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선거 -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위에 그려진 추악한 복수극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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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선거 -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위에 그려진 추악한 복수극 / 2017년 9월

게임/리뷰

by 줄진 2020. 1.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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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7년 9월, 예판넷에 작성한 것을 가져온 글입니다. 
원글을 다듬거나 새롭게 추가한 부분은 없으며, 그 시절의 글을 블로그에 기록해두고자 옮겨왔습니다.


원글 링크 : http://yepan.net/bbs/board.php?bo_table=yp_game&wr_id=7787&sca=&sfl=mb_id%2C1&stx=lieonsjh&page=4



 

발매 시기 2017. 09. 14
리뷰 작성일 2017. 09. 13
게임 장르 텍스트 어드벤쳐
정식 발매 가격 59,800원
제작사 니혼이치 소프트웨어
정식 발매 기종, 발매 예정 기종 PS4
한국어 유무

 

 

 

 

 

* 이 게임 타이틀은 인트라 게임즈에서 리뷰용으로 제공해주셨습니다. *

 

 

추방선거의 구동 화면.
묘한 분위기의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단간론파와 비슷해보이는 게임?

 추방선거가 발매되기 전,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에서 공개한 정보 등 첫 이미지는 단간론파와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다. 모든 인류 가운데 고작 12명만이 살아남았고, 그 가운데 2명이 남을 때까지 데스 게임을 벌인다는 내용. 그것은 분명 매니악한 장르지만 꽤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단간론파와 비슷해 보였다.

 

 단간론파가 인기를 끄니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에서 그저 그런 카피작을 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 있는 일러스트는 확실히 구미가 당길 정도로 흥미로웠고 비슷한 시놉시스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기도 했다.

 

 

​ 그러나 추방선거라는 게임은 단간론파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출력되는 텍스트를 읽고 다른 캐릭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인물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해가며 단서들을 모아 일종의 설전에서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독특한 오프닝 영상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줄지어 출연하는
오프닝 영상은 제법 볼만하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은 잘 갖추고 있다.

​ 또한, 기본적인 것들이 꽤나 흡사하다. 인류 가운데 몇 명밖에 남지 않은 생존자. 생존자들은 앨리스 랜드라는 유원지에 갇힌 상태이며 스스로를 '관리자'라 칭하는 캐릭터에게 통제되고 있다. 유원지 밖은 온통 괴물들 천지이며 그 괴물들은 사람 뿐만 아니라 건물 같은 구조물까지 먹어 치운다. 관리자와 괴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그들은 관리자의 명령에 따라 12명이 2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서로 죽여야만 하는 데스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자신을 앨리스라 소개한 이 게임의 '관리자'.

​ 관리자 앨리스 때문에 밖으로는 나갈 수 없고, 설령 밖으로 나간다 치더라도 괴물들에게 잡아먹힌다는 설정. 사람과 건물을 먹는 괴물들 때문에 갇혀버린 폐쇄적인 공간에서 서로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데스 게임. 확실히 단간론파와 흡사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괴물의 생김새가 귀엽게도 보인다.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그리고 한국어화를 공식 발표했던 때부터 꾸준히 정보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필자는 이 정보를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동생을 추방시켜버린 9명의 다른 생존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주인공이라는 것.

 

 

귀여운 얼굴이지만 인간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관리자.

​ 누군가 하나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 모두가 죽는다. 관리자의 그 말로 다른 생존자들은 주인공의 여동생을 지목했고 그녀는 추방당해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주인공은 여동생을 지목한 모두를 죽이겠노라 다짐하고 복수를 시작한다.

 추방선거는 게임 초반부터 단간론파와 매우 다른 전개를 선보인다. 단순한 아류작으로서가 아닌, 전혀 다른 스토리와 전개를 선보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지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은 분노한다.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인간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제 일이 아닐 때는 다른 모두가 살기 위해 타인의 가족을 죽이는 걸 별 수 없는 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게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이라면. 누군가는 그런 분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죽이기 위한 토론.

