거리를 걸을 때 주위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슬쩍 듣는 것처럼 말이죠.

 

 FF7R의 그래픽은 자못 아름답습니다. 평면적이었던 원작과 달리 PS4 그래픽에 맞춰 창조된 거리의 풍경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며, 저녁 노을이 지는 풍경이나 한밤중의 꽃밭, 에어리스와 만나는 무너진 교회 등 수준급의 아트워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표현 대상에 따라 그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클라우드를 비롯한 주연 인물의 그래픽 퀄리티는 대단하며, 우리가 사랑했던 티파와 에어리스는 23년 전 그 시절처럼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합니다. 전체적인 배경 아트워크 역시 뛰어나고, 마테리아 마법 이펙트, 액션 이펙트, 동영상 컷 씬 등의 퀄리티가 아주 좋은 반면, 세세한 오브젝트 디테일이 아주 떨어집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에 거슬리는 PS2급 저해상도 배경이나 오브젝트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또한, 중요하지 않은 엑스트라 NPC는 빈말이라도 좋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반쪽짜리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넓은 오픈 월드를 구현했던 전작, 파이널 판타지 15보다 뒤떨어지는 그래픽 디테일은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게임을 하며 보게 되는 7할의 그래픽이 뛰어나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이벤트 컷 씬에서 섬세한 모델링의 클라우드와 티파를 보다가 심각할 정도로 엉망인 오브젝트가 배경 카메라에 잡힐 때의 당황스러움은 게임의 플레이타임 내내 지속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세부적인 것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세부적인 그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준수한 퀄리티의 그래픽을 보여줬지만, 제법 자주 보이는 오브젝트의 엉성함은 단순 버그나 오브젝트 로딩이 느린 탓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만약 버그라면 동일한 종류의 오브젝트더라도 어떤 것은 퀄리티가 낮고, 어떤 것은 좋을 수가 없죠. 심각할 정도로 낮은 퀄리티의 오브젝트 옆에서 10분간 가만히 있어도 퀄리티의 변화가 없다면 텍스쳐 로딩이 느려서일 수도 없습니다.

 

 FF7R의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지만, 인물 모델링과 배경 등 크게 중요한 부분 외의 것들을 대충 마감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전투의 이펙트와 모션 등의 퀄리티는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게임의 4할 정도를 차지하는 전투의 재미는 뛰어납니다. 4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번갈아 조작하며 각자 개성 넘치는 조작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적의 근접 공격에 맞춰 모드를 전환하거나 브레이브 모드시 가드하는 것으로 적에게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클라우드나, 고유 어빌리티 비기 해방으로 연속 공격과 순간 누킹 딜을 넣을 수 있는 티파, 고유 어빌리티들로 마법을 연사하거나 강력한 마법 대미지를 선보이는 에어리스, 묵직한 근접 공격이나 원거리 어빌리티를 골고루 지니고 있는 바렛 등 전투의 구성이 좋습니다.

 

 그러나 전투에서도 그래픽처럼 약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합니다. 걸출한 짜임새의 전투지만, 여기서도 디테일한 부분이 문제가 됩니다. 우선, 모든 캐릭터가 쓸 수 있는 구르기 회피 기능에 슈퍼아머나 무적 판정이 전혀 없습니다. 이는 수많은 액션 RPG나 액션 어드벤처 게임과 전혀 다른 노선입니다. 이 게임에서 구르기란 오직 공격 모션의 후 딜레이를 지울 때나, 적의 공격에서 내 히트 박스를 벗어나게 만들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됩니다.

 

 FF7R에서 구르기는 적의 공격 모션에 맞춰 굴러서 대미지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공격이 닿기 전에 히트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용도입니다.

 

 적들의 공격은 무쌍류와 다릅니다. 사방팔방에서 동시에 공격을 가해오며, 적 하나가 앞에서 근접 공격으로 압박을 가해옴과 동시에 다른 적이 뒤에서 마법을 영창합니다. 배틀 스테이지를 전부 덮을 정도로 광역 공격을 하는 보스형 적들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일부 적들의 경우 다수가 등장하며 동시에 플레이어를 압박해오기도 합니다. 이때 플레이어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원거리 공격은 클라우드로 카운터를 할 수도 없고, 그저 맞고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 자주 펼쳐집니다.

