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Z 카카로트 - 추억은 색이 바래도 좋은 추억이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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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Z 카카로트 - 추억은 색이 바래도 좋은 추억이다 / 2020년 1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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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년 1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8054

 

 

발매 시기 2020. 01. 16
리뷰 작성일 2020. 01. 27
게임 장르 액션 RPG
정식 발매 가격 64,800원
제작사 CC2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XB1, PC
한국어 유무 한글판

 

 

이 글은 BNEK에서 리뷰용으로 지원된 타이틀로 작성되었습니다. *

 

 

 

 

 

 

 30년은 긴 세월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한국의 대통령이 7번 바뀌고, 소련이 해체되었으며, 매킨토시가 처음 세상에 나왔고, 8비트 게임기 패미콤에서 4K 해상도의 게임기로 세대가 교체됐을 정도입니다.

 여기 그 세월보다 더 오래된, 36년 전에 시작된 IP가 있습니다. 1984년 잡지에 처음 실린 드래곤볼은 2020년까지 꾸준히 전세계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었던 만화책을 넘어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관련 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전개 되고 있으며, 큰 이변이 없는한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드래곤볼은 만화책에서 시작된 IP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틀물 만화의 왕좌에 군림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패미콤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기종으로 다양한 장르의 드래곤볼 게임이 발매돼 왔습니다.

 

 

 

 

 

 드래곤볼이라는 IP에 가장 적합한 장르는 대전 액션일 것입니다.

초무투전, 스파킹 메테오, 2년 전 발매된 파이터즈 등 완성도 높은 대전 격투 게임이 그 재미와 진가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전 격투가 아닌 장르로도 충분히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게임도 있습니다. 제노버스 2는 자유롭게 드래곤볼 세계를 돌아다니며 싸우고, 나만의 캐릭터로 드래곤볼 캐릭터들을 스승 삼아 기술을 배우며 서브 퀘스트도 할 수 있는 등 드래곤볼 세상 속으로 들어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습니다.

 

 

 

 

 

 제노버스 2 발매로부터 약 4년 뒤, 인상적인 CM으로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드래곤볼 Z 카카로트가 발매됐습니다. 드래곤볼 Z 카카로트(이하 카카로트)에는 어린 시절 보았던 드래곤볼의 명장면과 그 시절의 감성을 담은, 추억속으로의 초대권처럼 향수로 가득합니다.

 

 

 

 

 

 게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카카로트는 손오공의 유년 시절 이후 본격적으로 배틀물이 되기 시작한 시점을 그리고 있습니다. 피콜로 대마왕전 이후, 드래곤볼 Z로 2부를 열었던 시기입니다. 카카로트에서 플레이어는 크게 네 개의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라데츠, 내퍼, 베지터가 주역이었던 사이어인편, 기뉴 특전대와 프리더가 주역이었던 프리더편, 인조인간과 셀이 주역이었던 인조인간편, 마지막으로 선한 부우와 악한 부우가 메인이었던 마인부우편입니다.

 

 

 

 

 

 게임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며, 메인 시나리오 사이사이 인터벌 타임을 두어 플레이어가 보다 자유롭게 드래곤볼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메인 에피소드 도중에도 약간의 자유 행동은 가능하지만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시나리오에 따라 고정 되기 때문에 간극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크게는 원작 시나리오를 충실히 재현하려 애쓴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략되거나 설명조차 나오지 않는 구성은 크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오래된 IP인 만큼 팬들이 원작을 오랜 시간 동안 재감상하여 내용을 대부분 꿰고 있기에, 잘려나간 장면과 사건들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플레이어를 번거롭게 하는 점도 있습니다. 메인 빌런과의 에피소드를 한창 진행하던 도중, 열흘 뒤 셀 게임이 열린다는 시나리오상의 지문 이후 갑자기 메인 에피소드와는 동떨어진 퀘스트를 주기도 합니다. 서브 퀘스트와 비슷하게 어딘가로 가서 무언가를 찾아 오거나, 이미 해치운 적의 잔당을 처치하는 식의 뜬금 없는 구성은 플레이를 루즈하게 합니다.

 

 

 

 

​ 커다란 오픈 월드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원작의 배경이 되었던 드래곤볼 속 세계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지만, 지역별로 월드를 나누어 로딩을 거쳐야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공의 집이 있는 지역에서 부르마의 집이 있는 도심지로 이동하기 위해선 월드맵을 통해 로딩을 거쳐야만 갈 수 있는 식입니다. 결국, 소위 반픈월드라 부르는 구성이기에 아쉬움은 배가 됩니다.

 

 

 

 

 드래곤볼 Z 시점부터 다루고 있는 스토리상, 모험이 주가 되는 오공의 어릴적 에피소드는 메인 시나리오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팬서비스로 각 구역에 추억의 장소로서 과거 회상 씬을 넣어둔 것은 좋습니다. 원작을 감상한지 오래된 팬이라면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오픈 월드 액션 RPG를 목표로한 만큼, RPG적 요소는 제법 충실합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서포트 전용 캐릭터들의 레벨업, 원작 캐릭터들을 형상화한 소울 엠블럼과 커뮤니티 보드의 스탯 추가, 스킬 트리와 수행장의 수련을 통한 새로운 스킬 습득 등 다양한 육성 요소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킬 레벨업에 사용되는 색깔별의 Z 오브, 서브 퀘스트와 보물 찾기로 수집 요소와 육성 요소를 동시에 충족하는 D-메달, 작품의 메인인 드래곤볼 수집으로 소원을 빌 수도 있습니다.