​ 증오에 몸을 맡긴 주인공은 데스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 게임에 참가한다. 인간적인 부분은 죽인 채 말이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인간성을 버린다. 모순적이라 할 수 있지만 필자는 이 부분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 단간론파가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고, 누가 누굴 어떻게 죽였는지 추리하여 살아남는 방식이라면 추방선거는 주인공이, 그리고 플레이어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복수를 위한 선거에 나선다. 그런 점은 분명 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누구를 먼저 죽일 것인가.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몇몇 요소들.

​ 플레이어에 따라 제대로 활용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갈리겠지만 본 게임의 주인공은 특이한 능력을 하나 갖고 있는데,이것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정보를 얻고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장르에서 치트에 가까운 능력이라 할 수 있다.

 

 

​ 주인공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다. 누군가 내뱉은 말이 거짓말일 경우 플레이어 역시 그걸 알아차리기 쉽도록 거짓말은 빨갛게 출력되며, 이것으로 그 캐릭터의 성향이나 숨기려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 거짓말을 했을 경우 반드시 알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토론에서 상대방을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본 게임에서 이 능력은 여러모로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하지만 플레이어의 활용에 따라 갈릴 수는 있다. 다른 캐릭터의 대사가 거짓말이고 그것이 어떤 정보나 힌트를 담고 있다한들 플레이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넘겨버리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이런 독특한 요소는 설정과 시놉시스에 이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참신함에 있어서는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게임 분위기를 종종 부드럽게 환기시키는데 도움을 줄 때는 웃음을 자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중에 살인을 저지른 전적이 있는 사람이 있다.

​ 때로는 무거운 스토리와 주제를 열심히 전개하고, 때로는 그 무거움에 짓눌린 플레이어가 웃으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완급을 조절하려 노력한 부분은 아주 좋다. 그러나 그런 완급 조절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경우, 게임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다. 조금 전까지 심각하고 무거운 전개를 펼치다가 장면이 전환되자 웃으라고 강요한다면 말 그대로 정신나간 전개가 된다.

 

 아쉽게도 추방선거는 이러한 분위기 전환을 완벽히 해내진 못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장면이 바뀐 후 어두운 것은 잠시 잊고 웃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서툰 분위기 전환으로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제작진의 미숙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관리자가 언급한 스페셜 카드를 모으면

다른 캐릭터들의 과거 기억을 볼 수 있다.

​ 자유롭게 행동하는 구간에서 특정한 이벤트를 보고나면 얻을 수 있는 스페셜 카드들로 다른 캐릭터들의 과거 기억을 볼 수 있는데, 플레이어가 어떤 루트를 탔는가에 따라서 기억을 볼 수 있는 캐릭터의 순서나 이야기의 뒷장이 달라지기도 한다.

 

 단순한 수집 요소,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게임 내에서 알려주지 않는 다른 캐릭터의 옛날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는 것까지 이 요소는 아주 좋다.

 

 텍스트 어드벤쳐지만 그 많은 텍스트 속에 담아낼 수 없었던,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와 스토리상 담아내는 게 불가능했던 등장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그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자료실이라는 시스템의 가치를 한 층 더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순서를 정하는 것은 오로지 플레이어의 몫.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개는 달라진다.

​ 이런 장르의 텍스트 어드벤쳐가 대개 그렇듯, 추방선거 또한 다양한 전개를 맛볼 수 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어떤 그룹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 누구를 먼저 죽일지 정할 수 있다. 그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전개는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가치를 높여주고 전과는 다른 선택에 따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달라지고 전개가 달라지는 점이 특징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있는 장소를 어떤 순서로 돌아다닐 지는 플레이어의 자유.

​ 또한, 프리 타임 때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앨리스 랜드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입수할 수 있는 정보, 힌트, 그리고 볼 수 있는 이벤트가 갈린다. 어떤 지점에서의 이벤트를 미리 보지 않고 다른 이벤트를 먼저 보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벤트의 존재로 다회차 플레이의 가치를 살려냈다.

 

 과거 카마이타치의 밤 등이 그러했듯이 추방선거 또한 이 부분을 녹여냈고, 다회차 플레이를 반드시 할 요량이더라도 처음 1회차에서 어떤 그룹의 이벤트를 우선시 할 것인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든다.