 

 

 이 게임에서 마법, 어빌리티 액션, 아이템 사용을 위해선 ATB 게이지가 한 칸 이상 존재해야 하며, 이 게이지가 없다면 행동 게이지를 소모하지 않는 일반 공격인 네모, 특수 공격인 세모, 구르기인 엑스밖에 누를 수가 없습니다. 적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법을 사용해서 넉백이나 다운을 유도하거나, 아군에게 포션 혹은 회복 마법을 걸어주는 것 뿐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ATB 한 칸이 필요합니다. ATB를 한 칸 모을 때까지 우리는 적의 일제 공격이나 콤보 공격에 대처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 때문에 난전에서 상당히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구르기에 무적이 없는 대신, 메인 조작 캐릭터인 클라우드에게는 근접 카운터 공격이 존재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대처 방안은 아닙니다. FF7R의 전투 액션 대부분은 무적 판정이 없고, 이는 카운터에도 해당됩니다. 회전하는 칼날을 달고 나온 적들에게 카운터를 먹여도 카운터 모션 중 계속 대미지를 입고, 필살기에 해당하는 리미트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리미트 액션 도중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보스의 배틀 페이즈가 넘어가면 리미트 액션이 취소됩니다.

 

 턴제 RPG였던 원작과 궤를 달리하며 액션 RPG로 탈바꿈했다면, 액션성을 더 넣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투의 얼개는 그 괜찮은 완성도로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지만 약간의 엉성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단순히 무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무기를 계속 사용함으로서 무기에 숨겨진 힘을 개방하는 특별한 시스템과 전투를 보조하는 마테리아의 성장은 RPG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육성 부분에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전투를 거듭하는 것으로 마테리아는 성장하고, 그 성장에 따라 다음 단계의 마법이 해금 되거나 새로운 마법이 해금됩니다. 전투에서 각 무기의 성장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무기의 숙련도가 쌓여 대미지를 높이거나 마테리아 슬롯을 더 뚫을 수도 있죠. 상당히 흥미로운 육성 방식입니다.

 

 짧은 파트를 하나의 게임으로 길게 재구성하면서 투입된 서브 퀘스트는 대체로 평범한 RPG 게임의 그것과 같습니다. 메인 스토리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브 퀘스트는 없으며,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만났던 인물들과 가볍게 지나가는 서브 퀘스트가 몇 개 존재할 뿐입니다. 어디로 가서 어떤 적들을 처치해달라거나,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달라는 식의 퀘스트만이 반복 됩니다.

 

 퀘스트 동선 역시 몇 개는 서로 겹치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갔던 곳을 다시 반복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피로감이 배가 됩니다. 특정 지역에서 티파가 바렛에게 아발란치 활동을 위해 뭔가를 전해달라거나, 바렛과 함께 마린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는 식의 서브 퀘스트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유형의 서브 퀘스트는 세계관과 게임 내 캐릭터에게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팬들의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FF7R은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고, 스토리상 본 적도 없는 NPC가 사라진 아이들을 맵에 표시해주지 않고 마을을 돌며 찾아달라는 식의 퀘스트만을 넣어뒀습니다.

 총 26개로 몇 개 되지 않는 서브 퀘스트지만, 이런 구성을 택한 것은 팬으로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새로이 구성된 미드갈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과거에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설정집을 보거나 상상으로만 채워 넣었던 미드갈이 이번엔 제대로 표현 돼 있습니다. 원작엔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궤를 달리하는 이야기 구성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그 이야기에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않는가는 플레이어 각자의 감상일 것이며, 저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이 당연합니다.

 

 그 아름다운 미드갈과 FF7R의 이야기를 담아낸 디스크 안에 수록된 사운드 트랙은 이 게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합니다. 전투시에는 그 흥을 돋구어주고, 감성적인 이벤트 씬에선 그 감상을 배가시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미드갈 도시나 6번가 슬럼 부근의 BGM 등은 원작 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FF7R의 OST는 흠 잡을 데가 없으며, 과거의 명곡을 새로운 어레인지로 색다르게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FF7R은 많은 부분에서 신규 유저들을 배려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새로운 그래픽으로 다시 만나는 파이널 판타지 7편을 기다려 온 올드 팬들에겐 남다른 작품입니다. 원작이 발매되고 게임기는 세 번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으며, 그 기간 동안 팬들은 이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기다려 왔습니다.

 

 비록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진 못했지만, 앞으로 전개될 FF7R의 스토리는 올드 팬에게 새로운 기다림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게이머라도 FF7R은 틀림없이 흥미로울 것입니다. 강제 느리게 걷기, 기어가기, 철봉 잡기, 미니 게임을 빙자한 강제 플레이 타임 늘리기 요소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그것은 약간의 짜증을 유발할 뿐입니다. FF7R은 떨어지는 디테일과 약간 늘어지는 것 같은 전개를 모두 감안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게임이며, 원작을 체험했고 사랑하는 팬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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