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데이 오브 준(Last day of June) - 사랑하는 연인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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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 오브 준(Last day of June) - 사랑하는 연인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 / 2017년 9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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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9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786&sca=&sfl=mb_id%2C1&stx=lieonsjh&page=5

 

 

 

발매 시기 2017. 09. 01
리뷰 작성일 2017. 09. 04
게임 장르 인디 퍼즐 어드벤쳐
정식 발매 가격 21,000원
제작사 Ovosonico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C
한국어 유무

 

 

 



 

Last day of June의 타이틀 메뉴.

* 본 게임은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게임으로서, 만약 관심이 간다면.
플레이 해보고 싶다면 YOUTUBE에서 검색조차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많은 스트리머들이 플레이 했고,
썸네일과 영상 제목으로 스포일러가 아주 많은 상태입니다. *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운명에 개입하는 어드벤쳐.

 이제는 조금 흔한 소재일 수도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생과 노력을 하며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한 행동들을 하는 것. if Only라는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게임이나 영화 등의 다양한 스토리 작품들에서 쓰인 방식이다. 때문에 자칫 잘못했다간 흔한 연인 구출을 위한 작품 Z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관건은 연출을 어떻게 했는가와 게임의 장점을 살린 시각적인 부분, 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치해두는 것, 사운드가 얼마나 잘 녹아 있는지 등이었다.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의 시놉시스는 사랑하는 연인 June을 교통 사고로 잃은 화가 Carl의 상실감을 중심으로, 그가 그녀의 과거와 추억이 서린 그녀가 그린 그림을 통해 플레이어가 June의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그들의 운명에 개입한다는 내용이다.

 

 

 

 분명 흔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흔한 게임에 끌렸던 이유는 트레일러에서 들리는 음악이 너무 좋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색감과 어우러진 게임 내 캐릭터들의 모습이었다. 해외 기사를 올리며 우연히 본 트레일러에서 묘한 이끌림을 느꼈고, 그날 저녁 바로 플레이해 보았다. 그리고 꼭 리뷰를 작성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은 스토리가 핵심인 게임이며, 그에 따라 스포일러는 배제한 채 리뷰를 진행해 본다.

 

 

사고를 당한 뒤 홀로 남은 Karl.


무겁고도 진지한 내용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의 세계.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의 플레이 타임은 꽤 짧은 축에 속한다. 심각할 정도로 퍼즐을 푸는 것에 애를 먹지 않는다면 4-5시간 내외로 게임을 끝낼 수 있으며, 퍼즐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기에 쉽게 넘어간다면 3시간 내에 클리어 할 수도 있다. 2만 원 남짓한 가격으로 인디 게임다운 가격과 그 가격에 맞는 볼륨인 편이나,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좋은 게임을 보다 오래 즐기고 싶은 것은 게이머의 욕망이지만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은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진 못한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환상 비슷한 연출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면 발견 할 수 없는 선택적인 요소들도 즐비하다.

​ 다행히도 그 세 시간 남짓한 시간에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은 작가들이, 디렉터들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 했던 모든 부분들을 아주 훌륭히 녹여냈다. 감성적인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흡수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고 단지 이야기의 진행을 보는 것만으로 제작진이 보여주려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게임엔 대사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내 등장인물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같은 외마디로 소통하며 일체 자막이나 무슨 대화인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더 게임과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플레이어는 현재 상황과 그들의 표정, 행동 등을 보며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그려 나가게 된다. 마치, 소설에 그림이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는지 작가의 묘사를 보고 머릿속으로 해당 장면을 그려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 굳이 이 게임의 전달 방식과 비슷한 게임을 떠올려 본다면 ICO를 떠올릴 수 있다. ICO의 2회차로 대사를 알게되기 전까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상황을 토대로 유추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그것과 흡사한 느낌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 다른 이들의 운명과 선택에 개입하여 June을 구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것은 시놉시스에도 이미 적혀 있다. 따라서 웬만한 부분들은 대체로 예측이 가능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어떤 게임과 비슷한 느낌이니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겠구나 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 하지만 영리한 제작진은 곳곳에 여러 장치를 해 두었고, 그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을 볼 때, 누구나 가슴 속에서 아우성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감정이 너무 메마른 플레이어나, 게임에 몰입하지 않고 추리 소설을 읽듯이 단순히 수만 가지 추측을 던져대며 그 중 하나가 들어 맞았을 때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를 제외하고 말이다.

 

 

훌륭하게 짜여진 각본을 비롯하여 플레이어의 몰입을 돕는 요소들.

 ​게임적인 요소들은 개발진들이 보여주려던 이야기를 관통하는 부분을 훌륭하다 싶을 정도로 잘 감춰두었다. 게임적인 요소들로 정신 없이 뛰어다니던 플레이어는 그 과정에서 하나씩 실마리를 찾게 되고, 눈으로 직접 보았던 사실들을 토대로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숨겨두었던 것들은 매끄럽게 약간의 복선들을 던져주며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건 이전의 부부가 가진 과거를 볼 수 있는 디오라마.