 

 

​ 단지 정해진 루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루트가 달라진다. 이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일자 진행 텍스트 어드벤쳐를 플레이한다면 분명 이야기는 보다 매끄러울 것이고 전개는 탄력을 받는 구조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보다 자유로운 루트와 전개를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이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추방선거 또한 그리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복수를 그려낸 것이며, 그 이야기의 흐름이나 순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만이 플레이어가 정할 수 있는 범위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볼 수 있는 이벤트와 그 회차 플레이에선 영영 볼 수 없는 이벤트가 갈린다.

 

​ 개인적으론 추방선거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아직까지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텍스트 어드벤쳐에서 경험해 본 적 없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전개. 그리고 착하고 순한 주인공이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하고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진부한 레파토리와 달리 모순되면서도 이기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는 주인공이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다.

 

 

이 게임의 핵심.

독특한 방식의 토론 배틀.

​ 추방선거라는 게임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추방을 위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이 선거에서는 일종의 갤러리들이 있고, 선거의 입후보자와 대립후보가 존재한다. 입후보자와 대립후보자는 대립후보가 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토론하며 찬성파와 반대파로 각각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갤러리들은 찬성파 대표와 반대파 대표의 토론 내용을 듣고 제 가치관에 맞는, 제 마음을 움직이는 쪽에 붙으며 필요할 때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각 토론의 주제는 어느 쪽이 옳다고 손을 들 수가 없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찬성한다 반대한다를 나눌만한 것들이다. 따라서 신중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각 테마에 따라 무겁고 진지한 설전이 오간다.

 

​ 선거, 그리고 토론 방식을 채용한 추방선거의 핵심 시스템인 이것은 제법 흥미로운 주제들을 테마로 선정하여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뉘어 다양한 의견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 과정에서 패배한 쪽은 자연스레 추방되어 죽게 되고, 승리한 쪽은 살아 남는다.

 

 플레이어는 토론 중 갤러리들이나 상대 후보가 제시한 의견을 기억해둘 수 있으며 그것으로 상대의 논리를 논파할 수 있는데, 이 요소는 꽤나 다이내믹하게 돌아간다.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쓸데없는 상상일지라도 고민해 봤을 법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만약 불로불사가 될 수 있다면'이나, 'AI가 완벽하게 관리하는 세상이 온다면', '서로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같은 것들이다.

 

 혹자는 시덥지 않은 얘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주제로 토론을 펼치는 것은 꽤나 즐거운 부분이었다. 서로 목숨을 걸고 하는 토론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냉정하게, 누군가는 감정에 호소하며 주장을 펼치고 그것을 맞받아치는 시스템. 전체적으로 이 토론은 꽤나 흥미롭고 재밌지만 대립후보자의 논리를 논파하기 위해 기억해두는 시스템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함축적일 때도 있다. 체크하여 기억해둔 단어나 문장이 플레이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의미였다던가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토론 시스템 자체의 미흡함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는 분명 괜찮은 편이며, 독특한 구성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두고 토론하기 때문에 지루하진 않다. 그저 대립후보의 논리를 논파 할 때 주어진 타임 리미트가 너무 짧은 것은 정말 아쉬울 뿐이다.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를 확실히 나눌 수 없기에 보다 신중하게 정답을 고르고 싶지만 그럴 시간을 넉넉히 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스포일러의 여지가 있다 싶은 일러스트는 삭제했다.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짜여진 구성.

 추방선거는 분명 완벽한 스토리텔링이나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최고의 게임이라 할 수는 없다. 토론 시스템을 비롯하여 장면이 넘어갈 때 급격한, 무리한 분위기 전환 등은 미흡하고 아쉽다.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분명 이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너무 중2병스러운 주인공의 언행 등은 이 게임의 아쉬운 단점이다.

 

 ​그리고 니혼이치 소프트웨어의 텍스트 어드벤쳐 전작인 신 하야리가미 2와 비교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제법 불편한 점 또한 아쉬웠다. 보다 간편한 조작으로 세이브, 로드 등을 구현했던 자사의 다른 작품이 있는데 키 할당이 적은 텍스트 어드벤쳐에서 제법 불편한 방식을 채택했다.

 

플레이어가 선택한 루트에 따라 달성 퍼센트도 바뀐다.