 

 

 

 

 이 수많은 육성 요소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더 오래 카카로트를 즐길 수 있고, 게임적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괜찮게 보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부정적인 시각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D-메달 수집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위치가 불분명한 보물 수집을 위해 하릴없이 드래곤볼 세계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킬 레벨이 높아질 수록 Z 오브의 요구량이 커지며 모든 캐릭터의 스킬 레벨업을 위해선 월드 곳곳에 있는 잡병들을 처치하러 다녀야만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월드 곳곳에 떨어진 Z 오브를 습득할 수도 있지만 작은 구슬은 Z 오브 1개, 대왕 구슬은 100개 밖에 되지 않기에 적들을 찾아다니는 편이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있으나 마나한 수집 요소는 거슬리기만 할 뿐입니다.

 

 플레이어가 만들 수 있는 요리와 치치가 만들 수 있는 요리는 회복 컨텐츠와 연출로 가치가 없지는 않으나,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재료는 낚시나 사냥 따위로 직접 구하러 다녀야만 하는 피곤함과 번거로움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사실 요리나 스킬 레벨은 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중후반부에 접어들면 일정 시간마다 선두를 얻을 수 있고, 선두를 얻기 전에는 상점에서 HP 회복 아이템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배틀을 아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카카로트의 배틀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복 아이템의 높은 성능 덕분에 그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낮게 느껴집니다. 플레이어가 자체 페널티 식으로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수행장의 1:3 배틀 같은 경우 캐릭터가 일정 레벨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면 부조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에 스트레스만 가중될 정도로 배틀 밸런스가 미묘합니다.

 

 

 

 

 드래곤볼이란 작품의 핵심 요소인 배틀은 게임에 익숙해지는 중후반부와 초반부의 체감이 판이합니다. 초반부에는 제법 쫄깃하면서도 밸런스가 괜찮게 느껴지지만, 적이 가드하고 있을 때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답답합니다. 게임에 익숙해진 뒤에는 너무 쉽거나, 부조리함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적들이 가드하고 있을 때, 가드 브레이크 기술을 빠르게 시전하면 적의 빈틈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시간이 무척 짧습니다. 적의 가드를 보자마자 가드 브레이크 기술을 걸어야만 할 정도로 타이밍이 빠듯합니다. 잡기 기술도 없어 가드를 부술 방법은 오로지 가드 브레이크 기술을 재빨리 시전하는 것 뿐입니다.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드는 요소는 적의 가드만이 아닙니다. 프리더와 재배맨, 레드리본군 경비 로봇까지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적이 사용하는 슈퍼아머 기술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부술 수 없습니다.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저스트 회피를 하거나, 미리 거리를 벌려 히트박스에서 벗어나거나, 가드하는 선택지 뿐입니다. 그 어떤 것도 적의 슈퍼아머 기술을 저지할 수가 없습니다.

 

 

 

 

 적의 슈퍼아머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로 꼽을 정도입니다. 카카로트의 적들이 배틀중 한두 번만 슈퍼아머 기술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슈퍼아머 기술을 사용합니다. 심한 경우 세 번까지 연달아 슈퍼아머 기술만을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최소한 프리더나 마인 부우 같은 네임드급 적들만 슈퍼아머 기술을 사용하거나, 한 번의 배틀에서 두세 번만 사용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밸런스는 떨어지더라도 배틀의 재미와 만화적 연출을 잘 살리기로 유명한 CC2가 제작한 게임치고는 마감이 엉성합니다.

 

 

 

 

 두 번째 단점은 게임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플레이어를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카카로트의 로딩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만, 횟수가 아주 많게 느껴집니다. 5-10초 가량의 짧은 시간이지만 어떤 서브 퀘스트의 경우 5번을 연속으로 로딩하기도 합니다. 같은 맵에서 수행할 수 있는 서브 퀘스트가 없진 않지만, 두세 번 월드맵을 이동해야만하는 서브 퀘스트가 적지 않게 포진돼 있어 피로도를 가중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로트의 메인 스토리를 플레이하는 것은 값진 경험입니다. 최신 그래픽으로 구성된 원작의 장면들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하기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오공의 초사이어인 각성 장면, 오반의 초사이어인 2 각성 장면, 부자 에네르기파, 미래 트랭크스의 대 프리더전 연출 등이 충실히 재연돼 있습니다.

 

 

 

 

 

 반픈월드지만 팬들이 원작에서 보았던 드래곤볼의 세계가 충실히 구현돼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부르마의 집이자 연구소, 오공의 집, 무천도사의 집, 카린 탑과 그 주변, 많은 전투가 펼쳐졌던 황야 등 다채로운 월드 구성은 팬으로서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몇몇 컨텐츠가 높은 평가에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이나, 뛰어난 배틀 연출과 진행에 따라 손오공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성장해가며 초사이어인, 새로운 기술을 구사하는 RPG적인 요소는 좋습니다. 따라서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번 작품은 꼭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크고 작은 단점들을 감안해도 좋을 만큼 드래곤볼 Z 카카로트는 팬들을 위한 요소들이 넘실거리며, 특히 드래곤볼 Z의 팬이라면 그 값어치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추억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비록 순탄치는 못하지만, 그래도 추억은 그 색이 바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드래곤볼의 팬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 분들께는 특히 이 게임을 권하고 싶습니다. 드래곤볼을 잘 모르거나, 드래곤볼의 명장면을 봐도 큰 감흥이 없는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드래곤볼을 좋아했던,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겐 그 단점들을 차치하고 명장면들을 다시 감상하며 그 추억속 세계를 날아서, 근두운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에 아주 큰 가치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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