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0년 3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yp_game/8059
발매 시기 | 2020. 02. 14 |
리뷰 작성일 | 2020. 03. 15 |
게임 장르 | 크리에이팅 게임 |
정식 발매 가격 | 44,800원 |
제작사 | 미디어 몰리큘 |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 PS4 |
한국어 유무 | 한글판 |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은 값지고 귀하며, 즐겁습니다. 제 손으로 하나씩 쌓아 올려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 만족감은 그 무엇도 견줄 수 없을 것입니다.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 만들기를 통해 발전해왔습니다. 우리는 옷을 만들어 추위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했고, 집을 만들어 쉴 공간을 마련했으며, 자손을 퍼뜨려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만드는 행위는 참으로 고결하고, 모든 것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오늘 다뤄볼 드림즈 유니버스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게임을 만드는 게임입니다. 이것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툴이며, 자신의 상상력과 창작욕을 뽐낼 수 있는 무한한 공간입니다. 그 안의 도구로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만든 자신만의 독자적인 게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본디 게임을 개발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 돈이 들어갑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하고, 만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며 의도치 않은 설계를 수정하고, 버그를 찾아내 수정하거나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UI, 사운드, 시나리오, 홍보, 총괄 디렉터 등등 각자의 역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물이 하나의 게임이 됩니다.
그러나 리틀 빅 플래닛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미디어 몰리큘의 손에서 탄생한 드림즈 유니버스는 거기서 많은 부담을 덜어내줬습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도구와 효과음, 음악, 캐릭터, 오브젝트는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제작진의 튜토리얼을 익혀 만들기를 시작하면 됩니다.
이처럼 많은 것이 미리 준비된 드림즈 유니버스 속에서도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분명 쉽지는 않습니다.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동일하며, 기본적인 개념을 모른다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도구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혹은, 게임을 만들기보단 그저 즐기고 싶거나, 만드는 것에 소질이 없는 게이머들도 많을 것입니다.
때문에 드림즈 유니버스가 더 가치 있습니다. 앞서 기술했듯이 드림즈 유니버스는 마리오 메이커, 리틀 빅 플래닛, RPG 만들기처럼 직접 게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장르의 제약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폴아웃 4 그래픽으로 자신의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누군가는 사일런트 힐 분위기의 호러 FPS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벼운 느낌의 레이싱 게임이나 트롤 잡기, 수많은 난관을 뚫고 공을 굴려 목적지에 다다르기 등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드림즈의 유니버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전투기를 조종해 횡스크롤 방식의 슈팅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귀여운 캐릭터를 움직여 슬라임과 깜짝 상자를 처치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핵&슬래시로 구성된 인디 게임풍 작품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림즈 유니버스 속 도구를 활용해 미디어 몰리큘이 만들어 둔 걸출한 작품을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아트의 꿈이라는 이름의 공간은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포인트 앤 클릭 형식의 플레이 파트, 라쳇 앤 클랭크 같은 액션 어드벤처 플레이 파트, 퍼즐 어드벤처 플레이 파트와 사이사이 슈팅, 플랫포머가 가미된 종합 선물세트입니다.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매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와 다양한 분위기를 아우르는 멋진 작품이며, 스토리를 풀어가는 내러티브 또한 훌륭합니다.
주인공 아트의 꿈 속에서 세 가지 각기 다른 스타일, 다른 그래픽의 게임을 번갈아 플레이하며, 종국에는 하나로 이어지는 연출이 일품입니다.
이처럼 드림즈 유니버스에는 수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2019년 4월, 얼리 억세스 형식으로 해금되어 먼저 게임을 만들어 본 크리에이터들 덕분에 이미 다양한 창작물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부만 겨우 플레이할 수 있거나, 폴아웃 4 느낌으로 제작한 공간처럼 퀄리티는 높지만 아주 작은 장소만을 표현한 게 겨우인 공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공간들의 완성도 이전에, 그 공간들이 보여준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퀄리티는 낮지만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구성 요소가 전부 갖춰진 공간도, 아기자기한 그래픽의 액션 게임이지만 챕터 한두 개를 겨우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도, 고작 몇 개의 오브젝트를 활용했을 뿐이지만 그런 대로 준수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슈팅 게임도 모두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림즈 유니버스 안에서는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창작력을 뽐낼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장르의 제한이 없습니다. 리얼한 그래픽의 레이싱 게임도, 라쳇 앤 클랭크 같은 귀여운 그래픽의 레이싱 게임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공간들이 게이머들이 선택해주길 기다리고 있으며, 그 종류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 5가 공식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4 게임을 하위호환 형식으로 지원하겠다 발표했기에 PS5의 발매 이후에도 드림즈의 유니버스는 더욱 팽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속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에는 어떤 보상이 없습니다.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여 판매를 시작하면 게이머들이 값을 지불하지만, 드림즈 유니버스 속에선 플레이어들의 좋아요를 받는 것이 고작입니다. 때문에 그들의 개발 진척도는 더딜 것이고, 도중에 더이상 업데이트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돈이 들어가지 않고 창작욕을 해소하는 탈출구이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게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창작물이 수익창출로 연결되지 않기에 발매를 촉구하는 윗선의 압박도, 자금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없고 그저 재미를 위한 게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나 실험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게이머들에게 우주와도 같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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