 

 

​ 하지만 확실히 그런 미흡한 부분들을 차치할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분명 미흡하긴하지만 특이한 테마를 걸고 토론하는 토론 시스템은 독특하며 플레이어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들은 분명 매력적이며 그들의 개성은 뚜렷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다.

 

 캐릭터들의 과거를 포함하여 이야기는 흥미롭다. '도대체 누가, 어째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리고 이 캐릭터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길래'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며 계속 게임을 진행하도록 자연스레 유도 한다.

 

 

 

 무엇보다 그 캐릭터들을 그려낸 일러스트가 수준급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한 작화의 추방선거 캐릭터들은 풀 보이스가 더해져 보다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서 비교적 살려내지 못하는 등장 인물들의 과거 또한 따로 설정집을 찾아보는 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게임 내에 녹아들어 있다.

 

 1회차 플레이 타임은 플레이어의 진행 속도에 따라 15-20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극초반부의 경우 게임의 많은 설정을 플레이어에게 알리기 위해. 그리고 주인공에게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비교적 느리지만 이야기의 초반을 넘어가면 전개가 보다 빨라지며 중후반부에는 급물살을 타듯이 전개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 맑고 고운 피아노 소리가 주를 이루는 BGM은 게임에 잘 어울리며 분위기에 맞춰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 추방선거는 아쉬운 점들이 종종 눈에 밟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으로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보다 실험적인 시도나 독특한 방식과 전개를 담아내려 한 점. 그리고 매력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위로 그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표현한 부분이나 마치 비쥬얼 노벨처럼 귀가 만족스러운 풀 보이스 채택 등은 박수를 쳐줄만하다고 본다.

 

 

 

 스토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대로 언급하기가 어렵지만 되도록 스포일러가 될만한 부분을 배제하고 단순히 소감을 말해본다면 추방선거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다음엔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이 캐릭터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 정보들을 모아 캐릭터들의 과거를 빨리 보고 싶게 유도하는 등 무척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이어가도록 부추긴다.

 

 이 이야기는 정의를 행하거나 아름다운 세계로 한 걸음 내딛기 위한 희망찬 그런 종류가 아니다. 주인공은 추악하며 이른바 내로남불 같은 모습을 보이고 모순된 부분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독특한 캐릭터다. 복수라는 명분 아래 냉혹하고 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지만 복수에 대한 마음은 흔들림 없이 확고하다. 그러면서도 지키고 싶은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피치못할 선택을 한 사람들. 그리고 내 가족이 그런 희생을 당했다는 것에 분노한 주인공. 터무니 없을 수 있지만 '만약 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이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다면 그리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확실히 나눌 수 있을까.

 이 게임의 가장 큰 주제는 확실히 옳다, 그르다를 나누기 어려운 주인공의 복수심이지만 그 애매한 부분을 선거 테마에도 적용한 것은 꽤나 놀랍다. 주인공의 복수심이 옳다, 그르다처럼 선거 테마도 대부분 옳다, 그르다를 나누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추방선거가 재미난 점은, 엔딩까지 끌고가면서 플레이어가 갖는 수많은 의문을 아주 조금씩만 풀어주며 답답하게 만들다가 극 후반부에 한꺼번에 물밀듯이 터뜨린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엔딩 전까지는 이야기의 극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던져주었던 복선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고, 끊임 없이 떠오르는 의문에 답답함을 느끼며 점차 '재미 없는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을 때쯤 엔딩에 다다랐고 그 모든 걸 관통하는 해답과 이야기의 구멍을 메우는 방식은 두 말 할 것 없이 좋았다.



 엔딩에 다다르면서 느껴지는 통쾌함과 즐거움, 못 만든 게임이 아닌 무언가 하나를 위한 구멍으로 보이는 설정들로 보이는 것들에서 얻는 불쾌함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때의 느낌. 요 근래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작년부터 70개가 넘는 게임을 리뷰하며 언제 이런 통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느껴봤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폐쇄된 공간에서 복수만을 생각하는 주인공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을 천진난만한 앨리스라는 관리자 뒤에서 숨어 조종하고 있는 흑막. 텍스트 어드벤쳐에 거부감이 없는 게이머라면 이 독특한 게임을 추천하는 바다.

 

 

 

8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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