 특히나 라스트 데이 오브 준에서 가장 훌륭했던 요소는 음악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꼭 맞는 OST는 포큐파인 트리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윌슨이 담당했으며, 그는 환상적인 곡들을 게임 OST로 만들어 주었다. 이 비유가 모자랄지, 과분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필자의 느낌상 이 게임에서 감동을 한 없이 증폭시켜주는 스티븐 윌슨의 음악은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에서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 수준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근 영화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한스 짐머의 음악들처럼 라스트 데이 오브 준에서 스티븐 윌슨의 음악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최고의 장치였다.

 

 

필드 곳곳에 숨겨진 마을 사람들의 기억.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선 이 기억을 꼭 모아야 한다.

모두 합쳐 20개 밖에 되지 않는다.
시간을 투자해 꼭 기억을 전부 모아 보는 것을 추천 한다.

​ 이야기의 초점은 항상 Karl과 June 부부에게 맞춰져 있다. 플레이 타임이 짧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보는 것은 꽤나 즐겁게 작용 한다. 또한, 그들의 행동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도 게임이기에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였다.

 

 이 리뷰를 본 뒤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이라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만약 누군가 이 리뷰를 보고나서 흥미가 생겨 본 게임을 플레이 하려 한다면 마을 사람들의 기억도 전부 찾아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기억을 찾아서 직접 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감정의 극대화를 도와주며 그 캐릭터들에 대한 부분은 기억을 모으지 않으면 엔딩까지 절대 알 수 없다.

 

 

사냥꾼과 그의 아버지.

부모님과 함께 도시에서 이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절친.

 

​ 플레이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접하고 마을 사람들의 과거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들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몰입하고 있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 필자의 경우 완벽하게 몰입하여 푹 빠져들어 있었기에 열심히 기억들을 모으고 부부의 이야기를 전부 찾아냈었다.

 하지만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을 플레이하며 별로 몰입하지 못한 플레이어라면 굳이 마을 사람들의 기억을 찾아다니지 않을 것이며, 굳이 부부의 이야기를 찾아내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단지 메인 스토리의 흐름만 보게 되며, 감정의 변화를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온갖 장점들로 점철된 게임이지만 불편한 요소들은 분명 있다. 특히 영상을 스킵 할 수 없다는 부분과 캐릭터들의 모션이 꽤 긴 편이기 때문에 제법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퍼즐 난이도가 쉽다고는 하나 퍼즐에 막혔을 때 힌트가 전혀 없다는 것까지. 그나마 그 단점을 커다란 장점이 충분히 커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은 대사 하나 없이 캐릭터들의 감정을 무리 없이 매끄럽게 전달 한다. 대사를 알 수 없는 플레이어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이 과정엔 단점이라 할 것이 없다. 되려, 매력적이다.

 

​ 온갖 상황들과 사건을 겪으며 주인공과 똑같이 플레이어는 화내고, 웃고, 추억을 통해 아련한 그리움을 느낄 때 안쓰럽고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름답게 수놓아진 하늘 위로 깔리는 선율은 내가 그 상황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하며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이 좌절하고 절망 할 때 일어나라 응원하게 되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그녀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뛰게 된다. 비록 짧은 이야기지만 거기엔 구멍이 없으며, 엔딩까지 궁금했던 특정 요소는 영화에서나 주로 보았던 맥거핀 요소로서 스토리 게임 치고는 무척 특이한 것들을 많이 시도했다.


​ 게임의 초반부에는 단순히 게임으로서 시작하게 되나,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주인공 Karl과 일치시키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게 만드는 부분은 이 제작진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인지를 보여준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점차 가속하고, 그 종국에 다다를 때쯤 보여주는 완성된 그림.

 

 

 라스트 데이 오브 준은 분명 짧게 끝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게임이다. 그리 폭 넓은 이야기를 담아내진 못했고 돌아다닐 수 있는 필드의 크기 또한 게임으로서 본다면 역시 인디 어드벤쳐 게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 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은 되려 인디 게임이었기에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돈을 들여 내놓는 대형 트리플 A급 게임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게임을 내놔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그 감정선이 꾸준히 유지되긴 어렵다. 3-4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이라면 하루만에 끝낼 수도 있지만 30-100시간짜리 게임은 그 시간 내내 감정이 이어질 수는 없다.

 

 

 

​ 인디 게임이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이야기. 인디 게임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

결코 흔하지 않은, 매력적인 스토리는 플레이어를 눈물 짓게 하면서도 웃음 짓게 만든다. 살면서 반드시 해봐야 할 명작 10선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단점이 별로 없는 이 게임에 거부감이 없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필자는 이 게임의 트레일러를 보고 그 출중한 음악과 예술 같이 매력적인 그래픽에 매료되어 발매 당일 충동적으로 플레이 했다. 그러나, 기대하고 원했던 그런 결말은 아니었다. 멀티 엔딩이 아니라는 점은 더 충격이었고 플레이 시간 내내 행복했지만 필자가 원했던 결말과는 전혀 달랐다.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슬픔 속에서 필자가 바란 것은 이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플레이하며 내내 느꼈던 주인공의 좌절과 절망, 슬픔, 분노를 고스란히 함께 받았으며, 그 끝에 조금 다른 것을 원했다. 때문에, 차라리 멀티 엔딩이었다면 하고 게임적인 요소에 기대보았지만 제작진은 이 이야기를 영화나 소설처럼 한 가지 엔딩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결과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깎아 내리는 일은 없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이야기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몰입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조, 방식, 그리고 그 매력에는 긴 여운이 남았고 충분히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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